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는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 그대로 과학과 예술이 그 경계를 넘어 만나는 어느 지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두 분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대중적인 인기도 있으신 분들이다. 물리학자지만 예능까지 출연하고 각종 강연과 미디어에서 얼굴을 알려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유명한 김상욱 교수님과, 신문에 연재하면서 그 인기에 힘입어 ‘글자 풍경’이라는 책도 내신 타이포그라퍼 유지원 교수님이다. (심지어 추천사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떠오르는 신예 SF 작가 김초엽이 썼다.)
저자 김상욱은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을 몇 번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시도하다가 그 인기에 미루고 밀려 결국 아직도 읽지를 못했는데 이 책에서 이분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지만 나는 아직 이분이 출연한 예능이나 강의 영상을 본 적이 없고 책도 읽어보질 못했더랬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작가의 『글자 풍경』을 이미 읽었고 그 책을 통해 그분의 글 스타일과 매력에 푹 빠졌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 새로 출간된 『뉴턴의 아틀리에』가 두 분의 공동 저서로 나왔을 때 망설임 없이 읽고 싶어졌다.
『뉴턴의 아틀리에』라는 제목만 봐도 ‘크로스오버’된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와 글자 디자이너인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교수님, 과학자와 예술가인 두 분의 영역이 공통점이 없을 듯하면서도 무언가 기대감을 갖게끔 만드는 조합이라 생각됐다.
사실 전혀 다른 영역을 전공한 두 사람이 단어의 영감을 가지고 함께 저술해 나간 책이 출판계에서 드문 건 아니다. 그런데 서로 영역을 넘나들며 융합과 창조를 낳을 것만 같았던 이 ‘크로스오버’ 책이 안 좋은 경험으로 남았던 적이 있다. 과학계와 예술계에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시고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두 분이 내신 책이었는데, 제목을 밝히진 않겠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실망이 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전혀 다른 두 조합(흔히 과학과 예술 영역의 만남으로 주로 시도된다)의 융합된 책이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고 그런 책들은 무조건 달려들기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 『뉴턴의 아틀리에』는 믿고 읽고 싶어지는 저자 유지원과 읽어보고 싶었던 그러나 아직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 저자 김상욱의 만남이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이다. ‘아,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정한 융합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에 무릎을 탁 쳤다. 정말 그랬다. 믿고 읽는 유지원 교수님의 글은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고 너무나 좋았고 처음으로 만난 김상욱 교수님은 읽으면서 무척 빠져들어 이분의 다른 책도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두 분의 영역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그 깊이에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타이포그래퍼임에도 과학과 수학의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는 유지원 작가와 과학자임에도 미술에 대한 식견과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김상욱 작가는 각자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가져다 예술과 과학의 전문성을 담아 다시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고 너무나 재미있고 깊이도 있는 데다가 신선하다.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두 분의 통찰력 있는 묘사와 설명들로 채워진 장들은 저마다 다채로운 아이디어의 조합과 서술로 반짝반짝 빛을 낸다.
책의 구성은 크게 5개의 영역으로 나뉘고, 그 5개의 영역 안에서 다시 키워드가 되는 단어들을 가지고 두 저자는 자신만의 생각을 마음껏 펼친다.
1. 관계 맺고 연결된다는 것
2. 현상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마음
3. 인간과 공동체의 탐색
4. 수학적 사고의 구조
5. 물질의 세계와 창작
첫 번째 장에서 ‘관계 맺고 연결된다는 것’ 안에는 “이야기, 소통, 유머, 편지, 시”라는 키워드를 적어 놓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키워드는 ‘이야기’였다. 첫 장의 첫 키워드인 ‘이야기’ 편에서 저자 유지원은 타이포그래퍼답게 글자의 모양을 가지고 우리의 생각을 묻고, 저자의 생각과 글자체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작가의 전작 ‘글자 풍경’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이야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다음 키워드부터 다른 장들로 넘어가면서는 타이포그래피나 예술 관련 이야기보다는 과학이나 수학 관련 이야기를 통한 생각의 전달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새로웠다.
그런가 하면 김상욱 교수는 과학이나 물리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물리학자다운 시각으로 펼치는데 너무나 재미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마르셀 뒤샹의 ‘샘’이나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데 그 이야기의 흡입력에 완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 편에서 김상욱 저자는 인간을 ‘이야기를 만드는 종’이자 ‘의미를 만드는 종’이며, 인간의 뇌가 세상을 이야기로 인식하다 보니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성이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묘사했다. 탁월했다. 그 비유와 성찰이!
두 번째 키워드인 ‘소통’의 유지원 저자의 글과 김상욱의 ‘물리의 시, 시의 물리’ 편을 읽으면서 테드 창의 『숨』이 생각났다. ‘소통’ 편에서 찰스 배비지의 ‘우리가 거주하는 지구에, 우리의 말과 행동이 남기는 영구적 각인’ 논문의 한 대목을 작품으로 구현한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책자 속 논문의 이 내용을 관객은 호흡하고 소화한다는 바로 그 대목 그 지점에서 묘하게 생명이 소멸되고 우리의 숨이 우주와 연결되어 무질서도를 높인다는 책의 내용이 연상되었다.
그런가 하면 김상욱은 이렇게 적었다. ‘F=ma’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은 이 식을 동어 반복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우주가 하나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그 소프트웨어는 이 한 줄의 문장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모든 묘사가 너무나 물리적이면서도 너무나 인문학적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전작 『글자 풍경』 때도 그 박식함에 감탄했던 저자 유지원에 대해 더더욱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고대 중국의 수리 관념을 끌어다 두 이질적인 문명에 대해 묘사하고자 했던 부분, 이상의 「오감도 시제 4호」에 찍혀있는 숫자를 다시 필자가 직접 재현한 공정을 보여준 것, 바흐의 칸타타를 통해 죽음의 본질을 깨닫고자 한 것 등이 너무나 인상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두 저자의 공동 집필로 만들어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두 분은 각자의 분야에서 참으로 뛰어난 분들이지만 동시에 겸손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전문 영역 안에만 갇혀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학문에 대한 열린 마음과 호기심,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분들의 마음가짐이야말로 진정한 학자의 정신이며 그 마음가짐과 시도로 이런 대단한 융합이 가능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이분들이 이 책을 준비하는 작업을 기꺼이 즐겁게 하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책의 곳곳에서 그런 즐거움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인 나도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즐거웠고 더 많은 상상을 해볼 수 있었다. 우리가 단정 짓고 한정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고 내 안의 편견들을 깨트려가는 즐거움을 다른 분들도 이 책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키프로스'님은?
책과 여행을 좋아하며 책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꾸며 좋은 책들을 함께 나누는 기쁨으로 서평을 쓰는 블로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