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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9205857 / 326쪽 / 448g / 145 x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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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세월이 가져가는 것은 시간이나 청춘뿐 아니라, 내가 믿었던 '말'의 소멸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남일의 소설 속에서 지나간 말들을 발견한다. 열정, 고통, 뜨거움, 숨이 숨과 만나 가빠지는 호흡, 그리고 다시, 사랑...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1983년 등단 이후 줄곧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문학적 실천을 모색해온 작가 김남일이 십 년 만에 네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체로 쓰여진 9개의 단편 속 인물들은 개인과? 사회의 역학이 맞닿는 부분에서 상처를 입은 뒤, 남루한 생의 기억을 덮어버린 채 지난한 삶을 영위한다. 그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작가는 무조건 미래지향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이미 사반세기가 지난 베트남전의 후유증, 사북의 기억, 분단과 머나 먼 팔레스타인 땅의 전쟁, ‘망’ 하나만 망가져도 엄청난 ... 1983년 등단 이후 줄곧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문학적 실천을 모색해온 작가 김남일이 십 년 만에 네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체로 쓰여진 9개의 단편 속 인물들은 개인과 사회의 역학이 맞닿는 부분에서 상처를 입은 뒤, 남루한 생의 기억을 덮어버린 채 지난한 삶을 영위한다. 그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작가는 무조건 미래지향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이미 사반세기가 지난 베트남전의 후유증, 사북의 기억, 분단과 머나 먼 팔레스타인 땅의 전쟁, ‘망’ 하나만 망가져도 엄청난 혼란에 빠질 기계문명 등, 이 소설집에서 소재로 다룬 사회 문제들이 여전히 과정 중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지점에서 김남일의 투명하고 정직한 작가정신은 빛을 발한다. 여전히 ‘생의 고도’가 궁금한 작가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이번 소설집 또한 그 ‘길 아닌 길’ 앞에 서 있다. 내려가야 하는 숙명을 알고도 오르는 산, 그 산을 내려가는 법 운명을 선택할 수 없고 시간을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는 이 소설집에서 더 가슴 아프게 작동한다. 과거를 되돌리고 현재를 수정하고 싶어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회상하고, 부재를 꿈꾸며 일시적으로 도피하고 한순간 떠나가는 것뿐이다. 표제작 「산을 내려가는 법」의 민은 한때 루카치의 문장에 반해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그러나 ‘창공의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던 시대’에 대해 이야기해준 선배는 민을 떠났다가 현실 정치권의 실세가 되어 결혼까지 한 상태로 그녀를 다시 찾는다. 민은 창공의 별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으리라 믿으며 그를 받아들이지만 곧 “별이 나침반을 대신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이후 도피하는 심정으로 찾아간 티베트의 칭짱 고원에서 죽음과 삶의 문턱을 함께한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만, 고원의 기억은 평지의 남루한 시간을 메울 수 없었고 결국 그녀는 새로운 사랑마저 저버린다. 소설 말미에서 민은 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산을 내려가는 법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북장 여관」의 주인공들 또한 아름다운 ‘칼리간다키’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스무 살짜리에겐 아름다울 방황’도 그들 나이라면 추할 수 있다며 세월 앞에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산 아래의 시간을 버리고 싶다는 무력한 중얼거림으로, 사북이라는 슬픈 공간에서 아내와 또 다른 여자 정원과 자기 자신을 소환하고 대면하려 할 때, 이 소설의 화자는 자신의 기억과 욕망을 횡단하는 것이 아니다. 수모의 기억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고백을 추동하는 유일한 동력이라면 동력인 셈이다. “내 눈길은 마침내 주변의 어둠보다도 더 까만 터널 입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게 길이었다. 유일한.” 길이 없을 때는 없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김남일 소설이 존재의 바닥에서 건네는 최저선의 윤리이고 리얼리즘이다. 우리는 아직 창공의 별이 그려주는 지도와 나침반 없이 ‘산을 내려가는 법’을 모른다는 것, 늘 고민하고 아파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에 대한 유려한 풍자의 묘미 김남일 소설은 존재 회복의 미미한 가능성을 향한 힘겨운 내면의 고투를 보여주는 동시에,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과 전망의 복구라는 또 다른 문학적 과제도 잊지 않는다. 「망」에서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풍자가 유려하게 펼쳐지며 현 세태에 대한 적절한 예시와 비유, 감각적인 신조어를 통해 비판정신 없이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사회와 개개인이 묘사된다. 「망」은 우리 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린 ‘인터넷’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순 우리말로 표명한 것이다. 현대사회를 ‘섬’으로 설정, 네트웍 하나만 망가져도 엄청난 혼란에 빠지는 기계문명을 희화하며 작가는 정치, 인터넷 문화, 상업적으로 변질된 출판과 우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지구 도처의 절대빈곤을 악착같이 외면하는 이기주의를 박살내고” 싶지만 겨우 한손으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찾고 해답도 그 안에 있으리라 믿는 그에게 망이 먹통이 된 사흘은 삼십 년처럼 느껴진다. 지금 그를 위무할 수 있는 것은 망밖에 없고 그에게 ‘연대’는 이미 낯선 언어가 되어버렸다. 망에 벌레가 침입해 비상계엄 발동까지 고려되는 상황이지만, 막상 전문가들이 모여 모임 이름 따위나 고민하는 상황이나, 매일 술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그가 결국 ‘망’에만 의존하게 되는 과정은 그저 웃어넘기기엔 너무나 섬뜩하다. 작가는 연이어 ‘와습’의 음모와 에너지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일상에서도 끌어안고 사는, 문제의식은 투철하지만 시대착오적인 인물인 오생을 통해 우리의 당면 문제를 풍자하면서 씁쓸한 고민을 남긴다. 재활용하는 데 품이 더 많이 들어가는 모순된 현실, 악무한의 사슬. 그러나 이런 복잡한 환경 문제에 대해 오생은 환경을 생각해서 일부러 자주 씻지 않고, 에너지 소비를 고려해 장가를 가지 않는 등 매우 초보적이고 단순한 대응으로 일관한다. 오생은 결국 자신에게 불편을 주면 지지했던 당(소농, 영세상인, 빈민, 임금노동자, 사회적 소수자 등을 위한 당)의 이념을 배반하고, 지하철 총파업에 불만을 표하고, 지하철 입구에서 만난 젊고 아름다운 처자가 홀연 알몸으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리 저주했던 ‘와습’이냐며 저도 모르게 묻기도 한다. (와습은 물 흘리는 미꾸라지라거니 여러 설이 있지만 WASP, 즉 앵글로 색슨계 백인 프로테스탄트를 가리킨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있다. 어디까지나 이 소설 속에서의 용어이다.) 자본주의는 인류사가 도달한 최종적 체제처럼 보이며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의 전일적 지배 역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 김남일 소설은 이 지점에서 아예 무력감의 바닥까지 가보기로 작정한 듯이 보인다.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던 게 이런 바닥이었는지 모르지! 사랑이 끝나고 꿈마저 깨어진 그곳, 그 바닥!”(「오생의 최후」) '오생'이라는 인물은 그 무력감의 바닥에서 찾아낸 알레고리적 형상일 것이다. 「오생의 최후」와 「오생의 부활」 연작은 그렇게 시대착오적 혁명의 열정으로 무장된 오생의 예견된 패배를 통해 꿈을 잃어버린 세계의 절망을 풍자하고 탄식한다. 여기서 추운 서울 거리를 헤매는 오생이 당산동에 있다는 ‘당’에 이를 가망은 없다. 그 당은 오생의 지갑 속에 빛바랜 당원증으로만 남았을 뿐, 당과 조합과 연대는 노래의 곡조와 가사를 바꾼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망 없음에서 홀로 만드는 길이 시작된다. 오생 혼자서라도 ‘사라진 라면 스프’의 존재를 기억하다 보면, 그 기억의 힘으로 되살아나는 세상은 없을 것인가. 오생은 그렇게 물으며 서울거리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아아, 적은 있으되, 적이 보이지 않는다! (와습인가, 군산복합체인가, 빈 라덴인가, 우리 안의 파시즘인가, 열심히 일하는 당신인가, 열심히 '까먹는' 나인가!)” (「오생의 부활」) 별이 사라진 시대, 희망의 연대를 모색하는 길 위에 서다 가망 없는 꿈처럼 여겨졌던 존재 회복의 가능성은 「노을을 위하여」에 이르러 어둠의 끝에서 개시되는 빛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실존의 위기에 처한 소설의 화자 ‘현’은 스스로 망각 속으로 폐기했던 사회적 연대의 순간들과 만나면서 존재 회복의 빛을 향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 움직임은 안타까울 정도로 미미하지만, 바로 그래서 더 미더운 국면에 가닿는다. 팔레스타인에서 방문하는 두 시인을 마중 나간 공항에서
목차
망
오생의 최후
오생의 부활
사북장 여관
노을을 위하여
산을 내려가는 법
한밤의 음악편지
중급 베트남어 회화
자미원에는 어떻게 가는가
해설 / 정홍수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