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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는 건축

2012년 9월 4일 오늘의 책

반하는 건축

함성호 | 문예중앙 | 2012.07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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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대에 반反하는 건축 공간에 반惑하는 건축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두 얼굴의 건축 이야기 시인이자 건축가, 건축평론가로 잘 알려진 함성호가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두 얼굴의 건축 이야기? 『반하는 건축』(문예중앙, 2012)을 펴냈다. 함성호의 공식 직함은 시인, 건축가, 건축평론가이다. 이밖에도 그림과 미술비평, 만화와 만화비평, 영화비평, 전시 및 공연기획자 등 세상에 없는 직업까지 들쑤시고 다니지만, 본인은 정작 ‘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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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건축의 암울한 서정시

 

'땅콩집'이 한동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이 있었다. 자신만의 집을 지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직접 실행에 옮기는 작은 시도도 일어났었다. 트랜드로 형성되기도 전에 불씨가 사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 그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재의 건축과 다른 형태의 건축을 꿈꾸는 작업이 쉼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우리의 건축이 지니는 단점과 폐해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를 시정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회색빛 콘크리트, 성냥갑 등으로 대변되는 아파트 건축은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고도 성장을 이룬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다. 서구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려 이룩한 성장을 압축해 초고속으로 이루어진 발전이다. 그리고 그 발전의 이면에 하나 둘씩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제 그 그림자를 걷어내야 할 때다.

 

하지만 지금도 경제성장은 건설과 맞물려서 이야기되고 있다. 정부 관료들과 건설회사의 은밀한 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쯤 우리는 지금과 같은 건축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자신만의 철옹성과 같은 아파트 단지를 성벽으로 삼아 다른 사람들과 구별지으려 하고, 아파트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우리네 모습에서 현재의 건축환경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은이는 이런 건축현실을 “반하는 건축”이라는 두 가지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반(反)하는 건축’의 의미를 담은 1부 “건축, 또 다른 허구의 기호”에서는 건축에 내재한 은밀한 욕망과 사회적 담론을 읽어낸다.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과거양식을 차용한 건축물, 아파트로 대변되는 도시화의 문제점, 부동산 자본주의와 정치권력이 결탁하여 만들어낸 작품인 신도시 개발, 마치 광고간판처럼 변해버린 건축물, 기업체로 탈바꿈한 종교와 종교 건축물 등에서 현실 건축을 우울하게 바라본다.

 

‘반하는[惑] 건축’의 의미를 담은 2부 “슈퍼매너리즘의 시대”에서 지은이는 우선적으로 모더니즘과 해체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오늘에 이른 건축의 현대성을 슈퍼매너리즘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뒤이어 모더니즘과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역사와 그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함께 매혹적이고 새로운 건축 방법과 공간 개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만, 지은이가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의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1부에 비해 전문적인 용어가 많고, 지은이의 개인적인 이야기 또한 문맥 자체가 난해해 이해하기 만만치 않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지은이가 건축가이자 시인이어서인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글 곳곳에서 시적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 건축의 우울함을 담아낸 서정시 같다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현대도시는 자본주의와 정치권력이 만들어낸 욕망에 의해 인간을 길들이고 조정하며 인간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한동안 그와 같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대도시가 주는 편안함과 쾌락에만 안주했었다. 그러다 최근에야 건축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까지는 기지개 단계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가 살 공간을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공간에 우리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너도 나도 성냥갑 속에 들어가서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언어’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새로운 사고와 생각을 해야할 때가 왔다. 그 답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다만 인식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인간은 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확신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반디달덩이’님은?
원래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직에 몸답고 있다가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 턴하면서 주로 인문서와 예술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 관련 서적들을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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