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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몽타주

2013년 7월 8일 오늘의 책

기억의 몽타주

류동민 | 한겨레출판 | 2013.06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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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비루하고 누추한 이 현실의 누더기 속에서 한 세대의 젊은 사람들이 《자본론》을 금기로부터 해방시켰고 《자본론》을 읽을 수 있게 함으로써 그것을 비신화화하였다. (……) 그간 뉴라이트, 식민지근대화론, 신자유주의, 종교적 광신 등으로 흩어져 나갔지만 《자본론》을 번역한 세대는 그들의 시대를 공시적으로 전체화하는 에피스테메를 공유한다. 수천 조각의 레고들을 수백 개로 모으고 다시 수십 개로 모아보면 구멍투성이의 논리적 궁지에도 불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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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말 사이

 

모든 시간은 어쨌든, 개인적으로만 체험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시간은 무수한 개인을 안고 흘러간다. 그만큼의 기억을 낳고 사라져간다. 개인 안에서 붙들리고 버려지고 왜곡되고 편집된 기억이다. 대개는 무관하게 간혹은 겹치고 충돌하는 개인과 그들의 기억, 어딘가에 객관성을 표방하며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가 있다. 개인과 개인, 기억과 망각, 기록과 누락 사이의 틈새를 지우며 하나의 시간이 남긴 하나의 사실인 양 그렇게.

 

《기억의 몽타주》는 그 틈새들에 주목한다. 개인적으로 체험된 시간과 그에 대한 기억, 그 기억에 대한 기록 사이에서 벌어지는 틈, 그 균열의 흔적 그 자체를 드러내는 기록을 자처한다. 때는 1988년, 당시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저자의 기억이 <서울, 1988년 여름>이라는 자전적 소설로 기록된다. 그리고 그 기록은 기억과 망각, 왜곡과 편집에 관여한 저자 자신에 대한 의식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는 것으로 파헤쳐진다.

 

말하자면 이 책은 1988년 서울에 관한 내 꿈(1부)과 그 꿈에 관한 꿈꾼 이, 즉 나 자신의 설명(2부)으로 구성된다. 그 꿈은 1988년의 서울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013년 또는 다른 어떤 때의 서울 또는 다른 어떤 곳을 재현한 것일 수도 있다. 꿈에 과한 설명 또는 1988년 서울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비록 특정 시기의 개인적인 경험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우리가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 그 원리에 관해 생각해보려는 작은 시도이기도 하다. (8쪽)

 

1988년 서울, 대개는 ‘88 서울 올림픽’으로 각인되었을 그때의 이야기는 바로 전해인 1987년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이 있었고, 그로 인한 대학가의 격렬한 시위와 광장 정치,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으며, 그러나 “군사 쿠데타의 주역에게 합법적으로 권력을 갖다 바친 치욕의 한 해”였던 87년. 그때를 지나 사회과학 출판 붐을 타고 금기와 억압의 대상이었기에 더욱 열망하게 되었던 《자본론》과 그 책의 은밀한 번역에 동참한 ‘나’가 있다.

 

이후 남한에서 처음으로 완간된 《자본론》을 보며 “한국 사회의 짧았던 마르크스 르네상스는 그러므로, 기이의 과잉 또는 기표의 부족, 그로 말미암은 갖가지 ‘응축’과 ‘오誤선택’의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그 와중에 마르크스의 기의는 사라져 보이지 않고, 그의 기표들만이 창백한 모습의 유령이 되어 허공을 떠돌아다녔다. 섬광처럼 짧게 빛났던 마르크스 르네상스는 곧 사라졌고 다시금 새로운 기표를 향한 끝없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 비로소 우리는 《자본론》을 객관적인 ’풍경‘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일까?’”라고 회상하기에 이른 ‘나’가 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 말하고 말하지 않은 스스로를 응시하는 저자가 있다. “1988년 여름의 서울을 재현하는 주체로서의 내가 끝까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과연 나 자신은 금기와 억압 때문에 욕망을 갖게 되었던 주체들에 속하는가 아닌가라는 점”을 따져 물으며 기억과 그것의 재현인 말 사이에서 틈을 벌리고 그 틈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말하고 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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