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8일 오늘의 책
사노 요코 | 마음산책 | 2015.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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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한부 삶을 안 뒤 더욱 명랑해진 일상 『100만 번 산 고양이』 작가 사노 요코의 ‘음울’하면서 ‘통쾌’한 일기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다. 안 야무지게 사는 편이 행복하다?. 겨우 먹고 사는 게 적성에 맞는다. 일흔이 되어서도 근사한 남자를 좋아한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안다. 이렇게 시크한 여자(할머니)를 보았나! -임경선(칼럼니스트) 전 세계에서 40여 ...
얼마 전 헌혈을 했다. 회사 사회공헌 행사 일환이었다. 마지막 헌혈 일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헌혈 전 문진표를 작성하는 대한적십자사 직원은 컴퓨터를 두드려보고는 '나의 직전 헌혈 일이 약 20년 전'이라고 알려줬다. 당시에는 혈액형만 대충 확인하고 피를 뽑았던 것 같다. 이번에 대한적십자사는 내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한 달 내 해외 다녀온 적 있는지, 최근 내시경 검사받았는지, 복용 중인 약은 없는지... 문진표 작성에만 한 5분이 소요됐다. 마치 '당신 진짜 피 뽑아도 괜찮겠어?' 하고 묻는 듯했다. 마음은 17년 전 그대로였지만, 육신은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실 누구나 늙고, 죽는다. 하지만 우리는 늘 망각한다. 인류는 죽음을 일상에서 분리해낸 이후 오히려 삶을 가볍게 여기게 됐다고 들은 적이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집에서 치렀던 장례를 최신식 병원으로 옮긴 이후부터 삶과 죽음의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노화의 문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은 드물다. TV를 틀면 황금시간대에는 젊은 사람들 얘기뿐이다. 노인들의 성 문제는 추악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우리는 늙지 않는다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은 아닐는지.
사노 요코 할머니의 '사는 게 뭐라고'를 읽으면 우리가 회피해온 노화와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책은 '카르페 디엠'류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요코 할머니는 자신의 일상을 얘기한다.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람은 늙어 죽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위트도 잃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나이 들면 이렇게 되니, 당신들은 그렇게 살지 마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책의 미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다음은 인상 깊었던 몇몇 구절들이다.
"나는 어른이 덜 된 것일까. 점점 풀이 죽는다." (186쪽, 여동생과 싸우고 난 후 68세의 요코 할머니는 어른이 덜 됐다고 푸념한다.)
"나도 모르게, 정말로 부지불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순이 넘었다.(중략) 이 나이가 되니 마음이 화사해지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다." (220쪽)
"돈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필요할 때는 필요한 물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한 물건이 없다. 필요한 건 에너지다." (66쪽)
"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또 침대에서 발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아직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77쪽)
"늙은이는 공격적이고 언제나 저기압이다." (81쪽)
"어릴 적에는 피로라는 말을 몰랐다. (중략) 젊은 시절에는 하루밤 자고 나면 피로가 풀렸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자 무리하면 근육이 다음 날부터 저려왔다. 좀 더 나이 들고 보니 이틀이 지나서야 근육이 욱신거렸다. 한 친구는 술을 마신 이틀 후에 숙취가 생긴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노인이 아닌가.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노인이 굼뜬 건 늙어서 그렇겠거니 싶었는데 속사정이 이랬다니." (110쪽)
"나는 열여덟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부부 생활 중 몇십년은 몹시도 괴로우리라는 것을. 하지만 고통스러워도 그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는 노후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에게도 화사한 마음을 건네받지 못하는 동지끼리 툇마루에서 말없이 감을 깎아 먹고 차를 마실 날을 위해서다." (222쪽)
도치뭉의 해피블로그'를 운영중인 샐러리맨 얼러리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