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4일 오늘의 책
임성민 | 웨일북 | 2017.02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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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인기 교양강좌 “패션의 태도에서 인생의 태도를 배웠다” 패션을 몰라도 되는 사람은 없다 냉장고 다음으로 많이 여는 옷장, 그 속에 담긴 자존감 패션에 대한 오해를 보여주는 사례 하나. 소외된 지역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 봉사활동을 가는 대학생들이 커리큘럼을 짜는데 독서, 영어회화, 컴퓨터 수업 등이 들어갔다. 누군가 패션 스타일링도 넣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반응이 좋지 않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
근래 SNS에서 한 할아버지가 화제가 됐다. 그는 맵시 있게 떨어지는 양복 재킷을 입고, 청바지 밑위를 발목 높이로 한 단 접어 입었다. 잘 차려입은 정장 위에 블루종을 걸쳐 입는 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옷차림은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편안하고 멋스러워 보였다.
60대 중반인 그 할아버지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옷차림에는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당당히 소화하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었다. 패션이란, 삶의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그를 보면서 조금은 유추했던 것 같다.
나는 흔히 말하는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은어)’인데,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나 업무가 많은 날, 월요일에는 옷차림에 유독 신경 쓰는 편이다. 그래 봐야 고작 흰 블라우스이냐, 하늘색 블라우스이냐의 차이지만, 내 모습이 마음에 들 때면 그 날의 나를 더 존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몸에서 나고, 옷차림이 마음에 들 때면 하루가 조금은 밝아진 듯하다.
패션은 매너 있게 타인을 고려하면서도 나 자신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패션에서 ‘나’는 향유의 주체이자 객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은 흥미롭다. (11쪽)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에 신경을 쓴다는 기존의 관념은 사실 패션에 관하여 잘해야 고작 반 정도나 맞는 말이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 행하는 것이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향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기분전환을 위해 새 옷을 꺼내 입고, 홀로 집에 있을 때 향수를 뿌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지식인의 옷장』은 패션에 관한 7가지 정의를 통해 패션의 속성을 짚어낸다. 각 장은 ‘패션은 판타지다, 패션은 여자다, 패션은 물결이다, 패션은 반항이다, 패션은 돈이다, 패션은 이름이다, 패션은 궁합이다’로 구성된다.
시대별 패션의 흐름을 담은 ‘패션은 물결이다’ 장에서 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니멀’을 설명한 대목이 흥미롭다.
현재 남아 있는 것 중 한 가지라도 더 빼면 사물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상태, 즉 현재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미니멀의 키워드는 심플이 아니라 에센스다. 에센스만 남기는 것이 미니멀이며, 심플은 미니멀을 추구한 결과적 특성이다. (116쪽)
이 책은 패션에 관하여 궁금했던 것,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에 관하여 친절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왜 패션 잡지는 외국어 일색이고, 왜 패션쇼 옷들의 꾸밈새는 과도한지. 그것은 패션이 ‘판타지’를 보여주는 장르이기 때문이란다.
이밖에 카디건은 크림전쟁에서 추위에 견디기 위해, 트렌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 습하고 추운 참호에서 전투하는 군인들을 위해 개발된 일 등 패션의 유래에 관해서도 폭넓게 안내하고 있다.
『지식인의 옷장』은 패션에 관하여 폭넓고 쉬운 지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멋스럽게,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명품을 갖는다거나 유행을 뒤쫓는다거나 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60대 할아버지처럼, 늙지 않는 스타일로.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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