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영이 (02)

2016년 3월 9일 오늘의 책

영이 (02)

김사과 | 창비 | 2010.12

분류 : 소설

정가
$36.00
판매가
$19.80 (45%↓)
적립금
$0.40 (2%P)

상세보기 >

서울은 아프다

'김사과'는 '독사과'?  이 사회에 대한 냉혹한 거부, 충격적이다!

우리는 지도로만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것은 서울에 대한 책이 될 거야. Y가 말했다. 그것은 잡지이자 일종의 여행기가 될 거야. 여행기이자 소설이며 소설이자 인터뷰집이며 인터뷰집이자 일기며 일기이자 사진이며 사진집이자 시집이며 시집이자 백과사전이 될 거야. 하지만 결국 그것은 책이 아닐 거야. 그러니까 그건 어쩌면 영화일지도 몰라. 혹은 커피일지도 모르지. 혹은 구두일지도 모르고, 혹은 거울일지도 몰라. 그 거울은 우리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어떤 것을 비추게 될 거야. 그건 너무 이상해서 보는 사람들은 모두 눈이 머는 편이 나을 거야. (233쪽)

소설집 『영이』의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 「매장」에 ‘지도로만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이라는 주인공 ‘나’와 ‘y'의 기획이 있는데, ‘김사과’의 작품들에 대한 한 문장의 정의라 할 수 있다.

비위가 상하는 무심한 살인과 흐르는 피, 그리고 도시와 세상, 저자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을 향해 붓는 증오와 분노는 낯선 괴이함이다. 다만 독자는 이러한 이상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겨운 공포 아닌 공포, 고통 아닌 고통과 함께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워진다.

소설은 분노와 증오의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이며, 그 실체를 깨닫는 순간은 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회가 만들어낸 타율성에 길들지 않고 이에 얽매이지 않으면 마치 삶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 이러한 구속적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즉 완전한 해방이란 것을 알게 되면 동공이 부채살처럼 확대되고 떡 벌어진 입과 같은 형상을 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공포를 마주하는 것이다.
다리미로 민 것 같은 얼굴, 실리콘이 박힌 얼굴, “분홍색 푸들”처럼 하고선 뒤뚱거리는, 아무런 생각조차 없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것은 사실 별 감흥이 없지만 잔잔한 멀미와 비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물질의 풍요, 기계적 편의성, 신체를 한낱 부품 정도로 이해하는 인간들에게서 진정 “무지는 행복의 충분조건”임을 확신케 한다. “심지어 자신이 행복하다고까지 생각하는” 괴물들은 “무지가 모든 오류의 충분조건”이기도 하다는 것까지 증명한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꿈과 환상으로 지탱되는 도시 “서울”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인간은 얼마나 될까? 매순간 타인에게 증명되고 갱신되기 위해 사는 삶, 단지 살기 위해서 사는 삶에 초점 잃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 초라함도 모르고 허우적거리는, 정말 함께하는 것이 싫은 인간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고 싶은 충동이 왜 안 일겠는가? 소설 속 인물들의 정신 분열적인 심리와 행동, 가학적이고 충동적인 폭력과 살인은 그 자체로써도 진실이지만, 현실의 인간들이 보이는 작태 또한 정신병자이기는 매한가지다.

차바퀴에 손이 깔린 노파의 구원을 무시한 채 지갑 속 돈을 훔치고 살해하여 상자에 구겨 넣는다. “이미 죽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늙어빠진 할머니”이니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잖아요?”라는 항변이나, 그래서 그건 거의 살인도 아닌 것이고, 거의 살인이니까 정말 살인은 아닌 거라는 주장은, 세상에 대한 증오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좁은 골목길의 국밥집 여주인을 칼로 살해하는 순간 발기한 자신을 깨닫는 소름끼치는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가 난 자신의 감정에만 귀 기울이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신분열적 초상이다.

“모든 것을 타인의 의지로” 해 왔으며, “타인의 욕망을 대리한” 것이니 내가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이 역설의 역설만큼, 『영이』에 수록된 8편의 소설은 잔인하게 사회를 후려치고 있다. 천연덕스러운 냉혹함으로, 그러나 명료한 사회분석적 통찰을 안고 말이다.

뉴욕의 어느 한 구석을 닮아가려는 머저리 같은 지향성의 도시 ‘서울’과 그 속의 인간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끝이 어디인지 알고 있을까. 저자의 진단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절망감은 결국 이 사회를 이루는 역겨운 장치들을 거부하는 발작적 증상, ‘정신분열’의 상태로 터져버릴 수밖에 없다.  저자의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에서 말하고자 했던 세상의 추레함과 비루함, 그리고 삶의 흉물스러움의 생생한 모습을 다시금 『영이』를 통해 조우했다.

저자 김사과는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빠져들게 되는 힘을 가진 작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비의식'님은?
필리아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그리고 다시, 우리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미디어&관련기관추천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문학상추천문학상추천

mor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