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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2015년 7월 8일 오늘의 책

미제레레

김안 | 문예중앙 | 2014.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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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공동체 속에 투척하는 최후통첩 지적인 방식으로 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나면 진한 서정성이 남는다. ― 조강석 문학평론가 “자폐적인 독백이며, 절망”이자 “신적 황홀로 가득한 언어들”(박?상수 시인?문학평론가)로 고유한 서정성을 펼쳐온 김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미제레레』(문예중앙시선 034)가 출간됐다. 언어라는 육체, 시라는 애인에 대한 농밀한 외설과 사랑을 감행하던 시인은 이제 당신과 나를 둘러싼 사회를 향해 한 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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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인 시


이름이 예쁜 시집. 미제레레는 '죽은 사람을 위하여 부르는 단선율 성가' 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당연히 사후에 불리는 노래일 것이고, 기도와 고백, 그 비슷한 의미라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집의 제목은 더욱 적절하다. 시집의 흐름이 죽음과 기도, 고백의 내용과 이미지를 활용. 내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시집은 빛을 보여주고 그림자를 끌어낸다는, 시작법의 기본 공식에 충실히 응한다. 문장은 제각각 명확한 의미를 지닌다. 시 해설의 같은 부분에 정직하게 대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며 동시에 섬세하다. 미리 끝을 정해두고 쓰는 시인은 없을 터. 글을 쓰며 이성적인 논리를 벗어나고 싶은 시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 그래야만 좋은 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에 쓰인 문장이 다른 문장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에 소모되고 만다면 그 시는 또 다른 내적 논리를 잃는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언제나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반성과 후회 때문에 고통스럽다. 그것은 '문장을 쓸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하지만, 문장에 반격을 가해 해체 할 것이냐 시적 내재성을 옹립할 것이냐의 문제로 시인의 생각을 어지럽힌다. 무엇을 해체할 것인가? 쓰이지도 않은 말들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이 끌어모으는 문학적이고 필연적인 등장이다.


시인은 자신의 절대적으로 유별난 '선호'의 보호를 받으며 말을 한다. 그 말은 자신이 있던 자리를 통과하여 읽는 사람에게, 또다시 부재를 일으키며 전달된다. 이러한 부재의 전달, 연쇄적인 진공상태의 필연은, 몸통이 없는 현실, 일사불란한 해체를 꿈꾸고, '꿈으로 유발'하는 것만 같다.


질문을 해체하면서 등장하는 내부로부터의 움직임이 시가 휩쓸고 간 자리에 부재를 불러일으켰음을 알게 된 시인. 그는 자신이 꿈꾸던 충만함이 그릇되지 않았으며, 결핍에서 비롯된 일사불란함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끝내 자신의 얼굴, 자신의 거시적이고 가장 피상적인 얼굴인 '선호'를 목격한다.

 

말이 샜지만 김안 시인이 가진 '선호'는 자연스럽고 정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선호가 조금 더 시련을 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의 손에 대고 말하는 것이라고. 그의 얼굴에 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손에 대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나의 요청은 시의 바깥에서도 윤리적이고, 시 안에서는 더욱 윤리적인 것이라고. 그러한 요청은 시의 본체를 부재시키고 유별난 것으로서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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