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8일 오늘의 책
데이브 컬런 | 문학동네 | 2017.08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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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부터 집필까지 10년이 걸린 저널리즘의 역작 세기말 일어났던 끔찍한 테러,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보고서 『콜럼바인』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작가 들이 이 유례없는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써왔지만, 공개된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고 그마저도 여러 의도에 따라 편집되었으며 목격자들의 진술도 제각각이어서 여간한 작업이 아니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내내 미뤄진, 그러...
서평의 테마 "통(痛)"을 확인하면서 얼마전 읽었던 『콜럼바인 』이 떠올랐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1999년 4월 나는 대학 신입생이었다. 자의와 타의가 뒤섞인 고통과 인내로 점철된 고3시절을 지나 꿈에 그리던 대학 캠퍼스의 낭만과 여유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의 내게 이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유난히 싱그럽게 느껴졌던 캠퍼스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살인과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그 대조적인 상황적 간극이 내게 무겁게 다가왔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 2007년에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났다. 33명을 죽이고 29명을 다치게 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승희는 자신의 공격을 설명하려고 성명서를 남겼다. 조승희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람으로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에릭과 딜런을 언급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연구실 문 앞에 놓여진 신문 1면의 조승희의 사진과 사건에 대한 헤드라인을 보고 받은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은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각종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된 사건이었다. 이는 언론의 오보와 책임회피, 사건을 해결해야 할 수사당국의 직무유기로 인한 필연적 결과였다. 사건발생장소인 학교라는 공간은 교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인한 외톨이의 소행이라는 손쉬운 사건의 동기를 제공했고 언론은 교내 총격자에게 어울리는 가공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렇게 고스족, 게이, 사회부적응자, 거리의 깡패는 외톨이의 구체화된 이미지로 기정사실화되었다. 학교라는 범위를 벗어나자 과격한 음악, 영화, 비디오 게임의 유해성, 나치즘, 종교를 둘러싼 논란이 뒤를 이었다.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은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건을 보는 시각을 개인의 불행이 아닌, 문제의 발생원인이자 구조적 문제인 사회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책을 통해 콜럼바인 사건에 접근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세월호가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프레임은 신자유주의이다. 세월호는 우연히 발생한 해양사고가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예견된 사고라는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위한 증축과 개축, 과적과 평형수 부족이 그렇고, 선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안전을 담보하고 관리해야 할 국가기관이 구조적 유착으로 탈규제에 이르게 된 정황이 그렇다. 세월호는 국가와 사회의 부재 속에 약육강식의 원초적 본능과 무질서만이 존재하는 정글에서 잉태되었다. 이는 원자화된 개인의 처절한 몸부림만 남아있는 2000년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se)'라는 용어가 있다. '사덴'은 상처를 주는것, '프로이데'는 환희라는 뜻으로 '샤덴프로이데'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줌으로서 느끼는 환희를 의미한다. 누구나 한 번쯤 콜럼바인 사건의 주범인 에릭처럼 세상의 멸망을 꿈꾸거나 딜런처럼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부정적 파괴욕망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나의 행위로 인해 타인이 처하게 되는 고난적 상황을 기뻐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 기제는 어떠한 상황하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너무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나라는 자기정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공허함만이 깃든 상태에서 악은 발현될 수 있다. 불평등한 격차가 역전의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사회, 개선의 가능성, 그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불안과 허무를 느낀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자체에 악을 잉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이념은 없다. 이데올로기는 적절한 방법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악이 매력적인 이유는 콜럼바인 사건의 에릭처럼 악은 오로지 자기자신과 자신의 방식을 믿는 확고한 신뢰가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만 옳고 나만 믿을 수 있다라는 생각은 나 이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악을 극복하고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와 연대를 통해서 가능하다.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절망 속이라 해도 함께 있다면 자신의 아픔을 진정시키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 총격으로 도서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콜럼바인 사건의 피해자 패트릭은 구조를 기다리며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사건 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것은 믿음이었다. 그는 창문에서 뛰어내릴 때 누군가가 잘 잡아주리라는 것을 알았고 끝없는 아수라 속에서도 사랑스러운 세상은 항상 그곳에 있음을 믿었던 것이다. 쉽사리 변하지 않는 세계에 절망하지 않고 신뢰하고 연대하며 상호협력과 공생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비록 사소한 변화와 미약한 성공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그러한 곳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패트릭은 세상이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도서관 바닥에 쓰러져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찬찬히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것은 믿음이었다. 제가 창문에서 뛰어내렸을 때 누군가가 잘 잡아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사랑스러운 세상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504쪽)
"생존자들은 걱정을 잊으려고 평범한 일상에 집중했고 이런 승리를 통해 위기를 헤쳐갔다." (170쪽)
| 펜벗 인터뷰
1. 쉽사리 변하지 않는 세계에 절망하지 않고 신뢰하고 연대하며 상호협력과 공생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비록 사소한 변화와 미약한 성공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그러한 곳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몸소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2016년 10월 광화문을 밝힌 촛불은 17년 4월까지 이어졌고, 촛불은 전국 150여개 시군으로, 전세계 31개국 71개 도시로 퍼져나갔습니다. 누군가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1,700만여 개의 빛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며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독일의 공익정치 재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우리 국민을 2017년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민주적 참여권의 행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집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본 희망은 이것입니다.
2.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랜디로즈 님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함께 아파하시나요?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을 읽으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작가는 "타인의 내부로 온전히 들어갈 수 없다면 일단 그 바깥에 서보는 게 맞는 순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이고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죠. 저는 감히 제가 결코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의 진폭과 아픔을 공감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바깥의 폭을 좁히며 '밖'에서 '옆'으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3. 비극적인 사건에 의해 만인이 겪는 사회적 슬픔과 아픔을 다룬 책을 소개해주셨어요. 랜디로즈 님께 있어서 기억에 남는 사적인 '통'이 있다면요?
이 자리에서는 보잘 것 없는 저의 사적인 아픔을 밝히는 것 보다는 개인적인 다짐으로 글을 마치고 싶네요.
우리 곁에는 결코 없던 일이 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들을 품에 안은 채 상실과 아픔 속에서 삶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들과 함께 비록 미약하지만 힘이 되는 목소리로 위로하고 또 위로 받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랜디로즈'님은?
일생은 순간의 누적인 동시에 하나의 온화한 연못을 지켜나가는 것이라 믿는 행복이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