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8일 오늘의 책
오후 | 동아시아 | 2021.01
분류 : 역사/신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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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점성술부터 현대의 종교와 사상까지, ‘미신’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한한 스펙트럼! 당신이 믿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미신이다! 우리는 흔히 ‘미신’하면 별자리, 사주팔자, 풍수지리, 관상, 신점 등 한정된 범주에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과감하게도 ‘미신’이라는 큰 틀에 정치,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류사를 관통한 모든 주제를 끌어와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감히 종교가 미신이라고?’ 몇몇 신실한 종교인들은 저자의 대담하고 발칙한 ...
개인적으로 미신, 종교, 혈액형, 점성술, 귀신, 별자리 등을 회의적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 줄 거의 완벽한 근거들을 제공해주는 책이었다. 책의 주제와 내용도 맘에 들었지만 오후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정말 취향 저격이었다. 명쾌하면서도 유쾌한데 전혀 가볍지 않은 묵직한 메시지까지 갖췄다.
소설도 아닌데 한번 집어 들면 빠져들어서 계속 읽게 되는 페이지터너 교양서였는데 이 책을 찬사하는 추천사들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독자의 멱살을 끌고 고대 별자리로 시작해서 동서양의 미신을 오가다 종교와 사상을 거쳐 가짜 뉴스 앞에 던져놓는다. 술자리에서 아는 척하기 좋은 지식의 대향연이고 자신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사람도 흠칫 놀랄 정도다.
책의 구성은 아홉 개의 챕터로 이어지는데 미신의 탄생부터 가부장 신화를 시작으로 미신에 대해서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눠 명쾌하게 정리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나왔지만 인류의 문명을 일으킨 최대 공신 역시 미신이며, 그 미신의 이름은 ‘농경’이라고 주장한다. 농경을 시작한 인류는 탄수화물 덩어리만 섭취했기 때문에 늘 영양 불균형에 시달렸고, 인간의 신체와는 맞지 않는 농사일 때문에 허리는 휘었으며 관절에는 무리가 왔다. 저장을 통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 생기자, 이는 부족 간의 싸움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농경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약 1,0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며 농경을 시작한 이후 인류는 수렵 채집 시절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았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종교와 정치, 사상 등에 대한 과감하고 도발적인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다. 종교가 힘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상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종교보다 더 종교적인 사상 ‘공산주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류의 믿음을 담은 ‘민주주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수렴해버리는 ‘자본주의’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미신’으로 통칭하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이성과 합리의 시대가 아닌, ‘미신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사실 믿을 만한 것을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그건 당연한 거다.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것은 당연한 거다.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다.
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의 이름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 그것이 순교든 테러든 대량 학살이든 종교의 힘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벌어진다. 물론 믿음이 선하게 작용하는 때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사람이 순수한 악에 닿는 순간은 종교를 포함해서 자기 믿음에 가득 찬 순간뿐이다.
사람들이 상상을 진지하게 믿으면 그것은 실현 가능한 것이 된다. 지동설이 주창될 초기에는 천동설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지동설에는 ‘아름답고 단순하다’는 것 외에는 별 장점이 없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아름답고 단순한 지동설을 믿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진실을 밝혀냈다. 그런 면에서 초기 지동설 학자들은 신념의 도약을 한 회의론자였다. 회의론과 신념의 도약이 꼭 충돌하는 건 아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ggussy'님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다양한 책을 즐겨보며 가끔 SNS에 리뷰도 적으며 생각과 느낌들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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