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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 알베르 카뮈 전집 17

2014년 7월 4일 오늘의 책

여행일기 - 알베르 카뮈 전집 17

알베르카뮈 | 책세상 | 2005.09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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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카뮈, 여행에서 배우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알베르 카뮈의 여행 기록을 모은《여행일기》(책세상 카뮈 전집 17)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46년 3월에서 5월까지의 미국 여행과 1949년 6월?에서 8월까지의 남아메리카 여행에 관한 일기 형식의 노트 두 편을 1978년에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카뮈 전집 책임 편집자인 로제 키요가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미국 여행은 아직은 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작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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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썼다



도서관에 갔다. 카뮈의 《여행일기》를 말한다는 걸 사서에게 카뮈의 “여름일기”를 달라고 했다. 잘못 말했다는 걸 금세 알았지만, 재빠르게 고치진 않았다. 잘못된 책 제목이 묘하게 어울려서 조금 웃었다. 그런데 《여행일기》의 남아메리카 편은 카뮈가 여름에 쓴 일기니까 여름일기라고 불러도 되려나. 좋을 대로 생각하려다가 《여행일기》의 첫 번째 일지, 미국 편이 여름과는 너무 안 어울려서 억지를 관뒀다. 나는 1946년 미국의 서늘한 봄을 그대로 맞았다.

 

1946년 3월, 어느 날의 월요일. 날씨를 보니 “바람이 잔다.”(27쪽) 카뮈는 커다란 선상 위에 있다. 그는 미국 여행의 여러 날들을 배 안에서 보냈다. 무리 속에 있지만, 언제나 멀찌감치 떨어진 모습이다. 당시 카뮈는 유명한 기자였지만, 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사람과의 대화는 최대한 피했고, 혼자 젖어버린 우산처럼 관찰자의 입장을 유지했다. 기꺼이 혼자가 됐다. 그는 매일 밤마다 그날 있었던 일과를 사건 위주로 썼다. 다만, 바다를 바라볼 때만 유일하게 그는 내면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갑판 위에 서서 바다를 가르는 굵은 별들을 바라보며, 그 별들의 자취를 좇았다.

 

구상해 놓은 소설의 첫머리를 쓰듯 그는 이렇게 적는다.
“어떤 한 사내가 사업상의 여행 중에 별다른 생각 없이 어떤 자연 그대로인 고장의 외따로 떨어진 여인숙에 든다. 그런데 거기서 그 자연의 침묵, 아무 치장 없는 소박한 방,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 등이 그로 하여금 영원히 이곳에 머물며 과거의 자기 삶이었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그리하여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기별하지 말고 지내기로 결심하게 된다.” (46쪽)
미국 여행에서 카뮈는 바다에 던져진 침묵의 무게만큼 버티고 있었다.

 

두 번째 여행의 시작은 1949년 6월 여름, 남아메리카다. 카뮈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페스트》를 출간하고, 인기 작가 반열에 올라선 상태였지만, 그는 그 모든 걸 불편해했다. 고열에 시달리면서 몸과 마음은 허약해져 있었다. “내가 두려워하던 법석의 시작이다.”(74쪽)라고 말하듯 그가 버텼던 침묵의 무게도 브라질의 기운에, 특유의 우글거림에 무너졌다. 춤을 추다가 남아메리카 여행은 기분 좋게 꼬꾸라지기도, 우수에 젖은 채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하는 날들이었다.

 

과거에 내가 일생 동안 고집스럽게 거절했던 것을 여기서는 다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이 여행을 하면서 미리부터 모든 것에 다 동의한 것처럼. (114쪽)

 

카뮈의 여행일기는 1949년 8월 31일, 비행기 안에서 막을 내렸다. 지친 몸 상태 그대로. 고통의 한계는 없어 보였다. 카뮈는 비행기를 가리켜 금속관이라고 불렀다. 일기의 끝은 여름이지만, 냉랭한 기운이 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던 날, 마침 소나기가 내렸다. 오전부터 우기가 가득했지만, 나는 차마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비에 젖어 책이 조금 눅눅해졌다. 꼭 바다에 뜬 섬 같았다.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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