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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무질 생전 유고 어리석음에 대하여

2016년 3월 7일 오늘의 책

로베르트 무질 생전 유고 어리석음에 대하여

로베르트 무질 | 워크룸 프레스 | 2015.03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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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인 방대한 미완성작 『특성 없는 남자』를 쓴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한국어판이 무질 연구자 신지영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생전 유고』는 에세이와 단편 30편을 모아 무질이 생전에 펴낸 책이며, 이어 실린 「어리석음에 대하여」는 『생전 유고』가 나온 지 약 1년 반 뒤 출간되었던 무질의 마지막 작품으로, 연설문이다. “생전”의“유고”, 『특성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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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으로 보라


일반적인 사람과 평범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남다른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다를 것이다. 『생전 유고/어리석음에 대하여』는 카프카의 『꿈』을 출판한 워크룸프레스의 세계문학총서 중 한 권이었기에 골랐는데, 그 내용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작가인 로베르트 무질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평을 쓰기 전 이번에는 늘 하던 눈으로 읽는 독서법이 아닌,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느낀 것들, 내 나름대로 분석한 것을 수첩에 적어가며 읽었다. 오래 걸렸고, 지금도 이 책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읽었다. 읽을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작가가 가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작가의 글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작가가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를 알기 전에 여러 배경이 필요하다. 당시는 한창 홀로코스트가 독일을 점령했을 때고, 작가는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작가라 말할 수 없는, '글쟁이'들의 시대였고, 로베르트 무질은 그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다. 그렇기에 ‘생전 유고’라는 모순적인 출판물을 낼 수 있었다. 죽은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므로 ‘유고’이나, 정말 죽은 것은 아니므로 ‘생전’인 상태. 하지만 그는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글쟁이가 하는 것은 단순한 반복이었다. 너무나 익숙해 더 이상 사고하지 않는 감정과 현상의 관계, 예를 들면 누군가 죽은 순간에 찾아오는 슬픔과 같은 뻔한 반응의 반복이 가득하던 시대였다. 그것은 하나의 개념으로 굳어버렸고, 슬픔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신중해야 할 문인들은 표상만을 보고 더 이상 사고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로베르트 무질의 천재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그는 익숙한 모든 관계를 뒤엎었다.

몸에 밴 일상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미 굳어버린 개념과 관계를 깨뜨리고 새롭게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해내고, 더 자세히 뜯어볼 것을, 더 면밀히 사고할 것을 주장한다.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미 익숙했던 사물들을 더욱 자세히 확대하거나 해체하면서 새로운 연관성과 의미를 찾는다. 그의 눈에 비치는 모든 사물은 위태롭다.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위엄있는 동상은 허물로 가득한 고철덩어리가 되어 버리고, 간지러움으로 말이 웃음을 터뜨리며, 석관 뚜껑에 새겨진 남녀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워진다.

다른 이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사물에 접근한 로베르트 무질은 자기만의 관찰로 새로운 문학을 세웠다. 제대로 된 성격이란 것이 무엇인지, 직업적 성격과 규율의 역할이 개인의 성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기존의 남성성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에 기대는 인간의 모습이라든지, 여성의 처지가 된 남성(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비판적으로 읽었다)이라든지, 그리하여 모든 것에서 벗어나길 택해 선함으로 나아가는 인간을 그려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마 작가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이미 익숙한 사물의 연관성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연관성이 만들어진다. 사물과 현상은 거기 그대로 놓여 있지만, 로베르트 무질은 사고에 박힌 개념을 뜯어낸다. 삶이란 틀에 박힌 개념과 그것을 해체할 예술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무질은 예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문학은 예술성을 얼마나 띄는가? 이미 익숙한 것들의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책에 답이 나와 있다. "망원경으로 보라.”

| 펜벗 인터뷰

1. 이번 서평 주제를 제시하면서, 기대했던 책이 이렇게 올라와 반가웠습니다. 도단 님은 로베르트 무질을 처음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출판사 워크룸프레스에서 출간한 문학총서 시리즈 ‘제안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카프카의 『꿈』을 구입하면서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도 살폈는데, ‘생전’과 ‘유고’라는 모순되는 표현이 흥미로워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작가입니다.

2. 이 책을 읽고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쪽으로 많이 움직였던가요?
제가 서평에 썼듯, 일상성을 깨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좀 더 자세히, 좀 더 오래도록 관찰하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자세히 사물을 살피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도단'님은?

몰락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도단 님의 테마북 – 사물에 관하여]

| 펜벗 큐레이션 Vol.10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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