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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담긴 과학

2016년 2월 4일 오늘의 책

와인에 담긴 과학

강호정 | 사이언스북스 | 2012.01

분류 : 자연과학/공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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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믈리에도 모르는 와인보다 매혹적인 와인의 과학 ‘신의 물방울’, 최고의 와인을 찾아내려는 현대 과학의 고군분투기! 포도의 품종에서부터 포도가 자라는 토양과 기후, 와인의 발효와 숙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과 각종 첨가물, 그리고 와인의 맛과 향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우리의 후각과 미각, 심리에 이르기까지, 생태학과 지리학, 분자 생물학, 식품 공학 등 최신 과학이 수백 년간 와인병 속에 감춰져 있던 매혹적인 비밀을 파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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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코르크 마개를?


솔직히 내게 와인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다만 와인의 고상한 이미지만큼은 기대하고 있었다. 포도 주스의 달콤함을 상상하며 처음으로 와인 한 방울을 먹어 봤다가, 오히려 씁쓸한 맛에 그 기대마저 감퇴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여는 모습을 보고 ‘왜 아직까지 와인 병을 코르크 마개로 막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르크 마개는 불편하기도 하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뚜껑을 사용해도 와인이 흘러나오지 않을 것이다. 전통을 지키고자 코르크를 사용하는 걸까? 그렇다고 보기엔, 오늘날의 모든 와인은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다.


이 책에서 코르크 마개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코르크 마개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책 표지에 “In Vino, Veritas(술 속에 진리가)”라는 라틴어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 구문이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서울대학교 교훈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을 때 잠시 웃을 수 있었다. 책장을 넘겨 코르크에 관한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목차를 폈다.

이 책은 크게 Terra(흙), Aqua(물), Aer(공기), Ignis(불), Aether(에테르) 다섯 가지 Chapter로 나뉜다. 이것은 엠페도클레스부터 시작하여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완성된 4원소설에 기반한 구성이다. 4원소설은 돌턴, 라부아시에와 같은 근대 화학자가 등장하여 근대 원자론을 펼치기 전까지 서구 세계의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주었다. 와인 또한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4원소설의 Aether(에테르)는 당시 하늘 높은 곳이나 우주를 채우고 있는 완벽한 것으로 묘사되던 물질이다.

이제 개략적인 책 구성을 살폈으니 코르크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뉴턴과 극심한 경쟁 구도를 이뤘던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학자 로버트 훅(Robert Hook)은 최초로 식물의 세포를(정확하게는 세포 벽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Cel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르크는 이때 쓰인 것으로 유명하다. Cell이란 말은 중세 시대의 수도사가 지내던 좁은 방을 의미한다고 한다. 코르크는 와인뿐만 아니라 과학의 진보에도 기여한 셈이다.

와인에 관심이 많으셨던 중학교 영어 선생님께서 내게 와인 병을 코르크로 막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옹기를 말씀해 주셨다. 와인도 숨을 쉬어야 한다. 이 책에서도 코르크 마개를 아직까지 쓰는 이유로 신축성과 통기성을 꼽았다. 코르크는 자기 자신보다 직경이 작은 병 입구에 밀어 넣어도 길이 변화가 거의 없어 (이를 나타내는 척도는 푸아송 비라고 하며 코르크의 경우 이 값이 거의 0에 가깝다고 한다) 와인 병을 빈틈없이 막아 준다. 동시에 세포 사이의 틈을 통해 미량의 산소를 조금씩 받아들여 병 안의 와인을 천천히 숙성시킨다. 코르크에 숨겨진 놀라운 과학이다.

 학교 과학 시간에 다 배웠던 내용이지만, 응용에 관해서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학자들의 창의성과 오랜 시간 쌓아 온 업적이 존경스럽다.

책은 이외에도 분자유전학을 통한 포도나무의 기원 추정, 안정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와인 품질 검사 등의 내용을 다루며, 관련 논문 혹은 참고 문헌을 본문에 직접 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편으로는 참고문헌 표시가 미주나 각주로 달린 것이 아닌 본문에서 이루어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부담마저도 책에 담긴 학자들의 학구열, 창의성에 중화되고 만다. 지루한 가운데서도 몇몇 논문들은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는지 놀랍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동위원소들의 질량수를 비교해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원산지를 알아맞히거나 포도가 천천히 자랐는지 빨리 자랐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코르크 마개를 아직까지 사용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여러 학자들의 학구열과 뛰어난 창의력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서평을 작성하여, 주제가 다소 편중되었다. 와인의 종류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머리가 핑핑 돌기 일쑤였으니 와인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와인에 대한 사랑과 학식을 갖추신 분들에게는 한결 새롭게 다가가는 기회였길 바란다. 

와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황승민'님은?
진리 탐구(眞理 探究)를 추구하는 과학도의 블로그 ‘HARVARD’의 주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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