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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8970753680 / 103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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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1. 자연에서 채밀하듯 건져 올린 순도 높은 벌의 언어 이종만 시인에게 꽃과 벌, 즉 양봉은 시 못지않은 생업이다. 아니 그의 시는 꽃과 벌 사이에서 나온다. 화신花信을 따라 남녘 바닷가에서 휴전선? 부근까지 올라간다. 꽃은 치열한 생명이고, 벌 또한 자기 생을 단 한치도 낭비하지 않는 치열한 생명이다. 꽃과 벌에게서 생명의 신비를 배우는 것이다. 그는 꽃의 맨 앞에서 벌과 함께 꿀을 따고, 꽃의 맨 뒤에서 시를 쓴다. 꿀 한 되에는 지구를 몇 바퀴 돈 길이만큼 길고 긴 벌의 길이 들어 있다 길고 긴 비행시간이 담... 1. 자연에서 채밀하듯 건져 올린 순도 높은 벌의 언어 이종만 시인에게 꽃과 벌, 즉 양봉은 시 못지않은 생업이다. 아니 그의 시는 꽃과 벌 사이에서 나온다. 화신花信을 따라 남녘 바닷가에서 휴전선 부근까지 올라간다. 꽃은 치열한 생명이고, 벌 또한 자기 생을 단 한치도 낭비하지 않는 치열한 생명이다. 꽃과 벌에게서 생명의 신비를 배우는 것이다. 그는 꽃의 맨 앞에서 벌과 함께 꿀을 따고, 꽃의 맨 뒤에서 시를 쓴다. 꿀 한 되에는 지구를 몇 바퀴 돈 길이만큼 길고 긴 벌의 길이 들어 있다 길고 긴 비행시간이 담겨 있다 한 숟가락 꿀을 머금으면 입안 가득 하늘의 향기가 고인다 아무리 꽃이 피어도 하늘이 내려주지 않으면 꿀 한 방울 딸 수 없다 꿀은 하늘이다 ―「꿀은 하늘이다 -양봉일지 8」 부분 이종만 시인이 없었다면 꽃과 벌은 한국시의 미래로 남아 있을 뻔했다. 그의 양봉일지 연작이 그의 다른 시들에 견주어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에게서 직접 벌의 생태나 꿀의 효용, 꽃을 따라다니는 야생의 삶을 들은 사람은 그의 양봉일지 연작이 싱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는 시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꿀을 만났다. 시인인 그는 시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꿀로 몸의 병을 고치러 다닌다. 이종만 시인의 시는 자연에서 추출한 순도 높은 ‘고요의 시’이다. 나무와 숲, 꽃과 풀, 별과 벌의 말을 알아듣는 자연, 아니 야생의 시이다. 그는 인간이 닦은 길이 아니라 꽃이 내는 길을 따라 봄에서 가을까지 꽃과 벌과 별과 더불어 생명의 한복판에서 살아 있다. 그의 시와 삶은 우리가 두고 온 문명의 오지가 아니다. 그의 꽃과 꿀은 우리가 기필코 가야 할 ‘오래된 미래’다. 그는 갯바위에 들러붙는 굴처럼 치열하게 생명에 달라붙어 있다. 그가 우리보다 먼저 가 있는 것이다. 2. 자연 속에서 찾아낸 야생의 시 귀뚜라미 울음에 방문을 열다 휘영청 달빛에 방문을 열다 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방문을 열다 소리 없는 봄비에 방문을 열다 ―「방문을 열다」 전문 방문은 인간을 위한 구조물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방문은 인간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귀뚜라미 울음, 달빛, 눈 내리는 소리, 봄비를 맞이하기 위해 방문을 연다. 시의 화자는 왁자지껄한 세속으로부터 멀어져, 자연과 더불어 깨어 있다. 그의 시는, 숲과 풀밭에서, 숲과 풀밭을 위하여 씌어진다. 개망초꽃에게 우리 장미야, 하고 불러본다 나비가 날아와 앉는다 장미꽃에게 개망초, 이 개망초야, 하고 불러본다 나비가 날아와 앉는다 ―「꽃이름」 전문 이종만의 시는 언어의 한계, 나아가 인간 중심주의의 급소를 정확하게 찌르고 있다. 개망초꽃과 장미꽃을 구별하는 것, 개망초와 장미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의미가 있다. 개망초와 실제 개망초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개망초는 개망초가 아닌 것과 구별짓기 위한 하나의 음성, 발음, 기호일 뿐이다. 꿀을 구하는 나비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비에게는 개망초꽃과 장미꽃은 ‘맛의 차이’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다. 나비에게 장미가 더 아름다운 것은 결코 아니다. ?꽃이름?은 언어의 감옥, 더 정확하게는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결코 호명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통렬하게 꾸짖고 있다. 이종만 시인은 인간 중심주의를 내려놓고, 숲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시인은 나무나 소리 같은 자연의 구성물과 동등해진다. 다음과 같은 시에서, 시인은 아예 관찰자의 자리로 멀찍이 물러나 있을 뿐, 풍경이나 상황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제 발자국 소리에 놀라 십 리쯤 달아난 노루 망개나무 오얏나무 스치는 바람 소리뿐 길 잃지나 않을까 꼬리 문 물소리뿐 제가 고요한 만큼 산은 억새꽃을 피워놓고 ―「가을산」 전문 노루, 망개나무, 오얏나무, 계곡물 모두 소리와 연관되어 있다. 여름산이 초록이라는 빛깔의 네트워크라면, 초록을 내려놓은 가을산은 뼈로 돌아가 바람의 결을 벼려놓는다. 소리로 가득 차는 것이다. 그런데 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산은 ‘제가 고요한 만큼’ 억새의 꽃을 피워올린다. 소리의 끝에서 고요하게 피어오르는 무채색의 꽃, 억새꽃의 무리가 능선을 치고 오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소리가 고요를 낳고, 고요가 다시 소리를 낳는, 자연의 정교한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은 얼마나 맑고 고요하고 그윽한가.
목차
1
별
꽃밭에서
나의소원
화개장터
천국
죽은형님
음삼월
가을 산
아프리카
숲
산속
붉은 강
버스는나를
방문을 열다
못 하나
먼 마을
어둠
도적 비
달
김씨의 저녁
까치
그는 그녀는
귀뚜라미
고향이 어려온다
2
옛집
풀밭
태양의 학교
초경
꽃이름
풀꽃
오래된 마을
그는 그림을 완성했다
우리는 뒤돌아서서 걸었다
새길
빗소리
섬
아침
새벽
여름산길
땡초 따먹은 잉어
3
하나님이 있다_ 양봉일지1
꽃의 비명_ 양봉일지2
풀뱀_ 양봉일지3
수우도 동백_ 양봉일지4
벌 쫓지 마라_ 양봉일지5
불법 침입_ 양봉일지6
야반도주하듯이_ 양봉일지7
꿀은 하늘이다_ 양봉일지8
꽃은 지지 않는다_ 양봉일지9
벌통을 옮겨놓으면_ 양봉일지10
꽃우물_ 양봉일지11
꿈속에 피는 꽃_ 양봉일지12
강원도_ 양봉일지13
꽃의 말을 알아듣는가_ 양봉일지14
육십령 백령_ 양봉일지15
벌 한 통 빌려주다_ 양봉일지16
4
논둑 건너 배밭_ 매호리 시편1
대현사고_ 매호리 시편2
아침_ 매호리 시편3
흐린불- 매호리 시편4
단벌 옷- 매호리 시편5
한 오백년- 매호리 시편6
ㆍ해설/이문재
꽃의 맨 뒤에서 시를 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