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5일 오늘의 책
김봄 | 걷는사람 | 2020.08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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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엄마와 진보 딸의 좌충우돌 공생기 “가족끼리는 정치 얘기 하는 거 아니야.” 언젠가부터 이런 말이 유행했고, 지금도 유효하다. 제아무리 피를 나눈 부모 자식 사이도, 형제 간도 ‘표’를 찍을 땐 각자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존재하므로 정치적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일. 선거를 앞두고 집안에서 정치 이야기로 논란이 불거지다가 고성이 오가고, 결국에는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건 TV 드라마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 가정 속 풍경이다. 하...
좌파, 우파는 우리 사회를 대립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분류다. 무수한 혐오와 갈등을 만들어내는 분류법이기도 하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란은 정치,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좌·우로 나뉜 댓글이 서로를 헐뜯는다. 그런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이런 댓글을 쓰는 사람이 실재하는 걸까,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도저히 사람이 썼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욕설과 비난, 혐오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도 그렇지만, 좌·우라는 개념도 대한민국 정치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고 여겨진다. 본래 의미는 퇴색하고 정치인들의 표 싸움을 위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만들어낸 잘못된 허상이 아닐까.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은 모두 다르다. 얼핏 비슷한 색깔을 띤다고 ‘좌파’ 혹은 ‘우파’라고 묶어봤자 몇 분만 얘기해 보면 저마다 속내가 전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스스로 좌파라고 일컫는 사람들도 같은 이슈에 대해 급진적인 의견, 온건한 의견,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 등 천차만별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을 좌파·우파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생각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묶이지 않는다. 어떤 사회 이슈를 논할 때 좌파나 우파, 진보나 보수로 나누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기반해서 논의한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봄 작가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을 몇 줄 적어 보았다. 평소에 하던 생각들이 이 책을 통해 흘러나왔다. 정작 이 책은 그렇게 심각한 내용도, 정치 책도 아니다. 작가와 그의 어머니에 관한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읽을 수 있는 달달한 에세이집이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좌파’ 성향을 가진 작가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우파’ 성향을 가진 어머니에게 여행을 가면서 고양이를 부탁한다는 의미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이다. 고양이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함은 쥐를 잡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쥐를 유독 싫어한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읽은 『페스트』에서 쥐에 대해 아주 강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진 듯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쥐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한데,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작가는 서른 살 즈음에 ‘정치성’이 생겼다고 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마침 정권의 성향이 학교와 학과를 은근히 탄압했던 모양이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정치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논리적으로도, 사회적인 판단으로도 맞지 않는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각성하기 시작했다. 보수에 가까웠던 나를 각성하게 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었다.” (78쪽)
“정권의 그런 행태는 절대 나를 해칠 수는 없었겠지만 왠지 나는 모든 게 위협받는 느낌이 들었다. 위협받는 이상, 나는 저항해야 했다.” (79쪽)
작가의 어머니 손 여사님은 자녀 다섯을 세탁기도 없이 키워낸 강한 분인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파’적 성향을 가진 분이다. 지하철 타면 유튜브를 이어폰도 없이 틀어 놓고, ‘좌파’, ‘빨갱이’ 척결을 외치는 영상을 보는 분들을 가끔 보는데 그런 성향의 영상을 즐겨 보시는 분인 것 같다.
“지금 좌파들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
손 여사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고 말을 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무덤에 철심을 예순한 개나 심어놨어. 기를 다 끊어놓으려고. 끌어내려서 감옥에 가뒀으면 됐지. 독한 좌파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냐.”
“뭔 소리야, 그게.”
“배웠다는 년이 그것도 몰라. 국립묘지 관리자가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그랬는데.” (23쪽)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히 선거철만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대화다. 작가는 프랑스로 여행 가면서 고양이를 부탁하는 자리에서 어머니와 정치적인 대화를 했다. 하지만 책의 결론이 그리 치명적이진 않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엇갈렸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게 교섭일까? 어쨌든 손 여사랑은 정치적으로 절교. (25쪽)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제목 때문에 정치적인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그렇지 않다. 철저히 작가의 입장에서 어머니 손 여사님에 관해 여러 일화를 풀어낸 평범한 에세이집이다. 정치적인 갈등과 대립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도 생각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서로 끌어안고 보듬고 살아가자는 잔잔하고 울림 있는 화두를 던진다.
“손 여사는 여전히 보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내가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내가 진보 딸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보수 부모의 돈으로 자랐다. 그 돈으로 학원에 다녔고, 책을 사 읽었다.” (170쪽)
“그 덕에 나는 진보의 가치를 접했고, 진보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다르지만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모두 다 손 여사 덕분이다. 그러니 엄마, 앞으로도 나를 잘 부탁해.” (171쪽)
다르지만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아닐까?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가 이런 분위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시민들은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은 과감히 선택에서 빼버리는 결단을 내려서 좌·우 어느 것도 아닌, 그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서로 사상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끼리 어떻게 지내야 하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이 꽤 많잖아요.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이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_유시민 작가의 말
오늘의 책을 리뷰한 '책갈피'님은?
저는 평범한 40대 직장인입니다. 용인과 강남을 오가는 지하철 출퇴근길에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일을 취미로 합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흔들리지 않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믿음과 지혜를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책을 놓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