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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632125 / 25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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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우리는 오늘 차마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다”

우리 교육현실의 속살을 들여다본 교육소설집 『롤러코스터』가 도서출판 나무와숲에서 나왔다. 작가이자 현직 교사인 이들이 다수 참여한 이번 작품집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교육현실을 되돌아보고 곱씹어 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것.

윤동주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지만 이들 작가들은 “남녘엔 꽃 피고 바람 또한 상큼하다. 허나, 우리는 오늘 차마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다”고 토로한다. “아이들 대하는 자로서 감히 낯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교육현실이 참담하고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부끄러움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집단괴롭힘의 고통과 상처 다룬 「롤러코스터」

모두 일곱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의 표제작, 배명희의 「롤러코스터」는 최근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집단괴롭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은 읍내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주인공 ‘나’는 중3 때 집단괴롭힘으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키도 크지 않고 몸무게도 늘지 않는 등 열다섯 살에 성장이 멈춰 버렸을 정도. 그럴 즈음 기적처럼 자신을 아는 애가 하나도 없는 세상으로 오게 된다. 아빠가 도시로 전근을 오게 된 것.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깨끗이 세탁하게 된 ‘나’는 학기 초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가연이와 친구가 된 뒤로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 중학교 2학년 이후 누군가와 함께 급식을 먹고 화장실에 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가연이가 같은 반 진이와 승희 패거리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서 ‘나’의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된다. 행여 자신도 진이 패거리에게 찍힐까 봐 가연이를 멀리하는 데 따른 양심의 가책 때문. 그즈음 반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가연이와 함께 있으면 재수 없는 일이 생겨”다. ‘나’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가연이의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음악 연습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바쁜 생활에 끝내 시간을 내지 못한 채 방학을 맞는다.
방학식 날도 결석한 가연이가 뒤늦게 생각난 ‘나’는 담임이 압수했던 핸드폰을 돌려주기 위해 그날 밤 전화를 걸지만 통화할 수가 없다. 맞은편 가연이집 베란다를 쳐다보던 ‘나’는 베란다에 어른거리던 검은 물체가 밖으로 몸을 내미는 것을 본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며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집단괴롭힘이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로 남는가를 아프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섬세한 심리 묘사로 집단괴롭힘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이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자신도 피해 입을까 봐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고 묵인.방조하는 아이들의 심리와 반 분위기를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구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외로움에 절망하고 또 절망했을 가연이의 고통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만 얻어터지면 속상하잖아!”

동화작가이자 현직 교사인 송언의 단편 「잃어버린 양 한 마리」는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주여! 주여!”만 외치며 기도하는 어머니 아래서 자라는 형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잠자다 술취한 아버지의 발길질에 깨어나 원산폭격 벌 받기를 예사로 하는 형제는 오늘도 한바탕 야구 방망이 찜질을 당하고 학교에 온다. 형 요셉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집구석에서 나가겠다고 벼르고, 동생 요한은 친구들을 때리거나 물건 빼앗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기 일쑤다. 오늘도 갖고 싶었던 대장 팽이를 빼앗고 친구들을 두들겨패는 요한에게 화가 난 선생님이 한 대 때리려 하자, 순간 요한의 입에서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울분이 방언이 되어 터져 나온다.

-어떤 날은 정말 죽고 싶어. 아니, 이 세상 사람을 다 죽여 버리고 싶어.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다고. 내 생각을 좀 해보라고. 괴물 아빠한테 얻어터지고, “주여, 주여!”만 찾는 엄마한테 또 얻어터지고, 요셉이 형한테 또 얻어터지고, 이모한테도 얻어터지고, 그것도 모자라 학교에 오면 선생님한테 또 얻어터지니까 내가 죽고 싶은 거라고. 그런데 나만 죽으면 억울하잖아. 나만 얻어터지면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아이들을 패주는 거라고. 어떻게 나만 맞고 사느냐고. 그건 정말 억울한 거잖아. 안 그래, 얘들아?

선생님은 물론이고 반 아이들도 뜨거운 여름날 하늘로 그악스레 울음을 쏘아 올리는 매미처럼 울음을 토해내는 요한을 그저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한참을 울고 난 요한에게 선생님은 “선생님이 잘못했다. 이제 너를 절대로 혼내지 않으마. 벌세우지도 않으마. 절대로, 절대로 널 때리지도 않으마. 그러니까 요한이도 우리 반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가정 폭력이 아이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병들게 해 또 다른 폭력을 낳는가를 가슴 시리게 보여준다.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나 상태에 대한 세심하고도 따뜻한 배려와 사랑만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요한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선생님을 통해 보여준다.


뿔이 아니면서 뿔인 척하는 사이비 뿔들

박명호의 「뻐꾸기 뿔」은 주먹도 세지 않고 싸움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싫어하는 ‘나’가 힘으로 서열을 정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뿔 노릇 할 수 있었는가를 그린 작품이다.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뻐꾸기의 뿔이듯, 주인공은 자신의 뿔이 강렬한 눈빛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깨닫는데, 그 과정에서 뿔이 아니면서도 뿔인 척하는 사이비 뿔과 약삭빠르게 그에 기대어 거들먹거리며 위세를 떠는 무리들의 행태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힘 있는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느니 역으로 이용하여 주먹 행세하는 서울내기와 ‘니뽄도’, 애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먹을 부추기고 그에 무임승차해 반원들을 통제했던 ‘나’, 반의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 아래 무차별적으로 방망이 세례를 가하는 새로운 주먹 ‘떡사이’의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통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학교의 일그러진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중3 남학생들의 ‘도서실 자위대 사건’

정환의 「용감한 형제」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왕성한 중3 남학생들의 이른바 ‘도서실 자위대’ 사건을 통해 사춘기 성 문제와 꿈도 없이 그저 공부하는 기계가 되기를 강요하는 우리 교육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일명 ‘김갈치’(하급생들의 돈을 갈취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라 불리는‘나’는 기말고사도 끝나고 진도도 다 나가 무료하기 짝이 없는 중3 남학생. 교실에서 떠들거나 비디오를 보느니 읽고 싶은 책을 읽으라고 도서실에서 수업한 국어샘의 기대를 저버리고 ‘나’와 친구들은 책을 고르는 척 맨 안쪽 서가에 들어가 딸딸이를 치다가 걸린다. 학생부장의 “니들이 무슨 자위대냐? 도서실 자위대? 이런 짐승 같은 놈들!”이라는 말에 ‘나’는 생각한다. “내 고민이 바로 그것다. 내가 점점 짐승이 되어 간다는 것! 아, 나는 언제 사람이 될까? 내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민주깜상’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담임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감추거나 피하려고만 하면 그 문제가 점점 커지는 수가 있”다면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가 해소돼 버리기도” 한다며“빤히 문제를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그런 와중에 일제고사가 치러지는 날, 학교 내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문제아 ‘나’와 달리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모범생인 동생 철호가 기말고사에 일제고사 성적을 삼십 프로 반영한다는 갑작스런 교장선생님 말에 커닝하다가 들키자 내빼다 그를 뒤쫓는 수학샘과 몸싸움까지 하게 된 것. 그 일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이미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철호는 또다시 사고를 치고, 이들 형제는 졸지에 ‘용감한 형제’가 된다.


학생을 자퇴시킨 뒤 자책감에 시달리는 교사

한상준의 「앞이 안 보여, 그만」은 고교 졸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30대 남자와 동거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휩싸인 ‘나리’라는 여학생을 부모 동의도, 본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자퇴시킨 뒤 자책감에 시달리는 교사의 심리를 다뤘다.
‘나’는 23년차 교사로 과거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입시교육에 매몰되어 무늬만 조합원인 상태로 변모한 상태. 퇴학보다는 그래도 복학이 가능한 자퇴가 낫겠다는 생각으로 그리 한 것이지만, 그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였는가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2학년 때부터 잠잘 곳조차 유동적이었던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알려고 하지도, 헤아리지도 않은 채 자퇴 처리한 것만으로도 최대한의 배려라고 애써 자위하던 ‘나’는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를 찾아가 만난 뒤 더한층 번민과 회한에 휩싸이게 된다.
이 작품은 교사적 위의를 어느새 잊고 현실과 타협하며 안락한 삶에 길들여진 교사의 자괴감과 함께 교사와 학생이 서로 겉도는 우리 교육현장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가치관 전도에 앞장서는 어른들에게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박종관의 중편「달집 태우기」는 1970년대 농촌 마을 국민학교에서 퇴비증산대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가치관을 올바로 정립해 주어야 할 교사와 학부모들이 오히려 가치관 전도에 앞장서거나 부추기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국 근대화나 총력안보 태세를 강조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학교에서도 일사불란한 질서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아이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킨다. ‘구민’은 싫은 것은 싫다 하고 옳은 것은 옳다 하며 살고 싶지만, 어른들은 싫은 것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옳지 않은 것도 따라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교실 바닥에서 다 부서진 다리 몇 개 가지고 나왔다고 애들을 도둑으로 몰아 사흘씩 매질을 해대는가 하면 퇴비에 나뭇가지를 집어넣은 사실을 밝힌 학생을 고자질쟁이로 몰아붙이면서 야구 방망이 세례를 퍼붓는 구창모 선생이나 뒤에서 욕하고 앞에서 굽실거리는 어른들에게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혁의 중편「부러진 화살」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숨막힐 듯 이어지는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심한 정신적 몸살을 앓는 아들을 인도로 조기유학 보낸 아버지 ‘나’가 함피 마탕가 힐에 올랐다가 한 뜻밖의 경험을 그린 중편이다. 하루아침에 돌변해 “사는 게 지겹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학교에도 가지 않고 채팅이나 게임으로 날을 새기 일쑤인 아들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어 주기 위해 떠난 인도 여행에서 아들은 무엇에 꽂혔는지 그곳에 남겠다고 하고, 처음에는 방황도 했지만 성적과 무관하게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인지 곧 적응하게 된다.
몇 해 후 다시 찾은 마탕가 힐에 오른 ‘나’는 보름달이 뜬 날 부러진 화살 같은 것이 가슴에 꽂히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우리 교육현실의 문제를 다각도로 드러낸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저자 소개

  • 저자 : 배명희, 송언, 한상준, 김혁, 박명호, 박종관, 정환
지은이 : 배명희
경북 의성에서 출생. 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9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 수상, 2006년 「와인의 눈물」로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2007년 4월~12월, 《경인일보》에 장편소설
<숨 쉬지 마세요>
를 연재하였다. 작품집으로
<와인의 눈물>
이 있다.  



지은이 : 송언
《멋지다 썩은 떡》이란 동화책에 홀연히 150살로 등장한 뒤 어느덧 11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161살이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0살까지 동심과 더불어 깔깔대며 살아 보는 게 꿈입니다. 그동안 《외아들 구출 소동》, 《김 구천구백이》, 《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 《슬픈 종소리》, 《마법사 똥맨》, 《돈 잔치 소동》, 《병태와 콩 이야기》, 《용수 돗자리》, 《왕팬 거제도 소녀 올림》, 《주먹대장 물리치는 법》 같은 동화책을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지은이 : 한상준
고2 때부터 교사를 꿈꾸었다. 섬마을 선생이 되고 싶어 섬 생활을 미리 익히려 섬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다. 그 후 교사로 임용되었으나 정작 섬 학교로는 발령받지 못하였다. 그해, ‘광주 오월’에 동참하지 못한 부끄러움으로 장발을 고집하던 머리를 박박 밀었다. 가톨릭농민회, Y-교사회, ‘5?10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하고, 전남지부 강진지회 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전교조 결성과 관련 해직되었다. 그 뒤 교육위원, 교육연구사, 교감을 거쳐 교장으로 8년 동안 일하다가 다시 교사로 발령받아 현재 순천전자고등학교에서 아이들 만나고 있다.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지에 「해리댁의 忘祭」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소설집으로 『오래된 잉태』, 『강진만』이 있다.
  

지은이 : 김혁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졸업하는 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영동신문> 발행인을 역임하였고, 진료하는 틈틈이 장편 <장미와 들쥐>, <지독한 사랑> 외 중·단편 다수를 발표하였다.
이메일 : kimhyok21@hanmail.net  

지은이 : 박명호
- 경북 청송 출생.
-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 장편소설 <가롯의 창세기>(이룸), <또야, 안뇨옹>(동녘),
소설집 <우리집에 왜 왔니>(산지니), <뻐꾸기뿔>(우리글),
잡감집 <촌놈과 상놈>(뿌리).
-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수상.
aremal@hanmail.net  

지은이 : 박종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중, 고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9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하였다. 첫 소설집으로 『길은 살아있다』(화남, 2005)가 있으며, 이 소설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2006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작가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을 수혜했고 단편소설 『생의 조건』이 2007년 ‘문예지 게재 우수문학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울산소설가협회 회장, 한국작가회의 및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소설21세기>
,
<소설뒷북>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울산성신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 : 정환
2004년 소설 동인 <뒷북>창간호에 <다락방과 나비> <풀벌레의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오래된 슬픔> <그 여자를 보았네> <그와 함께 산다는 것> <다리 위에서> <선택>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책 속에서

진이는 가연이를 늘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쓰레기 소각장 뒤쪽은 진이 패거리들 외에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가연이는 진이를 따라 음습한 그늘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곤 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거나 핸드폰으로 학교 밖에 있는 다른 애들과 연락을 해 만나자는 약속을 하거나, 간밤에 놀았던 이야기나, 반은 욕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열등감이 투사된 아이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협박을 한 다음 두려움에 떠는 상대를 보며 만족해한다. 중학교 때 나는 가끔 그늘진 구석에서 욕을 먹고 따귀를 맞고 머리채를 잡혔다. 허벅지나 등이나 가슴, 겉에서 보이지 않는 부위에 옅은 색 멍을 달고 살았다. 핸드폰을 빌려 쓰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롤러코스터」중에서

“어떤 날은 정말 죽고 싶어. 아니, 이 세상 사람을 다 죽여 버리고 싶어.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다고. 내 생각을 좀 해보라고. 괴물 아빠한테 얻어터지고, “주여, 주여!”만 찾는 엄마한테 또 얻어터지고, 요셉이 형한테 또 얻어터지고, 이모한테도 얻어터지고, 그것도 모자라 학교에 오면 선생님한테 또 얻어터지니까 내가 죽고 싶은 거라고. 그런데 나만 죽으면 억울하잖아. 나만 얻어터지면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아이들을 패주는 거라고. 어떻게 나만 맞고 사느냐고. 그건 정말 억울한 거잖아. 안 그래, 얘들아?”                    -「잃어버린 양 한 마리」중에서

방망이 세례는 계속됐다. 떡사이는 덩치와 이름답게 지치지도 않았다. 그는 스윙 연습하는 야구선수처럼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학생들은 아예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교실은 어느 그림 속의 도살장처럼 온통 숨을 죽인 채 외진 비명마저도 한 겹 한 겹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쌓여 갔다. 그것은 일종의 적막이었다. 탁, 탁, 탁- 적막은 간혹 방망이 소리와 함께 기우뚱거렸다. 나는 여전히 무서운 꿈속에 있었다.                                                  -「뻐꾸기 뿔」중에서

동생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숨이 거칠어졌다. 숨이 거칠어지면 나는 이내 눈이 뒤집힌다. 봄에 1학년 애들 돈 갈취사건으로 걸렸을 때도 불독한테 맞다가 눈이 뒤집혀 학생부 탁자를 뒤엎은 적이 있다. 등교정지를 당하고, 전학을 권유받았지만 버텼다. 전학권유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엄마가 교육청에 민원을 넣으러 갔다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학교에서 강제로 전학 보내거나 자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용감한 형제」중에서

저 아이는, 수능 끝나고 해이해진 풍경이 펼쳐져 있는 11월 말의 대한민국 인문계 고교 3학년이었다. 저 아이의 행위에 대한 자퇴 처리가 온당한 조처였는가, 하는 물음에 나는 줄곧 시달렸다. 그렇게 엄습해 온 물음과 함께 편두통은 시작되었고 한 달째 계속되고 있었다. 편두통이 몰려올 때마다 짜증이 났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저 아이가 생존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 것 또한 저 아이의 입장에서는 달리 어찌 해볼 경우의 수마저 허용되지 않는 현실이지 않은가? 저 아이를 만나 사죄하고, 내년에 꼭 복학시키겠으니 복학하겠다는 다짐을 받아 두라며 독려하던 편두통이 나를 더욱 압박해 왔다. 나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앞이 안 보여, 그만」중에서

구민은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싫은 것은 싫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면서 살고 싶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걸 옳지 않다고 했다. 싫은 것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옳지 않은 것을 봐도 말없이 따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네들의 가르침은 늘 애매모호했다. 귀를 기울일수록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싫은 것을 싫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해야 할 때도 나서지 말라고 했다.  
  -「달집 태우기」중에서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녀석은 심한 정신적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평소에 말도 별로 없고 공부도 곧잘 하며 착실한 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돌변하고 말았다. 학교도 가지 않고, 낮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잠만 자다가 밤만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채팅이나 게임 등으로 날을 새기 일쑤고, 매사에 반항하며 짜증을 심하게 내거나, 사소한 일에도 나이 어린 여동생이나 옆집 아이를 두들겨패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폭력적으로 나왔다.
  -「부러진 화살」중에서
 

목차

책을 내면서

롤러코스터 _ 배명희
잃어버린 양 한 마리 _ 송 언
뻐꾸기 뿔 _ 박명호
용감한 형제 _ 정 환
앞이 안 보여, 그만 _ 한상준
달집 태우기 _ 박종관
부러진 화살 _ 김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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