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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2017년 10월 31일 오늘의 책

칼과 혀

권정현 | 다산책방 | 2017.10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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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세 나라가 ‘세상에 없는 요리’로 맞서다! 7년 만의 심사위원 만장일치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흩어진 독자들을 분명 다시 모을 수 있는 작품!”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칼과 혀』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혼불문학상은 우리시대 대표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되었고, 1회 『난설헌』, 2회『프린세스 바리』, 3회 『홍도』, 4회 『비밀 정원』, 5회 『나라 없는 나라』, 6회 『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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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 음식이 있었다


혼불문학상은 우리시대 대표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되었다. 이번 제 7회 혼불문학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칼과 혀』가 수상했다. 작품의 배경은 일본 관동군(關東軍)이 1931년 9월에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 북동부를 점거한 뒤 1932년 3월 1일 세운 '만주국'이다. 대륙 침략 전쟁의 병참 기지를 마련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한국, 중국, 일본 이 세 나라의 복잡하고도 날선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칼과 혀』는 어둡고도 잔인한 전쟁의 시대를 '요리'라는 소재로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희망적으로 풀어나간다. 중국, 일본, 조선 각 나라마다 한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살지만 각자 느끼는 바와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첸'은 뛰어난 중국 광둥의 요리사이다. 아버지의 도마로부터 시작된 요리사의 운명을 따르고 있지만, 둥글둥글 작은 체구와 어수룩해보이는 외양 뒤에는 독립운동가의 신분을 숨기고 있다. 그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를 암살할 계획을 가지고 그에게 접근한다.
또다른 주인공 관동군의 사령관인 '모리'는 세 명의 주인공 중 가장 특이한 인물이다. 내가 생각하는 군인의 이미지 특히, 그 당시 일본군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성격을 지닌 인물로 전쟁보다는 요리와 미륵불상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해도 아침을 반겨줄 맛있는 음식이 필요한 사람이다.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에게 길순이라는 여인이 다가왔다.
세 번째 인물이자 조선 여인인 ‘길순’은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첸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독립군인 친오빠와 고향 청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만주로 오게 되는데, 그녀는 오빠와 첸을 돕기위해 사령관인 모리의 암살에 동참하게 된다.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은 '~이다'라는 문체를 사용하지만, 길순은 '~이야'라는 구어체로 흘러간다. 그녀는 늘 자유를 꿈꾸지만 오빠와 전쟁, 그리고 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픈 길순의 마음을 딱딱하지 않은 문체로 담았기에 그녀가 더 측은하게 느껴졌다.

첸은 자신의 요리를 통해 모리에게 그들의 잔인함과 제국주의를 심판하고 싶었고, 모리는 그를 개처럼 부리며 그의 음식을 통해 자신이 잃었던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길순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나 역시 여성이기에 조선 여인 길순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시대는 거칠었고 길순은 여자로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연약했다.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모리'라는 인물에게 연민을 느낀다. 세 나라의 인물들을 엮어준 건 다름아닌 음식. 음식은 그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주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나아가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는 힘이 되어준다.

제목에서의 '칼'은 일본군의 무력을 의미하기도 하고, 첸의 요리를 위한 도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줄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혀' 또한 누군가에게 독이 되는 말을 전하기도 하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따뜻한 음식 맛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세 주인공을 통해 전쟁에 처한 각 나라의 상황의 슬픔과 고통, 또 위로와 희망을 함께 보여준 소설이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지만, 그 고통과 아픔은 어느 한 개인이나 나라에 치우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상황, 피해, 아픔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곤 하는데, 『칼과 혀』에서는 전쟁이라는 공통된 상황에 처한 중국, 일본, 한국 세 나라의 시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어둡지만, 이야기 전개는 무겁지만은 않아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이다. 책 속 첸의 요리들을 나도 한번 맛보고 싶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궁극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혀와 위가 우리의 뇌에 가져다주는 행복, 단순하기까지한 그것을 만끽하는 신의 선물이기도 하지요."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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