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7일 오늘의 책
한승태 | 시대의창 | 2018.04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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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고기 사이에, 한번쯤은 놓여야 할 이야기 “세상의 더 낮은 곳을 보는 사람”(김민식 MBC PD), 작가 한승태가 한국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자기 자신과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함께한 닭, 돼지, 개 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노동에세이이자 ‘맛있는’ 고기(닭, 돼지, 개)와 ‘힘쓰는’ 고기(사람)의 경계에 놓인 비망록이다. 전작 《인간의 조건》을 통해 꽃게잡이 배에서 편의점에 이르는 여러 일터에서 ...
이따금씩 개식용에 관한 문제가 논의될 때, 돼지, 소, 닭은 아무렇지 않게 먹으면서 왜 개에서만큼은 죄책감을 가져야 하냐고 반문했다. 개도 축산물로 인정하여 동물을 기르는 데 적합한 위생적인 사육 시설과 도축 방법을 도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전국의 닭, 돼지, 그리고 개 농장에서 일한 경험으로 공장식 농장의 실태를 밝히고 있다. 거기엔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동물을 기르는 데 적합한 사육 시설과 도축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기를 먹을 때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막연히 믿어왔던 것이었다.
스톨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서가 아니라 (때로는 잔인함의 다른 이유기도 한) 효율성 때문이었다. (166쪽)
손가락을 그 작은 입 안으로 밀어 넣는 것 때문에, 니퍼로 이빨을 잘라내는 것 때문에 돼지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손에서 힘이 빠지고 니퍼는 돼지 입에서 멀어졌다. 결국 비명은 비명 아닌 것이 되어야 했다. 아무도 받지 않으려는 전화벨 소리처럼 의미 없는 소음이 되어야 했다. 전화선 반대편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도움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배제되어야 했다. 작업을 끝내고 나면 자돈의 입에는 피가 흥건했다. (204쪽)
직원들은 대개 돼지를 때렸다. 그들이 특별히 악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힘이 덜 들고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빨리 끝마치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무시해버렸다. (226쪽)
높은 생산성을 위해 작은 철제 우리에 네다섯 마리의 산란계(달걀을 생산하는 닭)를 욱여넣는다. 대게 한 마리는 다른 닭들에게 깔려져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서로를 쪼는 탓에 털은 숭숭 빠져 있다. 성장이 늦어 사료값을 못하는 육계들은 매일 선별을 통해 목을 비틀어 죽인다. 출산을 위해 길러지는 모돈은 폭 70cm, 높이 1m 20cm, 길이 1m 90cm의 작은 케이지인 스톨 안에서 아무런 의지 없이 임신 되어 새끼를 낳고, 7번 정도의 출산 후 생산성 감소로 도축된다. 자돈들은 고기의 질을 위하여 이빨과 꼬리가 잘리며 거세를 당한다. 우리나라의 개 농장 또한 매우 기형적인 형태를 띤다.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 먹이로 주기 때문에 사료값이 들지 않는다. 많은 개 농장 주인들은 개가 축산물로 인정되길 바라지 않는 데,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줄 수 없다면 더이상 돈 되는 장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동물만이 학대 되는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 지나친 업무 강도와 가혹한 임금은 고려하지 않은 채, 농장주에게 외국인 노동자란 한국사람에 비해 게으르고 미련하며 노상 쉴 궁리만 하는 한심한 족속들이다. 어느 농장에서든 30대 한국인인 작가는 반기는 존재이며,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시켜 먹을 자격이 부여된다. (작가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함부로 대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 모든 것에는 차별에서 기인된다. 책에서 쓰여 있 듯 우리 편에 대한 사랑, 즉 인간이라는 종이거나 한국사람에 대한 무비판적인 사랑과 다른 종과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혐오가 빗어져 차별을 만들어 낸다. 우리편에겐 동물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더이상 한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존재하기에 양심의 가책없이 학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여간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은 한국 사람 써야 돼. 쌍남이 걔 한 달에 딱 10만 원 써. 그리고 나머지는 다 자기네 나라 보내고. 자본 유출이 별거야? 그런 식으로 우리 돈 외국으로 보내는 애들이 한국에 얼마나 많겠어? 그것 다 한국에 써봐, 금세 경기 좋아지지. (196쪽)
한국 사람한테는 평소처럼 하면 되지만 쟤네한테는 좀 막 해도 돼. 부를 때도 형이라 하지 말고 ‘야’라고 해. 무거운 거 들고 그럴 때면 니가 먼저 이거 해, 저거 해 하고 시켜. (217쪽)
최훈의 『동물을 위한 윤리학』에서는 ‘최소 침해의 원리’와 ‘악화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리건의 예를 보여준다. 51명의 공부가 매몰된 탄광에 갇혀 있고 곧 죽을 운명이라고 가정하고, 그 중 50명은 채광굴에 갇혀 있으며 1명은 채광 굴로 가는 수직 통로에 갇혀 있다. 그리고 50명이 갇혀 있는 채광 굴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직 통로를 폭발하는 것인데, 그러면 거기에 갇혀 있는 1명은 확실히 죽게 된다. 그 1명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채광 굴에 갇힌 사람들이 죽게 된다. 이 때 최소 침해의 원리에 따르면 50명의 생명과 1명의 생명을 비교하였을 때 소수의 권리가 침해 받는 쪽으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훈, 『동물을 위한 윤리학』, 50쪽)
하지만, 해악의 정도가 비교 불가능하게 큰 경우, 즉 1명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면 50명의 생명은 위험하지 않지만 부상과 고통이 뒤따르는 경우라면 50명의 부상과 1명의 죽음을 비교하였을 때 죽음의 해악 정도가 지나치게 심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1명을 먼저 구하는 게 옮다. 소수가 받는 해악이 그들을 악화시키는 정도가 다수가 받는 해악이 그들을 악화시키는 정도보다 클 때, 다수의 권리를 침해해야 한다. 인간이 고기를 먹지 못해서 생기는 해악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정 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인간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고기 맛을 즐기지 못하거나 영양분 섭취 부족으로 생기는 여러 질환들을 의미한다. (최훈, 『동물을 위한 윤리학』, 50쪽)
사실 나는 고기를 포기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섭취가 아닌 오로지 맛을 위한 섭취를 자제하리라 다짐했다. 전체 동물농장 중 약 1%에 불과한 동물 권리를 고려한 복지농장과 나머지 공장식 농장 간의 격차가 좁혀지며, 또한 식량 생산을 위한 기여도가 낮은 동물인 개 부터라도 식용 목적의 사육이 금지되길 바란다.
생명관에 상관없에 좋은 사람은 동물을 아끼고 악한 사람은 동물을 학대한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 그것은 대부분 동물은 물건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63쪽)
전통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윤 추구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의심해보지 않은 존재는 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시스템이든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있다. (445쪽)
답답하고 지루한 전공에서 벗어나고자 책을 읽고 글을 남깁니다. 쌓여가는 권수만큼 더 멀리 보고 많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