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5일 오늘의 책
빌 브라이슨 | 21세기북스 | 2016.07
분류 : 여행/취미/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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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국아마존 여행분야 1위! 전 세계 30개 언어 출간! 1,600만 부 판매 신화! 밀리언셀러 작가 빌 브라이슨, 7년 만의 신작!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올 수 있으므로 공공장소에서는 읽지 말 것! - [더타임스] 기자로, 여행 작가로, 때로는 오지랖 넓은 아저씨로 독자들에게 수많은 이야기와 재미를 선사해준 빌 브라이슨이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두 번째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에게 신비로우면서도 낯선 영국의 ...
한때 빌 브라이슨을 참 좋아했다. 어떤 시기 한 작가에 꽃히면 그 작가만 주구장창 읽는데 폴오스터와 줄리언 반스 사이에 빌 브라이슨이 있었다. 『나를 부르는 숲』 전반에 깔려 있는 루저 감성, 유럽 여행기 내내 깔려있는 애수와 귀여운 냉소의 매력을 거부하기 힘들었다.
시간이 꽤 흘렀고 오늘날은 보고 들을 게 넘친다. 너바나의 인터뷰 하나에 감격했던 건 희미하고 신기한 기억이 되었다. 수많은 재능이 낳은 음악, 영화, 책들은 날 좀 봐달라고 소리지른다. 뒤돌아보는 머뭇거림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다. 빌 브라이슨 또한 '예전에 좀 읽었었지' 했던 작가로 남을 뻔 했는데.
펜벗 오프라인 모임이었던 이기주 저자 강연회에 갔다가 오랜만에 빌 브라이슨을 만났다. 도서에이기주 저자의 사인을 받는데 줄이 길었다. 저자는 독자 한명, 한명과 심층인터뷰 하듯 이야기를 나누며 사인을 했고, 사인을 받기 전에 서점이 닫힐 것 같았다. 가방을 챙겨 서점을 둘러봤다. 당장 사고 싶은 책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익숙한 작가들을 검색했다. 개정본 정도를 기대했는데 빌 브라이슨의 신작이 있었다. 『발칙한 영국산책 2권』. 1권도 기억나지 않지만 반가운 친구의 연락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책 표지는 빌 브라이슨의 전형적인 에세이와 많이 달랐다. 마술사 같은 할배가 춤추듯 길을 걷는 그림. ‘내가 아는 빌 브라이슨은 이런 사람이 아니야.’ 고개를 저었다. 표제는 더 한숨이 나왔다. '욕쟁이 꽃할배의 더 까칠해진 시골마을 여행기' ‘꽃보다 시리즈’의 억지 감동을 싫어하는 터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은 여전했다. 예전엔 낄낄거리기만 했는데 확고하고 일관된 취향 속에서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려 노력하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호불호가 확실하다.
“내가 무조건 싫어하는 것들 목록은 다음과 같다.
5)듣고 또 듣고 또 듣다가 다른 누군가가 와서 같이 듣다가 그래도 결국 다 듣지 못할, 끝도 없이 긴 자동 응답 메시지 맨 마지막에 가서야 퍽도 빨리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사람들
6)초대(invitation)과 초대하다(invite)를 혼용하는 것“
무조건 싫은 것에 대한 항목이 15개나 된다. 물론 무조건 싫은 것이 더 많은 사람도 많겠지만 그걸 분류하고 활자화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는 책 내내 철자법을 틀리는 사람들을 심하게 욕하고 몇몇 사람들의 무신경함을 질타한다.
“1755년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도도새는 박제가 됐는데, 당시 애슈몰린 박물관 관장이었던 사람이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판단해 박제를 횃불 옆에 기대어 놓았다. 그렇다. 멍청이들은 비단 우리 시대의 산물만은 아니다.”
그는 그저 괴팍한 늙은이가 아니다. 옛것에 대한 애정이 있고, 애정이 있으니 화도 내는 게 아닐까? 몇몇 상황에 짜증을 내지만 그는 사람과 상황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것 또한 관심이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건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는 특별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뛰어넘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다.
지난 가을 오사카에 다녀온 후 여행기를 쓰려고 했는데 단순한 일기처럼 느껴져 포기한 적이 있다. 분명히 여행은 재미있었는데 왜 여행기는 재미가 없을까 골똘히 생각했는데, 여행보다 재미있는 여행기를 쓰기 위해선 확실히 빌 브라이슨과 같은 재능이 필요한 것 같다. 풍부한 배경지식과 뛰어난 관찰력, 독특한 유머 등등.
그가 두 번째 여행기까지 내놓은 영국은 내게도 특별하다. 처음 oasis 2집을 샀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국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빌 브라이슨에게 영국은 옛 기억을 상기하는 추억의 장소, 그가 아는 역사, 과학 등의 분야에 대한 여러 지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 oasis는 진작에 해체했고 해체 전 내한공연에도 가지 않았지만 영국은 그냥 그 단어 하나만으로 가슴이 떨린다. 누군가의 여행기가 아닌 내 영국 여행기를 꿈꾸며 책을 덮었다.
| 펜벗 인터뷰
1. 박달이 님의 여행기는 일기와 같은 목소리군요. 그것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을 것 같은걸요. 박달이 님은 어떤 여행을 하시나요?
운전면허도 차도 없기 때문에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친구에겐 BMW(Bus, Metro, Walking) 탄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사실 걸어서 여행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걸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여행을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가끔 서글플 때도 있습니다. 안동 병산서원에서 숙소로 갈 때 시간이 늦어 대중교통이 끊기는 바람에 무작정 걸었습니다. 맑은 자연을 걷는 건 기분좋지만 승용차의 매연을 바로 옆에서 마시며 걷는 건 불쾌할 뿐더러 피해의식까지 생깁니다. 포장되지 않은 좁은 길에서 승용차 옆길로 겨우 겨우 걸었던 그 시간은 저의 ‘걷자’라는 신념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런 것보다 더 좋고 훌륭했던 기억들이 있기에 지금도 걷습니다.
2. ‘어떤 시기 한 작가에 꽃히면 그 작가만 주구장창 읽는데’
요즘은 어떤 작가에 ‘꽂혀’ 계신가요?
가즈오 이시구로입니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뜨거운 소설을 씁니다. 그가 만든 인물에 연민을 느끼는 한편 나는 어떤 태도로 자신과 타인을 마주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루키와 류 때문인지 일본 작가를 좋아하는데 가즈오 이시구로는 어릴 때 영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인지 일본 작가들과 같은 듯 다른 느낌이 묘합니다. 최근 새앨범을 낸 검정치마와 소설가 이창래씨도 좋아하는데 그들도 어릴 적 이민을 갔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3. 박달이 님이 꿈꾸고 있는 가보지 않은 길을 말씀해주세요. 그곳에 갈 예정인가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어디에 꼭 가야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펜벗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며 여행지와 책에 대한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었습니다.
굳이 별다른 목적없이 가도 서점은 늘 신나는 곳인데 낯선 여행지의 서점과 책, 그곳에서 읽은 책 등은 쉽게 잊혀지지 않아요. 그렇기에 제가 꿈꾸는 가보지 않은 길은 세상의 가보지 않은 서점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낯선 여행지의 벤치입니다. 그곳에 갈 거예요. 가방에는 문고본 책과 충전된 핸드폰과 수첩, 좋아하는 필기구가 들어있을 거예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박달이'님은?
호기심과 상상력의 나라.
| [박달이 님의 테마북 – 영국]
| 펜벗 큐레이션 Vol.23 '가보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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