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8일 오늘의 책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 열린책들 | 2017.03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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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노인 강도 메르타 할머니가 1년 만에 돌아왔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두 번째 책, 드디어 출간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장편소설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16년 1월 국내 출간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의 후속작이자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스웨덴에서 45만 부, 전 세계적으로 160만 부 이상 판매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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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숫자냐고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이렇게 눈앞의 숫자로 보니 많긴 많네요. 다름 아닌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에 등장하는 다섯 주요인물 나이를 합한 숫자입니다. 메르타 안데르손을 비롯한 5명의 노인은 소위 ‘노인 강도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를 조직하여 스웨덴의 국보급 그림을 슬쩍했지요.
이 숫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지수(몸)를 나타내지만 한편 세월의 인내와 지혜, 그리고 인생의 축적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인간에게 몸, 이 형이하학적(하드웨어적) 실체는 삶의 근원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매번 몸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지요.
고령화라는 용어가 이제는 더는 낯설지 않은 지금, 우리에게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를 온전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형이상학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시기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소프트웨어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작품이 바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메리타 할머니 시리즈이고요, 우리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진정한 하드웨어, 즉 몸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는 카다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독자들은 아주 독창적이면서도 친근한 캐릭터들을 대면하게 됩니다.
메르타 안데르손 (79세) : 노인 강도단의 리더. 합창단을 함께하던 친구들과 요양소를 벗어나 노인 강도단을 만든다.
오스카르 크루프 (78세) : 닉네임 천재.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타고난 발명가. 기계를 조립하고 개조하는 취미가 있다. 비록 지금은 전동 휠체어를 개조하는 신세지만 젊은 시절 탔던 오토바이를 그리워한다. 사실상 노인 강도단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안나그레타 비엘케 (81세) : 전직 은행원이자 암산의 여왕. 웃을 때 말 울음소리를 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베르틸 엥스트룀 (82세) : 닉네임 갈퀴.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한때 선원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서 스티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스티나 오케르블롬 (77세) : 노인 강도단의 막내. 항상 차림새에 신경을 쓰며 뛰어난 수채화 솜씨를 가지고 있다. 문학 작품이나 속담, 명언을 자주 인용한다. 여성과 노인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다.
이렇듯 메르타 할머니와 그의 조력자들은 나이와는 정말 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종횡무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칠맛 나는 멘트를 쏟아냅니다. 각자의 개성에 어울리면서 거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루고 있지요.
1탄에 이어 이번에도 메르타 할머니 일당은 보통 사람은 짐작할 수도 없을 기상천외한 발상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기상천외한 상상을 사정없이 실천으로 옮긴다는 것입니다. 창창하다는 젊은이들도 상상에만 만족하는 것들을, 이들은 그대로 질러버립니다. 이런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인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요.
그동안 사랑방 뒤쪽에 자리 잡은, 다소 고지식하면서 불통의 대상 정도로만 인식되던 노인의 정체성을 완전히 180도 뒤흔드는 겁니다.
요나스 요나슨의 『창문넘어 도망간 100세 노인』을 시작으로 독자들에게 인기 장르로 자리매김한 노인모험소설은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맞물려 그 인기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고령화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느 시대나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소재와 사회적인 이슈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다이아몬드와 라스베이거스라는 부와 명예 그리고 양극화의 상징을 대두시킵니다.
다이아몬드는 예로부터 부의 상징으로 인류에게 많은 환상을 심어주었던 근원적인 심볼이고, 라스베이거스는 현대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인지되어 있죠.
작가는 이 두 가지의 거대한 상징을 마치 하찮고 손쉬운 분리수거처럼 격하시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드웨어 연식이 거의 4백 살 가까이 된 노인들의 소일거리처럼 전락시키면서 부의 상징이자 양극화의 표본에 대한 정면 도전을 실행합니다. 이러한 설정과 구성은 이번 작품 역시 작가의 사유가 기초공사에서만큼은 확실히 다져지고 있고 충분히 그 힘이 내재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작가는 사회 근원적 문제에 대한 고찰을 인생의 선배 격인 나이 든 노인들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고, 이와 동시에 하드웨어(몸)로 인간을 판단하는 관념에 경종을 울리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판 홍길동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풀어가는 포복절도할 설정, 여기에 이보다 안성맞춤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실현 가능할 것 같은 설득력과 이야기 전개의 매끄러움이 독자들을 웃겼다 울렸다 하면서 대리만족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단지 고령화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더불어 같이 나아갈 방안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소설에 ‘복지’와 ‘분배’라는 다소 무겁지만 거역할 수 없는 담론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속편은 원판보다 떨어진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펜벗 인터뷰
1. 몸이라는 주제로 노인모험소설에 주목하셨어요. 노인모험소설의 부상은 나이 듦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노인에 대한 관념이 과거 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에서, 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서향 님은 노인모험소설의 부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고령화 시대라는 화두가 새삼 등장하고 있지요.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현상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는 고령화 시대에 관한 인식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100세 시대라는 슬로건은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지요. 시대의 변곡점마다 그 선두에서 패러다임을 끌어가는 것이 문학이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노인모험소설이 주목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인모험소설을 단순히 생각하면 노인이 주인공인, 노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전부인 것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사유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몸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들어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관한 작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노인 관련 콘텐츠가 새롭게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인모험소설은 그 시대를 여는 선두주자가 아닐까 합니다.
2. 서향 님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서향이란 닉네임은 어떤 의미인가요?
書香. 굳이 직역하자면 글의 향기라고 할까요. 사람마다 체취가 서로 다르듯이 그 사람이 써내려가는 글 속에도 저마다 다른 향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닉네임으로 정했습니다. 무엇보다 글에 저 자신만의 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닉네임을 정했던 것을 여태 사용하고 있습니다.
3. 펜벗 5기 활동이 오는 6월 마지막 큐레이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펜벗은 서향 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지금까지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펜벗 활동을 처음 하면서 이를 계기로 하나의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이 의미 있었어요. 그동안 책을 읽고 리뷰를 어느만큼 써봤다고 나름 생각해왔는데,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작품을 읽고 주제에 맞는 리뷰를 써내려가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달 미션에 맞는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 그리고 약간의 고민과 압박감…. 상당히 흥미로운 활동이었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서향'님은?
책과 함께 하는 좋은 세상 만들기.
| [서향 님의 테마북 – 몸이라고 다 같은 몸인가?]
| 펜벗 큐레이션 Vol.22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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