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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슬람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저 | 구정은 역 | 아시아네트워크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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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6023944 / 339쪽 153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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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사는 인도네시아를 무대로 이슬람과 소수 엘리트, 그리고 평범한 무슬림 등 모두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폭탄 테러로 202명을 살해한 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이슬람이 모태 신앙이지만 히잡을 쓰는 것이 신앙에 어떤 도움이 되냐고 반문하는 여성 무슬림이 있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슬람교와 무슬림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린다. 그리고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보다 이슬람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출판사 리뷰

이슬람 사람들의 생생한 삶과 함께 다가오는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9.11 테러와 여성들의 히잡으로 떠오르는 이슬람은 우리에게 폭력과 억압의 종교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슬람의 전부일까?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나의 이슬람>은 세계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통해 이슬람의 다양한 얼굴을 들여다본다.
왜 인도네시아인가? 인도네시아는 중동 인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무슬림이 사는 이슬람 인구 대국이고, 이슬람 정체성을 가진 나라로 드물게 격정적인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어 이슬람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예견케 한다.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지만 여러 면에서 우리의 선입견을 배신하는 인도네시아, 그들의 이슬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슬람은 그들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인도네시아의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율리아 수리야쿠수마의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나의 이슬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사는 인도네시아를 무대로 사회 지배 권력인 종교 이슬람과 소수 엘리트, 그리고 무슬림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이 모두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그 모습은 때로 우리의 선입견과 일치하지만 전혀 새로운, 뜻밖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타락한 세상을 응징한다며 폭탄 테러로 202명을 살해한 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이슬람이 모태 신앙이지만 히잡(질밥)을 쓰는 것이 신과 우리를 가깝게 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냐고 반문하는 여성 무슬림이 있다. 하루 다섯 차례의 기도와 <꾸란> 읽기에 충실하지만 첫 아내 몰래 두 번째 아내를 얻는 ‘평범한’ 무슬림 가장과 관용과 평화의 이슬람 교리에 끌려 개종하고 비정부 무슬림 조직을 만들어 그 정신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이슬람의 각기 다른 얼굴들이다.
특히, 저자 율리아는 가부장 사회에서 사는 중산층의 여성 지식인이자, 이슬람을 모태 신앙으로 갖고 있으면서 상당 기간 서구에서 살며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는 여러 겹의 정체성 덕에 이슬람 사회 안에서 외부를 향해, 또 외부의 시선으로 이슬람 내부의 문제를 균형 있게 해석한다. 저자는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맹목적인 비난? 차별, 이슬람을 명분 삼아 국민을 억압하는 국가 권력, 그리고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지르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은 모두 이슬람을 폭력의 종교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같다고 말한다. 그들은 무지에서 비롯된 두려움을 폭력으로 잊으려 하고, 자신의 신념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외치며 타인을 핍박하는데, 그 과정에서 괴로움을 겪는 것은 여성이나 빈민, 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다. 저자는 말한다.<꾸란>의 이름으로 여성과 이교도, 성적 소수자를 억압하고, 불합리한 정치 관행을 용인하는 행위는 <꾸란>의 본뜻과 어긋난다고 말이다.

우리가 아는 이슬람은 어디까지인가
_추상적 관념과 평면적 이미지 너머 사람들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이슬람을 만난다


우리가 아는 이슬람은 대개 AP, CNN, BBC 등 서구의 뉴스나 영어로 씌어진 콘텐츠를 통해서였다. 기독교와 무신론이 주류인 서구가 말하는 이슬람은 종교를 내세워 9.11 같은 테러를 저지르고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집단이다. 저자는 서구를 통해 보아온 이슬람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무슬림들의 이슬람을 보여준다. 특히 중동 전체를 합한 인구보다 더 많은 이슬람 신자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공존하는 폭력의 이슬람과 사랑의 이슬람, 억압의 이슬람과 관용의 이슬람, 맹목적 이슬람과 합리적 이슬람, 성(sex)을 부정하는 이슬람과 성에 자유로운 이슬람, 아랍 이슬람과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등 이슬람이 가진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운전수이며 가장인 보통 무슬림 디디는 매일 《꾸란》을 읽으며 하루 다섯 차례씩 기도를 올리지만 첫 번째 아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이슬람 규범과 국법을 어기면서 새 아내를 얻고, 202명을 살해한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사건을 일으킨 이슬람 조직 지도자는 몸을 드러내는 옷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한 이슬람법을 세속법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어떤 여성 지식인은 이슬람이 모태 신앙이지만 히잡(질밥)을 쓰는 것이 신과 우리를 가깝게 하는 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소수자로 살아가는 성전환자들은 다양한 민족, 종교, 성이 모두 신이 우리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250여 언어를 사용하는 300여 민족이 모여 사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모습은 우리가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면서도 잘 아는 이슬람의 구체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우리 집 일을 도와주고 있는 디디의 일상은 종교적이고 늘 경건하다. 다른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처럼 하루 다섯 번씩 기도하고 《꾸란》을 암송하고 단식과 금요 예배를 지키는 이슬람 의례가 몸에 배어 있다. 가족이 종교생활을 잘 하도록 이끄는 데도 열심이어서 디디의 어린 자녀들은 모두 중요한 《꾸란》 구절들을 외우면서 아버지를 따라 기도한다.
하지만 종교 밖 일상생활에서 디디는 전혀 다르다. 가족에게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일 때가 많다. 피임법을 몰라 아이를 여럿 낳은 것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다. (중략) 디디처럼 종교의례에 충실하면서 정작 일상에서는 엉망인 인도네시아인들은 많다. 신문에는 종교적 위선을 폭로한 뉴스가 가득하다. 학생을 성폭행한 신심 깊은 교사, 하루 다섯 번씩 기도하면서 아랫사람을 학대한 사람, 《꾸란》 암송 모임에 열심히 나가면서 남을 못살게 구는 사람. 정치인들의 신앙도 마찬가지로 위선적이다. 종교부 장관을 지낸 키아이 하지 사이드 아길 알 무나와르는 정부의 메카 순례 지원 예산을 횡령했다가 감옥에 갔다. p. 89-90

얼마 전 휴대용 컴퓨터를 고치러 갔다. 내 컴퓨터가 말썽을 부리면 늘 고쳐주던 라흐만이 금요기도를 하러 가고 없어 그의 아내 아일린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일린은 딱 보기에도 분명한 중국계다. (종교가 무엇인지 묻자 아일린은 무슬림이라고 답했다.) (중략)
“라흐만과 결혼하려고 개종했어요?”
그녀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남편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무슬림이었어요. 나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들으면 이상한 꿈을 꾸곤 했어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지요.”(중략)
이슬람의 관용과 인도주의 정신에 감동한 아일린은 개종했고, 지금은 몸과 마음을 다해 가르침을 실천하는 무슬림이 됐다.
아일린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끌었다. 신앙은 굉장히 신비스럽다. 우리는 왜 신을 믿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믿는다. (중략) 사람들은 종종 개종을 광신도와 견결 짓지만 아일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개종자들이야말로 관용과 인도주의를 실천하며 서로 다른 신앙과 문화들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 109-110

아체 지방에서 태어나 전통적인 이슬람 가치관을 배우며 자라난 청년 아즈와르 하산도 그랬다. 그가 아는 천국에는 나무가 울창하고 맑은 물이 흐르며 무슬림만 평화로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AIYEP에 참가해 오스트레일리아 마을 베언스데일에 간 아즈와르는 홈스테이를 하던 3주 동안 고향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다른 사실들과 맞닥뜨렸다. 아즈와르가 머물렀던 집 아버지는 이교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신론자였지만 너무나 친절했고, “마치 상상 속 천국에 사는 사람들처럼” 아즈와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자상하게 돌봐주었다. (중략)
“이들은 무신론자, 이교도인데 어째서 우리 마을 울라마들이 얘기해준 천국에 사는 사람들과 비슷한 걸까?”
아즈와르는 고민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됐고 지금은 아체에서 소박한 인도네시아-오스트레일리아 교류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p. 104-105

다양한 무슬림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외부에 방어적이거나 맹목적인 자기 연민과는 거리가 멀다. 종교적 의례를 잘 지키는 것과 이슬람이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꾸란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_교조적 경전주의를 넘어 시대 맥락 속에서 《꾸란》을 읽고 신의 본질을 찾는다


이슬람의 특징은 종교적 규범이 다른 종교에 비해 국가의 통치 원리나 개인의 도덕규범에 더 깊게 관여한다는 점이다. 7세기 아라비아에서 싹을 틔운 이슬람은 기존 부족신앙과 투쟁해야하는 핍박 받는 소수종교로서 공동체의 유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까닭에 《꾸란》은 공동체를 잘 유지하기 위한 개인의 행동지침을 많이 담고 있다. 이런 《꾸란》과 사회의 관계는 현재까지 이어져 이슬람 국가에서는 《꾸란》이 세속 법에 우선하고 그에 따라 개인의 행동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배경을 짚으며 이슬람에 대한 대표적인 인식 세 가지-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종교, 관용을 모르는 배타적 종교, 여성 억압적 종교-를 <꾸란> 과 시대적 맥락을 근거로 반박한다.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종교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이슬람 경전의 첫 계시가 ‘읽으라’ 였음을 밝혀 이슬람의 요체가 진리와 이성에 대한 추구라는 사실로, 배타적 종교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꾸란> 에 나타나는 이교도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용을 실천하라는 덕목들을 통해 일반적 편견과 다른 이슬람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슬람을 반여성적 종교로 만드는 대표적 관습 일부다처도 역사적 맥락과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짚는다. <꾸란> 이 일부다처를 허용한 것은 전쟁이 많았던 당시 상황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과부와 고아들을 구제하기 위한 데서 나온 제도인데 오늘날에는 가부장적 악습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무슬림들은 (남자들의) 그런 불장난을 이유로 들어 일부다처제를 옹호한다. 일부다처제가 ‘간통’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간통’을 제도화해서 ‘간통’을 예방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무슬림들은 <꾸란> 을 일부다처 옹호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것은 <꾸란> 이 쓰인 시대적 맥락을 무시하고 글자 그대로만 해석한 결과다. <꾸란> 은 부족 전쟁에서 과부가 많아지자 그들을 구제할 목적으로 일부다처를 허용한다고 말한다. (중략)
<꾸란> 은 아내를 여럿 둘 수 있으나 모든 아내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실제로는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붙여 놓았다고 지적한다. 일상생활의 규준이 되는 이슬람의 샤리아에서도 각각의 아내에게 “동일한 수의 낮과 밤을 할애해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멋진 주장이다. 우리는 무엇을 말할 때 맥락 속에서 살펴야 한다. p. 60-61

여성 억압의 상징과도 같은 ‘히잡’ 은 실제 믿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는 ‘종교적’이지 않다. 머리에 뭔가를 덮어 썼다고 ‘정신적’으로 더 신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적인 힘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 이슬람 옷가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는 종교적 형식주의에 관심이 없다. 내가 보기에 질밥을 쓰는 것은 딱 형식주의에 해당된다. 요즘 들어 그걸 쓰게 하느냐 마느냐가 정치적인 쟁점이 되고 있지만, 정치가 됐든 패션이 됐든 종교의 문제든 우리 정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아님은 분명하다.
(중략) 옷차림은 맥락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종교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내 어머니 연배인 나니는 메카 순례를 다녀온 여성인 하자다. 신실한 나니는 이 문제를 다르게 해석한다. “큰 길에서 발가벗고 기도를 한다 해도 신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신은 오로지 우리 영혼과 정신, 마음, 말과 행동, 열정과 자비심을 보실 뿐이지 머리와 몸에 뭘 덮어 썼는지 보지 않으신다”고 말한다. p. 72-73

문제는 <꾸란> 의 내용을 시대적 맥락을 무시한 채 글자 그대로 적용하거나 (가부장, 종교, 국가) 권력이 그들의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슬람은 어떻게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종교가 되는가
_누가 그리고 어떻게 종교를 폭력, 억압, 차별, 독선의 도구로 이용하는지 밝힌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서구화를 격렬하게 겪고 있는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아시아가 겪은 근대화를 비슷하게 겪었다. 16, 17세기에는 향신료 집산지인 동남아시아 최대의 항구 도시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겪었고, 독립 후에는 자연과 자원의 부국으로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군부 독재에 오래 시달렸다. 1988년 수하르토 독재가 32년 만에 끝난 후 이슬람에 기반을 둔 나라로서 가장 폭발적인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정체성은 때로 억압과 차별, 독선의 도구로 쓰였다.
다양한 민족·언어·문화가 공존하는 1만 8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열도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갈등과 폭력의 씨앗이 되곤 한다. 동티모르를 비롯해서 아체, 말루쿠 등은 인도네시아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분리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여기에는 정치,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종교적 갈등이 작용해왔다. 좀 더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아체 이슬람 사회는 중앙정부의 간섭을 자신들의 종교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느꼈고, 기독교도가 많은 말루쿠에서는 이슬람의 강요로 받아들였다. 중앙 정부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들은 이런 갈등을 이용해 종교, 이념, 민족의 차이 간의 충돌을 부추겼고 결국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민족적, 종교적, 계급적 차이로 인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도 사회의 격변기마다 벌어졌다.

‘배타적이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며 사업에 능란하고 부(富)를 독점한다.’ 중국계를 보는 널리 굳어진 인종적 편견이다. 실제로 갑부 몇 명이 중국계지만, 가난한 중국계 하층민들도 많다.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는 오만한 중국인들도 물론 있지만 어떤 민족, 부족에든 그런 사람들은 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은 편견 탓이다.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중국계는 늘 차별 당하고 학대 받았다. 그들은, 자본주의 기득권층에게 착취당했고, 공정치 못한 지배계급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우리는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화풀이했다. (중략) 1998년 5월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무너졌을 때도 중국계들을 표적 삼은 엄청난 폭력이 자행되었다. p. 258

9?11 테러 이후 이슬람을 향한 서구의 공격이나 악의적인 선전 역시 뿌리는 같다. 강대국과 약소국, 다수종교와 소수종교, 다수민족과 소수민족, 엘리트 특권층과 빈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문제들을 권력은 종교의 문제로 위장해 대립과 분열을 조장한다. 이 과정에서 괴로움을 당하는 쪽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이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종교가 바로 다른 사람들을 박해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중략) 어떤 면에서 그런 현상들은 참 당혹스럽다. 진지하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위협이나 모욕을 당했다고 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중략)
우리는 자주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공격한다. (중략) 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세속주의’나 무신론을 종교인 듯 떠받들며, 합리성을 들먹일 때 ‘표현의 자유’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자신을 표현할 권리와 종교적 자유를 지킬 권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과, 우리가 어릴 때 친구들을 괴롭혔던 것처럼,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괴롭히게끔 교묘하게 선동하는 것은 분명 다르지 않은가? 그런 선동은 자유주의자 혹은 진보주의자들이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폭력과 비합리성을 오히려 증식시킨다는 점에서, 자기모순적이다. p. 45-46

종교를 두고 벌어지는 극단적 갈등이 과연 이슬람만의 문제일까. 이슬람은 다른 종교와 다를 바 없이 배타적이고 동시에 관용적이다. 그것을 폭력적으로 만들거나 관용적으로 만들지는 각자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지은이 :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인도네시아의 사회학자. 여성학자. 저널리스트. 사회평론가. 인도네시아대학(University of Indonesia)에서 심리학을, 런던 시티대학(City University)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헤이그 사회학연구원(Institute of Social Studies)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여러 나라에서 살며 공부했지만 평생 모태 신앙 무슬림으로 살아왔다. 본격적인 작가로 활약한 1979년부터 2003년까지 발표했던 글에서 가려 뽑은 <성, 권력 그리고 국가(Sex, Power and Nation: An Anthology of Writing 1979-2003)>를 펴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정당 연감(Almanac of Indonesian Political Parties)>(1999), <인도네시아 의회 가이드(Indonesian Parliament Guide)>(2001) 등을 편찬했다. 율리아는 스스로 여성학자, 사회과학자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운동가로 오해하곤 한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유력 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 언론자유투쟁의 상징인 주간 시사지 <템포> 등에 글을 쓰면서 세계 곳곳의 초청을 받아 종교, 제도, 관습, 법이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억압하고 차별하는 권력이 되는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옮긴이 : 구정은
카페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세계사에도 흥미가 많다. 카페에 앉아 세계사 책을 보는 것은 더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카페에서 읽을 수 있는 세계사 책을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분쟁과 테러와 재해에 대한 기사를 어쩔 수 없이 많이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평화와 인권과 환경과 평등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미래보다는 과거에, 강한 것보다는 힘없고 약한 것에, 글이든 물건이든 쓰는 것보다는 안 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역자 소개

  • 역자 : 구정은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문화일보를 거쳐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 사담 후세인 체제하의 이라크를 취재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현지 취재했다. 아프리카, 토고, 가나,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난민 문제와 기후변화 등을 취재했다. 중동.아프리카 등 흔히 서방의 변두리 정도로 취급해온 지역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이슈를 보는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자본.노동의 이동으로 빚어지는 세계적인 흐름과 난민.인권.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목차

인도네시아 개관
저자의 말 - 모두의 평화, 그 먼 꿈을 향하여

1장 코란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알라의 첫 계시, “읽어라”
라마단을 끝내며 올리는 기도
예언자가 할랄을 시작한 뜻은
표현의 자유와 이교도에 대한 예의
내가 다시 신을 믿는 이유
동일한 수의 낮과 밤을 할애해야 한다
선지자의 결혼
아들딸을 차별 안 하면 지옥불에 떨어진다고?
내가 질밥을 쓰지 않는 이유
경건한(?) 남성은 섹시한 여성이 무섭다
립스틱은 무죄!
기도를 올리기 전에
섹슈얼 데모크라시
이슬람은 섹스는 ‘예스’라고 말한다
무슬림 청년 아즈와르가 발견한 또 다른 천국
우리가 서로를 돕는 태도

2장 국가는 바보인가

가난은 불법이다
투잡, 쓰리잡 그리고 야간 아르바이트
도둑의 소굴, 갱들의 공화국
운전사 토모와 인도네시아식 친절
권력을 물려받은 여성들
팔지 못할 것은 없다
포르노금지법안이 노리는 것
서양인들은 방귀도 안 뀐다?
무슬림 청년 하산이 발견한 또 다른 천국
누구 엉덩이가 더 깨끗한가
강한 나라가 되고 싶다고?
총 든 자들은 언젠가는 쏜다
독재자의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지하철 표를 사면 산소통도 같이 주나요?
유니폼으로 이루는 화합
대통령의 저글링
지금 당장 바퀴벌레 박멸!
국가의 미래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3장 약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정말로 종교가 문제인 걸까?
가난한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연인 같고 새엄마 같은 도시, 자카르타
정통 혹은 전통을 구하는 우리의 자세
역사의 희생양,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독재자가 떠난 자리
묻어버려야 하는 역사적 진실은 없다
누가 우리의 영웅인가
너무나 먼 결혼의 자유
게이 민주주의
고통만은 함께
숲을 잃고 우리가 얻는 것
함께 녹아내리거나 앉은 채 당하거나
약한 자들의 무기
강도짓도 생계 수단
섹스로 정치를 말한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 편일까
안나에게는 안나의 무대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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