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다룬 책들도 상당히 좋아할 것이다. 타인의 서재를 기웃거리고 싶기도 하고, 타인의 책 읽는 취향이 궁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책을 다룬 내용임이 묻어난다. 지금껏 만났던 책에 관한 책들 중에서 한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 책이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과 좀 더 가까운 에세이였다.
18편의 에세이 속에는 책으로의 다양한 접근이 시도된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썼더라면 한가지로 일축되었을(‘나는 책이 좋다’라고) 소재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부모 밑에서 책과 함께 자라온 저자는 책을 통해 사랑을 하고 결혼도 했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면서 남편과 많은 것을 공유했지만, 서재만은 따로 쓰던 이 부부는 마침내 서재의 결혼을 이행한다. 하지만 서재 합치기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다. 이 책은 책 분류, 중복된 책의 소장 여부 등 서재 결혼시키기가 남녀의 결혼만큼이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의 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과연 이다음에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서재의 쓰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부가 겪은 서재 합치기의 문제들을 자신 있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이 책을 분류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책 분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작가별로 나눌까? 시대별로 나눌까? 아니면 내용별로 나눠?’ 이런 식의 고민은 끊임없이 거듭되었다. 지금까지 나의 책 분류는 좋아하는 작가 순으로 이어지다 책들의 키 높이로 끝나버리는 단순한 정리였기 때문이다.
저자가 펼쳐놓은 책에 대한 경험담은 다양했다. 그 다양함을 보면서 작가가 무척 부럽기도 했다. 특히 지금 남편과의 현장 독서는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예전부터 폭풍 전야의 언덕에서 <폭풍의 언덕>을, 폭설이 내리는 겨울에는 <설국>을 읽는 현장 독서를 꿈꾸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랜드캐니언 급류에서 야영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탐험일지를 읽었다는 저자가 어찌 부럽지 않았겠는가.
또한 헌사의 쓰임 여부에 따라 고서적의 가치가 나뉘는 부분 또한 지나칠 수 없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책이 생기면 속지에 그날의 기분이나 책에 대한 기대를 적고 책꽂이로 옮기는 버릇이 생겼다. 책을 선물할 때도 책머리에 헌사를 쓰게 된다. 얼마 전 들른 헌책방에서 책머리에 헌사가 있음에도 팔아 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선물한 책을 발견하게 되면 부딪힐 두려움과 서운함이 교차하기도 했다. 저자도 자신이 쓴 헌사를 헌책방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씁쓸함을 뒤로하고, 헌사로 인해 책의 가치가 달라지는 현실을 언급했다. 저자의 글을 통해 책의 가치는 책을 읽는 독자가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헌사를 쓰리라 마음먹었다.
독서 습관에서 생기는 장애를 다룬 부분도 피해갈 수 없었다. 바로 ‘책의 보존 여부’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는 비교적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 책을 거칠게 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책을 빌려주는 경우가 드물다. 차라리 책을 줘버리거나 사주고 말지 책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책이 원래의 모습에서 변형된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못 빌려준다고 못을 박았지만, 이 방법은 인간관계에서 상당히 불편하다. 이러한 나이기에 다음과 같은 저자 가족의 독서 습관을 보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자의 남편은 사우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책이 벌어질 정도로 쫙 펴서 본다고 한다. 저자는 수많은 메모를 달며 책을 읽고, 저자의 아버지는 비행기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읽은 장들을 찢어서 휴지통에 버린다고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만큼 책을 사랑하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책을 깨끗이 보는 나로서는 이런 방법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책의 겉모습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거라고, 책을 보는 방식은 다양하기 마련이라고 겨우겨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저자의 유별난 책사랑, 책에 대한 지식, 색다른 관념을 통해 일상과 책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생활과 책, 현실과 책에 대해서도 새로이 생각했다. 키 높이로 정리되어 있던 나의 책장을 뒤집은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장르별로 책을 세세히 나누어서 분류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은 눈에 잘 띄게 배치해놓았다. 그 뒤로도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책장을 다른 방식으로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책과 내가 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든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정리하게끔 했다. 책의 겉모습에 갇혀 독서하던 내 모습을 돌아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책에 대한 습관도 버렸다. 이처럼 책을 사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보게 된 데에는 이 책의 도움이 크다. 책을 사랑하는 가족 틈에서 자라나 책에 관한 한 자유로울 수밖에 없던 저자, 그의 남다른 경험담이 없었다면 내 독서에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타인의 서재와 결혼하는 것이 힘들다면(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 내 서재와의 만남을 진전시켜 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서재와 가까워질 때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서재 결혼시키기>다. 이 책과 함께 즐거운 만남을 꾀하길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님은?
10년째 읽고 난 모든 책을 리뷰로 남기고 있는 성실 북로거. 낯선 분야의 다양한 책을 접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다고. 2006년 '네이버 파워유저' 책리뷰 부문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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