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오늘의 책
백온유 | 창비 | 2020.06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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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 자체가 큰 빚은 아닐까? 성찰하는 문장, 예리한 시선,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 유원은 열여덟 살 고등학생으로, 십이 년 전 화재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아이다. 위층 할아버지가 피우던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불길이 아래층까지 옮겨붙자 집에 있던 언니가 물을 적신 이불로 동생의 몸을 감싸고 11층 베란다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아래로 떨어뜨려 살렸다. 사고 당시 유원은 여섯 살로, 그날의 기억과 장면은 돌이킬 수 없이 유원...
난다 출판사에서 나온 요조의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좋아하는데, 언젠가 블로그를 하게 된다면 매일 이렇게 책을 읽고 찍고 올려서 감상평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으로 쓰는 일기, 책을 읽고 쓰는 일기의 형식이 마음에 들었다. 꼭 그 책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책으로 인해 떠올린 추억이나 오늘 읽은 문장을 길어와 쓰는 일기 같은 독후감을 매일 써보고, 블로그에 올려 모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생각만 오래 하다 드디어 처음 써본다.
『유원』은 트위터에서 자주 만난 우지현 작가의 그림이 표지로 된 책이라 의심 없이 주문했다. 백온유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다. 작가의 이름도 예쁘고 작중 화자의 이름도 예뻤다. 유원.
작가님이 93년생이라니… 너무 놀라웠다. 벌써 이런 농밀한 글을 쓰신다면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글을 쓰며 독자의 지평을 늘려간다고 하던데 『유원』은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이지만 세대를 아울러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은 범 세대적 독자층을 갖게 되지 않을까.
화재 사건의 생존자 유원이 살았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을 통과해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이였던 유원을 이불에 감싸 아파트에서 던져 지나가는 아저씨, 신진석이 받아낼 수 있게 자신을 살려준 언니. 유원은 화재로 죽은 친언니와 유원을 받느라 다리에 무리가 가 장애를 갖게 된 아저씨의 희생을 짐으로 짊어진 채 살고 있다. 그 굴레를 벗어버리고 유원 자신으로 서는 데에는 수현이와 정현이의 선의가 있었다. 어떤 선의는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선의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선의의 여러 면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소설이었다.
좋아하는 장면은 수현이가 아빠 신진석을 몇 년 만에 만나 뒤통수를 가방으로 후려치는 장면이다. 유원은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빠가 유원을 살려 준 이후로 희생을 빌미로 자주 유원네 가족을 찾아와 돈을 구걸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신수현은 가방으로 신진석의 뒤통수를 치며 “할 말 없다고 했잖아! 나 좀 괴롭히지 마요. 우리 전부 다 그만 괴롭혀!”라고 거침없이 외친다. 아빠를 향한 거침없는 외침에서 내 안의 울고 있던 아이가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시원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 장면에서 수현은 좀 더 어른에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고, 유원이도 자신의 껍데기를 깨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이후에 아저씨께 “…아저씨가 너무 무거워서 감당하기가 힘들어요”라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장면이 이어져 좋았다.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 가게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 (247쪽)
다섯 살 아이를 기르고 있는 내가 한 아이를 잃는 슬픔은 상상하기 힘들다. 건강하게, 마음 다치지 않게 키우려면 얼마나 강한 존재여야 할까. 사랑으로만 그 일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매일이 어렵기도 하다. 언니의 친구인 신아 언니, 유원의 엄마, 수현의 엄마. 『유원』 속에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다양한 모습도 그려져 있다. 한 아이를 기르는 마음과 살아났지만 위태로울 수 있는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들이 모두 하나의 결로 연결되어 서로의 어깨가 되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됐다.
“엄마.”
“왜.”
“내가 언제부터 좋았어?”
“처음부터 좋았지. 저번에도 묻더니.”
맞다. 나는 예전에도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 엄마는 내가 언제부터 좋았어? 그때도 엄마는 말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좋았지.
나를 알기도 전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나를 뭘 보고 좋아한다는 거지? 내가 어떤 애가 될 줄 알고? 아닌가. 오히려 어떤 애가 될 줄 잘 모르니까, 몰라서 좋아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이렇게 자랄 줄 미리 알았어도 엄마가 나를 좋아했을까. (262쪽)
아이를 기르는 일이 내게 너무도 버겁다. 인생이 잘 풀렸더라면, 정규직에 안정적인 환경이었다면 아이 기르는 일이 더 수월했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성정의 문제인 것 같아서 누구의 탓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기르며 좋은 점 하나는 아이를 마냥 좋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사람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을 할 때 더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태어나기 전부터 좋은 존재. 그 존재를 향한 기다림이 아직도 내게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글에서 작가님 엄마가 작가님에게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다고” 말해 준 그 부분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zifull'님은?
아이를 키우고 읽고 쓰며 이제 막 시작한 초보 블로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