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5일 오늘의 책
박막례, 김유라 | 위즈덤하우스 | 2019.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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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박막례, 인생이 부침개처럼 확 뒤집혀버렸다! ‘행운’도 애초에 잘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하루아침에 막례쓰에게 진짜 잭팟이 터진 이야기 나이 71세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한 박막례와 오로지 할머니의 행복을 외치는 PD 손녀 김유라의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이름도 ‘막례’가 되어 살아온 지난 70여 년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
박막례. 1947년생. 2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서 ‘막례’라고 했다. 오빠 둘은 6·25 전쟁 때 죽었다. 나름대로 있는 집 자식이었다.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여자가 글을 알면 집을 나간다고 딸들 모두 못 배우게 했다. 온종일 머슴처럼 일만 했다. 결혼 후에 남편은 총각 행세를 하며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막례는 혼자 세 아이를 키웠다. 막노동을 했다. 파출부를 나갔다. 식당일을 했다. 리어카 과일 장사, 엿장수, 꽃 장사, 떡 장사를 했다. 믿었던 고향 동생과 친척에게 두 번 사기를 당했다. 마흔여섯 살에 용인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쉬지 않고 몇십 년 동안 새벽부터 밥장사를 했다. 일흔한 살,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막례의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그냥 지금 식당 잘 유지하고 우리 딸한테 물려주고 애들한테 피해 안 끼치고 죽어야지”(52쪽)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구독자 수 백만을 앞두고 있는 특별하고 독보적인 유튜버.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가 오직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할머니의 이야기는 자기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I/O에 초청받아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의 삼성 행사에 참석해서 “삼성 많이 컸어!”를 외친다. 영국 BBC 뉴스에서 인터뷰했다. 용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박막례 할머니는 어떻게 미국의 구글 본사까지 가게 되었을까?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71세 박막례의 인생이 부침개처럼 확 뒤집힌 이야기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유튜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글로 읽으면 내 속도에 맞춰서 단숨에 후루룩 볼 내용을, 굳이 영상으로 몇 분씩 멍하니 보고 있는 시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점점 구독을 누르고 좋아요를 누르고 꾸준히 보는 유튜브 채널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Korea Grandma 박막례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영상을 보며 웃고 울고 위로받으며 왜 사람들이 유튜브의 매력에 빠지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유명인의 자전적 에세이는 즐겨 읽지 않는다. 책의 내용이 평소에 보여주던 콘텐츠보다 훨씬 빈약한 것은 아닐지, 책을 읽고 오히려 실망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달랐다. 유튜브 영상을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막례쓰의 인생 이야기에 빠져들고 막례쓰가 전하는 즐거운 희망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책은 크게 전반전 ‘막례의 인생’과 후반전 ‘인생, 지금부터야’로 나뉜다. 전반전에서는 할머니의 70년 굴곡진 인생이 펼쳐진다. 답답하고 가슴 아파서 페이지를 빨리 넘기고 싶었다. 막례 할머니의 아버지는 집안에 아들이 없으니 가르칠 사람이 없다며 남자 조카에게 공부를 가르치셨단다. 그동안 어린 막례는 나무를 해서 공부방에 땔감을 넣었다. 아버지 다음은 남편이었다. 스물두 살의 막례가 서울에 방을 얻기 위해 힘들게 모은 돈을 다 갖다가 남편이 옷 사 입었다는 대목에서는 뒷목을 잡았다. “다시 태어나가꼬 사람이 되믄 결혼 안 하고 난 기계하고 살란다.”(276쪽)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딸이라는 이유로 열망을 접어야 했고 남편은 ‘잘못된 만남’이었고 그래도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이야기. 비단 막례 할머니만의 사연이 아니기에 더욱 슬펐다.
2017년 나이 71세. 호주 케언스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후반전에서는 유튜브를 시작한 후의 이야기를 막례쓰와 손녀 유라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다룬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손녀 김유라 PD가 도맡는다. Korea Grandma의 시작에는 할머니를 위한 손녀의 사랑과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할머니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둘이 여행을 떠나려고 했다. 회사에서 휴가를 얻으려고 눈물을 쥐어짜 내며 ‘생쇼’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유라 씨는 참 철이 없네’라는 눈빛이었다. “할 수 없지, 내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회사는 나도 필요 없어.”(64쪽) 포기도 용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포기해야 할 때 어떤 것을 포기할지 빠르게 결정하고 단호하게 실천하는 용기가 부러웠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김유라 PD의 천재적인 센스와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책에 실린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숨어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평생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가여운 인생을 숭고한 희생으로 드높이며 끝이 난다. 어떤 이야기는 나도 이만큼 고생했으니 너도 고생하는 것이 당연하며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막례쓰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모두가 끝이라고 여겼던 나이에 ‘이대로 죽을 순 없다’고 외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노약자라서 놀이기구에 타지 못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추억을 쌓고 거침없이 욕심을 내고 도전한다.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인생 명언이 그 어떤 명언보다도 생생하게 와닿는다. 앞으로도 함께할 ‘편’으로서 박막례 할머니와 김유라 PD에게 응원을 보낸다. 상상해본 적 없는, 상상하기 싫었던 일흔한 살을 빙그레 웃으며 상상하게 되는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길 바라며. 오메오메오메, 유튜브 하기를 잘했다! 막례쓰가 유튜브 하셔서 다행이다!
우리 할머니는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식당을 해왔다.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다며 삶의 마무리를 준비해가는 일흔한 살. 당신은 당신의 일흔한 살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아마…… 상상하기 싫으시겠죠? 하지만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침개처럼 확 뒤집어질 수도 있거든요. (135쪽)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막례쓰 명언 대잔치」중)
오늘의 책을 리뷰한 '달아'님은?
6월 4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