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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소년

2017년 6월 8일 오늘의 책

구체적 소년

서윤후, 노키드 | 네오카툰 | 2017.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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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인 × 만화가 \u003d 만화시편 귓가에 맴도는 詩의 소리와 닿을수록 새겨지는 만화의 온도 만화시편; 그래픽 포엠이라는 낯선 텍스트의 낯익은 온도 이 책에는 서윤후 시인의 첫 시집에 수록된 시 10편과 미수록 시 10편을 담았습니다. 각각의 편은 〈만화〉―〈시 전문〉―〈시인의 코멘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수 한 수 읽고, 보고, 느끼고, 사색하시기를 바라며 책을 만들었습니다. 시인의 말 中 시가 만화로 그려지는 일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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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라는 세계


쓰지 않고는 넘어가지 않는 시절이 있다. 오래 문을 닫아두고 외면했던 시간을 발굴해내는 기분으로 문장을 쓴다. 기록이 될 수도 있고 써 놓고 잊어버리는, 시간을 견디는 미약한 힘으로 남을 수 있는 글을 적는 밤에서 새벽. 연필을 꾹꾹 누르는 힘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공책은 저절로 두꺼워진 것 같은 착각에 우쭐해진다. 모든 시시한 것들에 위로를. 자라지 못한 볼이 빨간 사춘기들에게 만세를.

학교가 끝나면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에 환호했다. 밤이다. 우리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어둠이 찾아온다. 무거운 가방을 버려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침묵으로 퀴퀴한 활자들이 숨을 쉬고 있는 새로운 하늘. 허리를 숙이고 입을 가리고 죽은 영혼들을 불러냈다. 엄마, 아직 거기 있어요?

어제의 지하와 오늘의 지상이 만나는 철도역에서 만나자. 목도리로 얼굴을 감춘 중학생은 대학으로 오면서 겨우 땅만 쳐다보며 걸었다. 구체성에 갇힌 소년은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나쁜 소년으로 운동장을 서성이거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공을 찼다. 돈을 모아 지구 안을 떠돌았다. 시력이 약해 밤에만 돌아다녔다. 넓게 만든 책상 위에 책장을 올려놓고 정리 정돈으로 한 세계를 살아냈다.

문예지를 사면 시가 적힌 페이지를 잘라 여자아이에게 건넸다. 여자아이는 자주 울고 울다가 먹은 것을 토했다. 소설을 써보라고 권했다. 시가 되지 못할 바에야. 우리의 언어는 치밀하지 못했고 도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귀를 잃어버렸다. 내일만 말하는 의사는 습관적으로 다리를 떨었다.

서윤후 시, 노키드 만화 『구체적 소년』의 시적 화자는 어른이 되지 못한 성장을 포기한 소년이다. 고독의 힘으로 나이를 먹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해 좌절을 복기하는 소년은 남극으로 향한다.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힌 시간의 방향을 찾지 못한 방에서 하루를 겪어낸다. 아무도 들여다봐주지 않는 소년의 세계는 해적단으로 고아 축구단으로 활약한 이력만 있을 뿐이다. 버림받았다고 고백하고 싶지만 그 말을 해버리면 소년의 세계는 출구를 잃어버린다.

만화로 그린 시는 활자로 시인의 말로 다양한 시 읽기를 제공한다. 한 편의 시 안에서 일어나는 시적 긴장감을 만화로 그려낸 『구체적 소년』은 시 읽기의 재미를 준다. 모든 시 편을 이해하려고 들면 연결성을 찾지 못해 헤맬 수 있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는 다가온다. 소년의 세계를 이루는 이미지와 장소가 있고 소년이 꿈으로 환영으로 소유한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소년이 말을 걸어온다. 온통 검은색으로 간직한 내면을 펼치기 시작한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우리는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성장이라는 단계를 건너뛰어 어른이 되었지만 매일 실패의 기록만 쓰고 있습니다. 허연의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읽으며 맹렬하기만 했던 어느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민구의 『배가 산으로 간다』는 사물과 현상을 집요하게 바라보는 젊은 시인의 집요함과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시집입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너덜너덜해진 영혼을 널어 말려 두고 싶을 때 박용하의 『영혼의 북쪽』을 읽습니다. 우리는 성장을 일시 정지 시킨 채 살아가지만 서윤후의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들이 다가와 재생 버튼을 눌러 줍니다. 내일이라는 시간으로 우리의 망명을 도와줍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뚱럽'님은?

오늘은 또 무얼 먹으며 책을 읽어야할지 고민 하는 뚱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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