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5일 오늘의 책
김동영 | 아르테 | 2017.12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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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무엇도 되지 못했지만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여행 에세이의 돌풍을 주도하고 남다른 감성으로 사랑받아온 작가 김동영이 우리에게 구체적이고도 치열하게, 때로 담담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책이다. 언제든 원할 때 여행을 떠나는 자유로운 그의 모습과 달리, 그는 ‘생선’이라는 필명에 걸맞게 언제나 눈을 부릅뜬 삶을 지향했다. 그는 무엇이 되고 싶었고, 무엇이 반드시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최선의 삶을 살기 위...
'미완'이라는 주제를 보자마자 바로 이 책이 떠올랐다. 저자는 우리 모두 원하는 무엇도 되지 못했지만 그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벌써 어른이고, 직장을 가졌고, 결혼을 해서 부모가 되었고, 더 이상 새롭게 달라질 것도, 더 되고 싶은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생이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내 어릴 적 꿈은 어디로 갔나. 이렇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무엇도 되지 못한 채 삶을 살고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아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사람들은 유머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모두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고,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가르치려 들거나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려 한다.
그래도 나는 재밌게 살고 싶다. 아무리 세상이 별로 여도 유머를 잃지 않고 살고 싶다. 무라카미 류가 소설 『식스티 나인』 마지막 장에 썼듯이, 즐겁게 사는 것이 우리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라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30쪽)
여행을 다니면서 써낸 책 네 권으로 여행 에세이 돌풍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동영 작가의 신작이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썼고, 『나만 위로할 것』은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는 독일 베를린과 태국의 빠이에서, 『당신이라는 안정제』는 프랑스 파리와 우크라이나의 오데사에서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미국 포틀랜드에 머물고 있으면서 쓴 책이다.
그에게 여행은 떠남과 돌아옴을 의미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스스로가 조금 더 정리되고 풍부해진 기분이 들고, 다시 돌아와 집에 도착했을 때 밀려오는 익숙함 또한 너무도 사랑한다고. 그런 기분 덕분에 일상의 지루한 반복과 자극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그나마 버텨낼 수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원할 때마다 어디로든 긴 시간 동안 훌쩍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당신처럼 자유롭고 싶어요.” 그러나 그의 자유는 결코 쉽게,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현실에 무심해지는 것이고, 조금은 뻔뻔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하니까 후회도 미련도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선택했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운명처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비록 지금의 내 모습이, 당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볼품없을 지라도 어찌되었든 그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삶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특별할 것 없이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지치거나 의심하지 않고 잘 살아야 한다.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고, 친구들과 비교해 내가 초라해도 주눅 들지 않고,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꿈을 악착같이 잡고 늘어지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말이다.
나의 세계에서는 내가 제일 힘든 사람이었다. 세상은 유독 내게만 엄격하고 거칠었다. 아니면 단지 내가 이 세계에 살기에는 너무 약한지도 모른다.
나는 사는 게 서툴렀다. 살다 보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아무리 배우고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늘 실수의 연속이었고 후회의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살다 보니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당신도 비슷하다는 걸. 이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걸. (267쪽)
여행이 주는 운명과도 같은 우연과 불확실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그의 삶 전체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여행이란 것이 언제나 그렇지 않던가. 익숙하지 않아 이질적으로 보이는 풍경들, 생각지도 못했는데 행운처럼 찾아온 인연들,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던 일들까지. 그 모든 것들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긍정이 될 수도 부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지점이 있기에, 그 불확실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 온전히 몸을 던지지는 못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풍경들과 함께 풀어내다가 결국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은 애매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명확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고.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조금 더 속이 깊어질 것 같았고, 부모가 되면 좀 더 너그러워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냥 안고 살아갈 줄 알아야 하고, 변할 수 없는 부분 또한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미완의 존재이다. 어릴 적 되고 싶었던 존재가 되지는 못했지만, 매번 같은 실수를 하는 완벽하지 못한 어른이지만, 늘 세운 계획의 반도 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그럼 또 어떤가. 그 모습 그대로가 바로 내 삶이고, 나 자신의 모습인데 말이다. 늘 부족하기에, 항상 채워지지 않기에, 차근차근, 매일매일 삶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아지는 1월이다.
| 펜벗 인터뷰
1. 지니79 님께 가장 감명 깊게 남아있는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김동영 저자처럼 ‘스스로가 정리되고 더 풍부해진’ 느낌을 받았던 여행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작년 봄에 동생과 둘이 다녀왔던 후쿠오카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결혼 후에 처음으로 남편과 아이와 며칠이나 떨어져 본 경험이었다는 점도, 육아에 지쳐 있던 엄마라는 존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도 특별했던 여행이었어요. 떠나기 전에는 항상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잠시 그 모든 걸 놓아 버리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멋진 풍경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니 정말 뭔가 더 정리되고 풍부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2. 지니79님이 사랑하는, 주변의 미완의 존재가 있다면요?
이제 막 39개월이 된 아들이 아닐까 싶어요. 누워만 있다 뒤집기를 하고, 뒤뚱거리며 걷기 시작하고, 이제는 뛰어 다니며 어른처럼 말도 똑 부러지게 하는 신비로운 존재이자, 아직은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내기엔 부족한 점이 많은 존재이니까요. 뭘 하든 아직은 서툴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고, 매일매일 달라져가는 모습이 놀라워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랍니다.
3. 삶에서 ‘완성’의 지점은 어떤 모습일까요?
글쎄요. 삶에서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 오긴 올까요? 완벽한 순간, 완성된 지점 같은 걸 꿈꾸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일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들을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야말로 완성에 가까워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요.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그 어떤 난관과 좌절이 오더라도 기꺼이 견디며 즐겁게 버틸 수 있는 것이 바로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지니79'님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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