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 정가
- $12.00
- 판매가
-
$6.60
(45%↓)
- 적립금
- $0.13 (2%P)
품절된 상품입니다.
이 책을 꼭 원하시는 고객님께서는 아래 "상품문의"를 클릭 후 구매의사를
알려주세요. 책이 확보 될 경우 연락 드리겠습니다.
평점 - · 리뷰 0
ISBN : 9788925512624 / 172쪽 125 x 194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정일영
-
김현경
-
갱여운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15,750
- 16,650
- 16,920
- 16,200
- [시리즈] 랜덤 시선 [30]
출판사 리뷰
2000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장이지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등단 이후 칠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의 제목은 『안국동울음상점』. 안국동에 가면 정말이지 울음상점이 있을까, 싶을 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 첫인상으로부터 마지막 시 「너구리 저택의 눈 내리는 밤」에 이르기까지 이번 시집을 떠받치고 있는 제 일의 요소는 다름 아닌 잡다한 문화코드다. 이는 우리 시에 있어 또 하나의 새로움이라 여겨질 수 있는 바, 가령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이라든가, 차이밍량의 영화라든가, 장 콕토의 시라든가, 피카소의 그림이라든가 하는 다양한 음악, 영화, 미술 등등이 시 곳곳에 아주 촘촘히, 지금까지의 그 어떤 시인들의 시보다도 빈번하게 모자이크되어 있는데 이들을 골라 읽는 재미 또한 묘미다. 그런데 왜 장이지 시인은 시 속에 이러한 인접 장르들을 텍스트 안으로 팔 벌려 끌어안았을까.
내 몰골 사나운 그림자 안엔 늘
까마귀가 있어서 나를 비웃는다.
그의 음침하고 오싹한 웃음소리에
나는 귀를 틀어막고 머리를 흔들게 되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빙 크로즈비가 부르는 노래 속의
‘눈 덮인 버몬트’로 떠나는 공상에 빠진다.
-「까마귀」중에서
이렇듯 시인은 곧잘 공상에 빠진다. 현미경으로 본 양파의 껍질 세포 안에서 장 콕토를 처음 보았다고 고백할 정도로(「장 콕도와 나」) 그는 마이크로적인 눈을 가지기도 하였으며, 꿈에 겐지가 내게 와서 그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없다고 말하는(「꿈에 겐지가 내게 온다」) 얘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예민한 청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렇듯 열린 감각의 소유자인 그, 나이 서른이 넘었다고는 하나 세상살이를 그대로 풀이하여 늘어놓기에는 아직 여린 감각의 소유자인 그, 그래서 시인 김사인은 그를 두고 ‘장이지의 내부에는 잊혀진 별 명왕성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다.’고 말한 걸까. ‘장이지 시인은 지도에도 없는 별로 찾아가기 위해 특이하게도 메르헨적인 상상력을 시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고 시인 강우식은 또한 얘기한 걸까.
장이지 시인의 시에 있어 그 흐름은 맑은 샘이다. 허나 그 맑음은 밤에 빛나는 빛이다. 그러니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해가 지고 달도 감춘 뒤에야 비로소 환해지는 저 혼자만이 확인할 수 있는 청정이다. 이 맑음에 있어 그 기저는 무릇 시인의 소년 됨에 있다 할 것이다.
그의 시는 펼친 날개의 황금빛 눈부심을 말하기보다는 웅크린 날개의 깜깜한 눈멂을 말하는 데 더 가깝다. 그러나 그가 구사하는 시의 언어들은 송곳처럼 뾰족하지 않고 쇳덩어리처럼 투박하지 않는 그 어떤 서정,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소박한 말법에 가 닿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조합에서 터져 나오는 울림에 있어 그 절망의 깊이, 진자의 폭은 그 누구보다 깊고 넓다.
저기 귀에 이어폰을 꽂고 홀로 폐달을 밀고 가는 한 소년이 보이는가. 그의 이어폰 너머로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의 폐달 밟는 속도는 느리고 느려 맘먹는다면야 언제고 따라잡을 수야 있겠지만 누군가 선뜻 다가가 그를 부르거나 그의 자전거는 세울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는 폭주족처럼 집단으로 무리지어 나 잡아봐라, 하는 식의 유치한 속도내기에는 절대로 낄 수 없는 자기만의 격이 있다. 그것을 일컬어 어떤 품격이라 한다면 그는 그렇게 美다.
나는 시 쓰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좋은 시인은 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유행에 뒤떨어지는 시만 쓰고 있다. 게다가 실패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버젓이 독자들에게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일을 통해서만 나는 배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시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고 언제나 주장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삶에 더 능숙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눌변이고 지나치게 외곬으로만 살아왔다. 모든 면에서 이기는 일보다는 지는 일에 더 익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천생 시인' 보다는 '심지 굳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는 게임에서 더 단단해지는 사람은 졌다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첫 시집을 독자 여러분께 수줍게 내놓는다. 여기 묶인 시들은 시 자체나 시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 위안 같은 것도 있지만 자기 연민이 되는 것은 피하려고 애를 썼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 말을 걸고 싶다. 그리고 울음의 끝에는 포옹도 있다는 것을 들려드리고 싶다.
2007. 11
장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