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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조영아 저 | 한겨레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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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4312890 / 32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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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키가 삼십 미터나 되고 그늘 지름이 이십 미터에 이른다는 사이프러스.
그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살아 있는데 숨 쉬고 있지 않은,
혹은 죽어 있는데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집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출판사 리뷰

혼자서 밤길을 걷고 또 걸었다. 얼마를 헤매고 다녔을까. 저만치 나를 향해 떼를 지어 몰려오는 무리가 있었으니. 이 시대의 수많은 아버지들이여. 누구든 어디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다음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얼싸안고 볼을 비벼대든지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하든지 다정하게 사진 한 장 박든지 못 본 척 지나치든지. 아, 아버지구나. 그거면 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아버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렌탈 라이프 시대의 역설적 존재증명!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로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조영아의 신작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는 현대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촘촘한 일상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소외된 인간의 대표 격인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푸른 이구아나’를 통해, 현대인들의 삶의 단면을 세밀하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성장하는 집’이라는 독특한 환상성은 렌탈 라이프 시대에 현대인의 소외와 가족의 부재, 그에 따른 아픔을 정교하게 담아낸다.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

“아버지가 필요한 자리에 아버지는 없고,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라는 전제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치과에 가서 치료 도중 턱이 빠지면서 우연치 않게 자살하는 인부를 본다. 그 이후 “이게 나의 로망이야”라면서 “꽁치도 아닌 배추도 아닌” 아버지를 파는,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 사이트를 오픈한다.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주인공은 젊은 아빠부터 애인으로, 수다를 나눌 친구로, 식장에서 가짜 아버지로,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일을 하면서 주인공은 치과에서 뺀 어금니 밑에 생긴 구멍 같은 존재라고 느낀다. 밥을 먹을 때마다 구멍 속에 가 박히는 음식물들과 싸우고, “입안에 구멍 따위를 지니고 사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p.19)”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아내가 챙겨놓은 ‘유기농 오곡 시리얼’과 편의점에서 산 라면과 햇반을 먹으면서 할 일 없이 쓸쓸히 혼자 집을 지키게 된 아버지인 주인공.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잔금이 줄어들고 있는 통장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가족들의 생활비까지 관리해야 한다. 가끔씩 전화를 걸어오는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둔 사실도, ‘아버지 역할 팔기 사업’도 말하지 못한다. 대신 아내가 애정을 갖고 키우다가 놔두고 간 이구아나의 안부를 전해주면서 살아간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아버지를 갖고 계십니까?
렌탈 라이프 시대 인간에 대한 기발한 자화상


주인공은 집에 들어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조금씩 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생장점이 있는 듯한 집은 나에겐 너무 크고 벅찬 공간이며, 쓸쓸함과 외로움의 표상이다.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의욕과 지속, 가족의 부재와 푸른 이구아나의 존재감을 ‘성장하는 집’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를 빌려주는 일도 시들해질 무렵, 주인공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푸른 이구아나’를 보살피는 것이다. 이런 작은 일로 주인공은 겨우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가게가 망한 것을 비관해 자살한 지인의 용기를 부러워하면서도 선뜻 용기 내어 실천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나약한 아버지일 뿐이다. 아버지를 파는 일이 점점 무료하게 느껴지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이 없어진, 아버지도 그 무엇도 아닌 존재가 된다고 느끼는 주인공.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버지들은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회용 티슈처럼 필요할 때만 사서 쓰는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조금씩 의지하고 있던 이구아나가 사라지면서 주인공은 삶에 대한 허무와 좌절을 느끼면서, 홈쇼핑에서 팔고 있는 이구아나를 찾아 나선다. 혼자 남겨지면서부터 어떤 것에도 애정을 쏟지 못했던, 가족에게도 애정과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주인공은, 가족들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은 ‘푸른 이구아나’를 찾아 나선다.
이 책은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력, 환상적인 상상력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낸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이 작품에 대해 “오늘의 자본주의는 물론이고 인간 자신이 황혼기에 이르러 쇠락하고 있다는 예감이 지배적인 시대에는 이런 유형의 소설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렌탈 라이프(rental life) 시대의 주체들이 처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 존재증명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평했다.

저자 소개

  • 저자 : 조영아
저자 : 조영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마네킹 24호〉로 등단했고, 2006년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로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헌팅》, 소설집 《명왕성이 자일리톨에게》를 썼다.  

책 속에서

다급한 의사가 투박한 양손을 입에 넣고 턱을 끌어 올렸다. 힘이 어찌나 센지 얼굴 전체가 뽑혀 나가는 듯했다. 그래도 빠진 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치 아랫도리를 내리고 길 한가운데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아내가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직도 아내에게 추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다른 게 추한 게 아니라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추하게 느껴졌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도 그랬다. 내 의지와 무관한, 마치 지금처럼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 같은 거였다. 누군가 등을 떠밀면 입을 한껏 벌린 채로 거리를 활보하고 지하철을 타야 할 상황이었다. --- p.14

집이 집이 아니긴 내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벌써부터 집을 처분하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난 후 집은 갑자기 광활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갑자기는 아니었다. 서서히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랐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거실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자라 있었다. 이상한 것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이었지만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고 어두운 실내를 맞닥뜨리는 순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불을 켜고 실내를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가 얼마큼 자라났는지는 통 알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아침에 눈을 뜨면 방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자라 있었다. --- p.25

텔레비전을 껐다. 냄비를 기울여 남은 라면 국물을 다 마셨다.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는 그 순간 집이 살짝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페르시아 거목 사이프러스가 떠올랐다. 키가 삼십 미터나 되고 그늘 지름이 이십 미터에 이른다는 사이프러스. 그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살아 있는데 숨 쉬고 있지 않은 것 같은, 혹은 죽어 있는데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집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사이프러스처럼 집에도 생장점이 있는 게 아닐까. 문제는 그 생장점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생장점만 도려내면, 그것만 없애면 집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텐데. --- p.26

그새 집이 자랐다. 방이며 거실이며 심지어 화장실까지 정확히 어디가 자랐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했다. 가로세로가 한 뼘 자랐는지 공기 중 부피가 한 줌 자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확실했다. 썰렁한 실내에서는 비릿하고 텁텁한 냄새가 떠 다녔다. 환기를 시켜야겠어. 머릿속은 그렇게 지시하고 있었지만 몸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껌뻑껌뻑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구아나는 어쩌고 있을까. 숨을 쉴 때마다 텁텁한 냄새가 폐부를 찔렀다.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수형자처럼 나는 오랫동안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렸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모진 고문 끝에 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가누기 힘든 사람처럼 아련한 옛 추억의 꼬투리를 찾아 더듬었다. 하지만 비릿하고 텁텁한 냄새가 물고 오는 것은 오로지 이구아나뿐이었다.--- p.129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무작정 걸었다. 왕돈가스와 오붓한 돈가스의 차이도 모르고 사는 건 비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상이다. 그 정도의 차이는 인지하고 있는 센스가 필요한 시대다. 마치 다른 별에 와 있는 느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모르는 새 이 세상 모든 만물이 교체된 느낌. 이건 비단 지금에만 느끼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언제부터였을까. 그 시발점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다. 도로에 불빛이 넘쳐났다. 아파트가 멀어지고 있었다. --- p.156

요즘 별다른 일이 없는 날에는 이구아나와 논다. 서툴지만 핸들링도 한 번씩 해준다. 아직 노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전보다 이구아나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는 것은 확실하다. 별안간 녀석에서 없던 정이 새록새록 생겨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딱히 할 일이 없어서다. 솔직히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뭔지 모르는 의무감 같은 게 생겼다. 녀석을 잘 돌봐야만 하는,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감이랄까. 할 일이 없어서 심심풀이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혼자라는 사실을 체득하기까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습관적으로 이구아나 사육장으로 발길이 향했다. 물론 얼마 전까지 없던 버릇이었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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