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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픈가

2013년 8월 7일 오늘의 책

사랑은 왜 아픈가

에바 일루즈 | 돌베개 | 2013.06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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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의 사회학 감정사회학의 대가이자 “내일의 사유를 바꿀 12인의 사상가” 중 한 명인 에바 일루즈의 역작 ‘감정 자본주의’를 파헤쳐 학계와 출판계를 놀라게 했던 그녀가 이번엔 ‘현대인의 사랑’에 관한 사회학적 고발장을 던진다! 우리 삶의 일상과 현대문화의 다각적 측면을 활발히 성찰해온 여성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특히 인간의 ‘감정’ 연구에 몰입해왔다. 지금껏 ‘감정’은 주로 심리학의 연구대상으로 여겨져왔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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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사회화

 

사랑, 이라고 쓰고서 나는 뭔가 더 말하기를 망설인다. 어디까지나 남에게 무의미한 내 사정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책감과 불안의 기억으로 다시금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모종의 화살이 결국 나를 향해 돌아오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패한 사랑에 있어 이처럼 죄인이 되는 사람은 비단 나뿐일까. 몇몇, 어쩌면 상당수가 이 문제를 자신 안에 가둔 채로 고통 받고 있지는 않을까. “‘개인의 책임’이 무한정 강조되는 시대”(16쪽)다. 사랑의 경우도 이 시대가 강조하는 바를 비켜가지 못했다.

 

사랑의 고통은 개인이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은 20세기 내내 무시무시할 정도로 괴기한 개선행진을 거듭해왔다. 이는 아마도 그 고통이 극복될 수 있다는 위로의 약속을 심리학이 동시에 제공했기 때문이리라. (…) 이례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른바 ‘자기계발산업’은 우리가 겪는 참상이 머리카락 한 올 어긋남 없이 심리발달의 역사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뿌리 깊은 확신, 이야기를 털어놓고 자신의 자아를 깨닫는 게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굳은 믿음, 고통의 원인을 알아내고 그 모델을 그려보는 게 그 극복에 힘을 실어준다는 신념 등을 바탕에 깔고서야 가능했다. 이제 사랑의 고통은 오로지 자아와 개인의 심리변화 여정 그리고 그 고통을 꾸미는 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문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16쪽)

 

《감정 자본주의》의 저자 에바 일루즈에 의하면 이 문제는 재조명되어야 한다. “개인의 좌절이 우리의 허약한 마음 탓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그 감정의 변화무쌍함과 갈급함이 사회라는 제도의 질서로부터 강제된 것임을 명확히 직시”(17쪽)함과 동시에 나 자신으로부터 세상에게로 던져야 할 질문을 통해서 말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 이를 논하기 위해 《사랑은 왜 아픈가》가 주목한 것은 여성의 사랑이다. 사람들 개개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근대에서 현대로 진입하며 급변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여성의 모습은 이전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우위를 점해왔던 남성에 비해 큰 폭으로 변화했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자유를 누리고, 사랑의 측면에서도 그런 듯 보인다. 하지만 에바 일루즈는 그와 함께 “경제가 욕망의 기관차 한가운데로 돌진해 들어”(115쪽)왔음을, 그것이 여성의 사회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지적한다. 예컨대, 아름다움에의 욕망은 현대사회에서 소비문화의 적극적 주체가 되는 식으로 해소된다. 여성이 소비하는 “의상, 영화, 광고, 음악, 화장품 등 이 모든 경제 분야”(89쪽)는 그들이 생산한 아름다움이 사랑을 부르리라고 주장한다. 그녀들은 설득된다. 여성에게 이것은 근대의 계급이나 성별과 같은 타고난 신분을 대체하는 가치판단 기준이다. 또한 사회화의 한 방식일 것이다.

 

여기서 사랑과 욕구는 사회라는 연결고리에서 감정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접점들이다. 사랑의 경험은 가치라는 물음에 대답을 주기 때문에 현대에서 사랑은 ‘사회적 가치’를 생산해주고 안정화하는 능력을 구사한다. 악셀 호네트가 보여줬듯, 사랑은 ‘인정’, 곧 심리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인정의 과정’을 만들어주는 패러다임이다. 사랑은 결코 사적이기만 한 게 아니다. 또 공적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심리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며,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고, 감정이자 곧 의례인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자아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237쪽)

 

그러나 현대인 중에서도 “인정과 결속의 게임규칙을 정하는 쪽은 틀림없이 남자”이며 “여성은 공공영역에서는 평등을 놓고 투쟁하면서도 이 이상에 스스로 동의”(116쪽)했다고 에바 일루즈는 덧붙인다. 이는 곧 “여성의 주관이 자율과 인정 사이의 긴장에 사로잡힌 포로이며,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명확하고도 강력한 사회장치는 찾아볼 수 없음을 암시”(295쪽)하는 바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사랑이 “또 다른 불평등”(123쪽)의 영역을 비추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성만의 담론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역설적으로 남성에게도 불평등하지 않을까? 사랑은 모두에게 개인적으로 끌어안기보다 사회적으로 성찰해야 할 문제다. 그때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화의 길목이 열릴 것이다. 길 위에서 “새로운 형식의 열정적 사랑”(475쪽)을 찾을 수 있다면 나는 그만 이 책을 덮어도 좋으리라.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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