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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7475 / 134쪽 12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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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바다로 가득 찬 책』은 “야수인 예수”와 렉터 박사라는, 식인 풍습에 기원을 두는 두 인물을 큰 축으로 삼아 설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 두 인물은 잡아먹기와 먹이기라는 서로 상반된 방향의 운동을 하는데, 고기를 잡아먹는다는 매혹적인 행위 안에서 ‘먹이기’를 발견하는 것은 시적 화자의 정신세계에서 큰 전회에 해당한다.
유한성 속에서 홀로 죽는 대신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을 먹이는 사건’. 이것은 내가 나의 유한성을 넘어서, 타인이 누리고 살아갈 시간 한 조각을 쪽배처럼 얻어 타고 계속 살아 나가는 방식이다. 결국 ‘먹이기’라는 행위의 본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구원의 사건’이며, 이렇게 타인을 먹임으로써 그를 구원하고 동시에 내가 구원받는 것, 그것이 바로 ‘어머니 대지’가, 곧 우주가 살아 나가는 방식인 셈이다.
그러므로 시적 화자는 한 개체로서의 여자라기보다는, 코라(Khôra), 바로 생명들의 요람인 어머니 대지이며 “만물을 삼키고 뱉어 내는 소용돌이”, 만물을 ‘먹이고 먹는 일’을 돌보는 질서, 더 나아가 우주의 바퀴를 회전하게 하는 “위대한 암컷”이다.
―서동욱(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리뷰
복숭아
사랑은...... 그러니까 과일 같은 것 사과 멜론 수박 배 감...... 다 아니고 예민한 복숭아 손을 잡고 있으면 손목이, 가슴을 대고 있으면 달아오른 심장이, 하나가 되었을 땐 뇌수마저 송두리째 서서히 물크러지며 상해 가는 것 사랑한다 속삭이며 서로의 살점 뭉텅뭉텅 베어 먹는 것 골즙까지 남김없이 빨아 먹는 것 앙상한 늑골만 남을 때까지...... 그래, 마지막까지 함께 썩어 가는 것...... 썩어 갈수록 향기가 진해지는 것...... 그러나 복숭아를 먹을 때 사랑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15p
바다로 가득 찬 책
네가 한 권의 책이라면 이러할 것이네
첫 장을 넘기자마자 출렁, 범람하는 물
너를 쓰다듬을 때마다 나는 자꾸 깎이네
점점 넓어지는 틈 속으로
무심히 드나드는 너의 체온에
나는 녹았다 열기를 되풀이하네
모래펄에 멈춰 서서 해연을 향해 보내는 나의 음파는
대륙붕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매번 되돌아올 뿐이네
네가 베푸는 부력은 뜨는 것이 아니라
물밑을 향해 가는 힘
자주 피워 올리는 몽롱함 앞에서 나는 늘 눈이 머네
붉은 산호들의 심장 곁을 지나
물풀의 부드러운 융털 돌기 만나면
나비고기인 듯 잠시 잠에도 취해 보고
구름의 날개 가진 슴새처럼
너의 진동에 나를 맡겨도 보네
운이 좋은 날,
네 가장 깊고 부드러운 저장고, 청니에 닿으면
해골들의 헤벌어진 입이 나를 맞기도 하네만
썩을수록 빛나는 유골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너의 너울거림
그 멀미의 진앙지를 찾아 그리하여
페이지를 펼치고 펼치는 것이네, 그러나
너라는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나는 보네, 보지 못하네
네. 혹은 내 혼돈의 해저 언덕을 방황하는
홑겹의 환어 지느러미
44~45p
목차
시인의 말
전지가위
위대한 암텃
미근
복숭아
봄날의 도서관
언어로 가득한 주방
차디찬 고깃덩어리
만두
베이글 만들기
곰국
절여진 슬픔
그린티 아이스크림
칵테일
껍질
치한이 되고 싶은 봄밤
가을날의 피에로
쇠 침대
비눗방울
당 르 누아르
기린
바다로 가득 찬 책
그린다는 것
마젠타
화이트
블랙
회색이란
너의 이름
야생 보호구역
하짓날 하오 세시
피어싱
달거리가 끝난 봄에는
연애에 대한 기억
미약 제조법
연애
고무장갑
벨트
고리
저녁 어스름처럼 스며든
마네킹
고슴도치
열두 개의 회색 벨벳 양복으로 남은 사내
에스컬레이터
미아
다몽증 - 몸
난지도
데자뷔
염
씻김굿
울음
빅 브라더
얼굴 작동 부호화 시스템
방 한 칸
어떤 하루
덩굴손
선물
다몽증 - 집
비
붉으락푸르락
이별
검은방울새
너무나 조용한 소풍
잠꼬대
돌계집
뭉게구름
나의, 나의 것도 아닌
보름달
작품 해설 / 서동욱
렉터 박사, 외과 수술, 아니 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