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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2021년 2월 5일 오늘의 책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우지경 | 시공사 | 2020.08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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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있는 시간도 소중하니까 오늘도 집에 있지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저자는 외국을 여행할 때 자신이 좋아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리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했다. 호텔 리조트처럼 욕실을 꾸미고 욕조에서 목욕하기, 소중한 사람들에게 엽서 쓰기, 침대에서 책 읽기, 열대과일 맛보기…. 그저 여행의 그리움을 달래고자 시작한 일인데, 소중했던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행복했고 일상 속에서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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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이렇게 내 마음 빼다 박은 책이 나오다니. 서점 신간 코너에서 제목을 보자마자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여행 러버’의 생각을 잘 캐치했다. 우지경 작가 본인이 여행 작가이자 여행 칼럼니스트라서 누구보다 그 마음이 간절했을 테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뜻하지 않게 ‘코시국’(코로나 시국)을 겪게 되었고 그 좋아하던 이국에 갈 수가 없다. 작가는 BC(비포 코로나)에도 여행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지만, 당분간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확실해지자 집이 더 답답하고 우울하게 느껴졌단다.

 

대부분 사람이라면? ‘아오, 여행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분노하고 말 것이다. 우지경 작가는 집을 여행지로 꾸며버린다. 알록달록하고 거친 ‘00체육대회기념’류의 수건은 버리고 60수 이상 면 100% 수건을 산다.

 

욕조에 물을 받고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 집에서도 스스로를 위해 차린 다소 호화스러운 술상과 일상적이지 않은 욕조 목욕과 함께라면 그럴듯하게 기분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목욕, 특히 욕조 목욕을 나도 그런 이유로 사랑한다. 침대에서 눈곱만 떼고 먹는 ‘남이 차려서 가져다주는’ 조식이 좋지만 직접 하려면 번거로우니 침대에서 책 읽기로 대체해서 즐긴다.

 

지난 여행 사진을 꺼내어 묵은 스케치북과 채색 도구로 다시 그려본다. 창문이 무슨 모양이며 몇 개나 있는지 찬찬히 보게 된다. 한강에서 피크닉 즐기는 것처럼 거실에서 굳이 피크닉 매트와 라탄 바구니를 깔고 과일과 치즈를 예쁜 그릇에 세팅한다. 일명 베란다 피크닉. 피크닉이라면 깨질까 봐 들고 가기 어려웠을 그릇에 과일 담을 수 있으니 더 낫다고 주장한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바람 불어오는 방향에 식물을 놓아두면 더 야외 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단다.

 

이 책 읽는 내내, 여행에 미친 다른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맞아맞아. 무슨 노래 들으면 그때 걷던 거리가 생각난다니까.”
“나는 오르막길 들으면 통영이 생각나. 통영에서 개고생할 때 이 노래 들었거든.”
“그치, 가끔은 어떤 냄새 맡아도 장소가 생각나기도 해.”
“맞아. 근데 향 맡으면 사람도 떠오르지 않아? 입생로랑 향수 냄새 맡으면 그때 그놈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 입생 향수는 쳐다보기도 싫어.”

 

여행 사랑하는 사람이 이 시국울 견디는 방법이 담겼다. 우리는 여행 떠날 날을 위해 가고픈 나라를 구글맵 위에 그려보고 틈틈이 체력도 길러둬야 한다. 무엇보다 돈을 모아야 한댔다…!

 

작가는 영국에서 공부하는 친구네에 놀러 갔다가 “영국 왔으니 애프터눈 티는 꼭 먹어야겠다”고 주장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즐겨 가던 티하우스 갔다. ‘쓸데없이 비싼 돈’ 주고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당시에는 ‘돈 지랄’이라며 그 즐거움에 동의하지 못했던 친구. 작가가 돌아가고 난 뒤 지친 어느 날 그 호사가 생각나, 티하우스를 다시 방문했다. 혼자 먹기에 애프터눈 티 세트는 너무 양이 많고 비싸, 스콘과 크림 그리고 홍차를 주는 다소 소박한 크림티 세트를 주문했다. 마시는데 울컥 눈물이 터졌다. 찻집에서 눈물을 훔치는 게 민망해서 진정하려 했지만 억누를수록 눈물이 더 새어 나와 버렸다. 급기야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옆 노부부가 왜 이리 슬피 우냐고 물었다. 친구는 목 멘 목소리로 “친구랑 왔던 데라 다시 왔는데 친구도 보고 싶고, 집이 그리워요.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데 논문도 잘 안 써지고 속상해요”라고 울먹였다. 복합적인 감정이었겠지…? 논문 쓰며 겪는 어려움, 혼자인 나를 종종 위협하는 외로움, 타국에서 겪는 막막함.

 

이 부분에서 내 여행 생각이 났다. 작가의 친구처럼 ‘대학원’이라는 알찬 다짐으로 떠난 건 아니지만, 나도 나만의 이유로 꽤 오래 여행한 적이 있다. 누가 떠밀어서 간 것도 아니고 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며 돈 벌어서 떠난 길. 그런데도 종종 저런 기분이 들었다. 특히, 여행 중에 맞은 생일이 생각난다. 그 멀리에서 생일이며 미역국 같은 게 다 뭐람. 어차피 매일 혼자였고 혼밥이 당연한걸. 그런데도 그날은 작가 친구처럼 혼밥하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내가 뭐 하려고 여기 와있지?”

 

지독하게도 여행이 마음처럼 안 풀리던 즈음이라 더 속상했다. 작가 친구 연실이가 논문이 안 써졌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지경 작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이 책 읽는 동안 우지경이라는 나보다 여행 더 많이 다녔고 더 여행을 사랑하는 친구, 선배, 언니랑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고 욕조 목욕을 좋아하지만 집 욕조는 불필요한 것 같아 떼어 버렸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금방 후회되어 다음 집은 욕조 있는 집으로 찾은 것도 같았다.

 

현지에 가면 현지 커피를 마셔야 하고 로드 무비를 좋아하며 쉬는 날이면 엄마가 ‘오뚜기 핫케이크’를 한 봉 다 털어 산더미처럼 구워줬던 기억이 있다. 새로운 나라를 가면 인사말과 필수 소통용어는 외워간다. 다만, 우지경 작가는 ‘음주’를 사랑하고 나는 조금 덜 사랑하는 차이라고 할까.

 

이 시국 여행 좋아하는 친구와

“그랬었지.”
“맞아 맞아.”

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비대면 여행 썰 풀기’가 필요한 사람은 읽어보시라. 점점 얇아지는 남은 책 두께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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