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4일 오늘의 책
빌버포드 | 해냄 | 2007.0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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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파스타를 삶기 위해 신문사를 때려치우다! 뉴요커 괴짜 기자의 이탈리아 요리 정복기! 지지고 볶고 튀기고 썰고 찢고! 인생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주방에 있다! 요리와 역사, 그리고 문화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이 모든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책 『앗 뜨거워』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의 광기 어린 천재성과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밥보(Babbo)’의 흥미진진한 주방, 그리고 미국에서 영국,...
인텔리 작가가 주방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 간의 보이지 않는 선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억나는 책이라곤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 유일한데,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은 수작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은 멋진 책이 있으니 자랑스럽게 소개하자면 바로 이 책, <앗 뜨거워>이다.
“그래, 이거야! 이 정도는 돼야 책이라고 명함을 내밀어도 부끄럽지 않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완벽한 책이었다.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탄탄한 글 솜씨를 보란 듯이 자랑하는,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책. 뭔가를 읽고 있다는 감을 느끼게 하는 책. 유머와 재치, 현장감과 솔직함, 통찰력, 퉁명스럽게 할 말 다하는데도 밉지 않은 사랑스러움, 등장인물들의 톡톡 튀는 개성,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편견 없는 시선, 그 시선 속에 잡히는 삶의 현란한 모습들까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이처럼 현명하고 흥미진진하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가 한없이 부러웠다.
‘뉴요커’의 잘 나가던 기자 빌 버포드는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 ‘밥보’의 천재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를 만나 곧 그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인간성에 매료된다. 그 길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펜대를 쥔 채 밥보의 주방 보조로 들어가는 그. 40대 중반의 나이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무시한 용감한 도전이었다. 주방이 작아 요리사들이 숨 쉴 공간도 없다는 곳을 요령껏 비집고 들어가 살아남기 위해 눈치껏 최선을 다하던 그는, 최대 노동에 무임금, 이보다 더 비참할 수 없다는 노예 계약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몸으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체득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설득력 있게, 무엇보다 주방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많이 배우랴” 하는 정신으로 버텨나가던 그는 결국 승진에 승진을 거듭, 라인 하나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일취월장하게 된다. 칼 잡는 법도 모르던 천덕꾸러기에서 어엿한 요리사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방 보조로 일하는 와중에도 정통의 맛을 찾겠다며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영국으로 짬짬이 미각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넘치는 그 열정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책은 또 주방 안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었다. 평생 자판만 두들기던 사람이 격한 노동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한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빌 버포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요리사들과 동화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다가, 마침내 동료가 된다.
덕분에 나는 주방 안에 갇힌 유령 같은 존재였던 요리사들을 똑똑히 그려볼 수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성깔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요리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요리사가 되는 것은 선천적인 미각과 고된 노동을 두려워하지 않을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쉬워 보이는 요리 하나하나가 실은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하고 연구해 만들어낸 것이며, 집에서는 레스토랑 같은 깊은 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방에서 갖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외워 주문에 맞춘다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고, 늦은 밤에 주문하는 눈치 없는 사람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거란 사실을. 때론 요리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모르는 게 약이라는 충고를. 주방장이 되기 위한 요리사들의 암투와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또한 그가 이탈리아에서 만난 푸주한 다리오를 통해서는 좋은 먹거리를 지키려는 장인들의 고집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빌 버포드는 이탈리아인들의 먹거리를 위한 고집에 경의를 표하면서, 좋은 음식이란 오랜 시간을 두고 조리한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얍삽한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현대인이라면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매력적인 책이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의 빈틈없이 재빠른 눈에 포착된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사연을 읽는 일은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뛰어난 사진작가는 피사체의 개성을 제대로 포착해내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작가도 마찬가지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튀어나와 쌩쌩 돌아다니는 듯한 마법을 지닌 책. ‘맛깔나다’란 형용사도 이 책엔 현저히 부족하다. <앗 뜨거워>는 진부함이 전무한 책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네사'님은?
네 가지 스타일의 리뷰를 쓰는 개성 강한 북로거. 그의 블로그에 가면 강력 추천작, 추천작, 추천 애매작, 비 추천작으로 나뉜 다양한 리뷰들을 볼 수 있다. 2008 네이버 파워블로그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