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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간

2018년 4월 30일 오늘의 책

회색인간

김동식 | 요다 | 2018.01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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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새로운 작가의 탄생 노동하는 작가이자 독자가 만들어 낸 작가, 김동식 노동의 고독을 승화하여 써내려간 뜨거운 소설! 우리의 상식을 두드리는 묵직한 거짓말 공포게시판에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던 김동식의 소설집(전3권)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10년 동안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떠올렸던 이야기들을 거의 매일 게시판에 올렸다. 김동식 소설집(전3권)은 그렇게 써내려간 300편의 짧은 소설 가운데 66편을 추려 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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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문체로 풀어낸 사회의 아이러니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회색인간』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만으로도 알 수 있듯, 책 『회색인간』은 인간 세계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통찰을 솔직하고 정직한 문체로 풀어낸 작품이다. 어째서 ‘정직한’ 문체라고 하느냐 묻는다면, 말 그대로 이 책에서는 기존의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장황하고 문학적인 서술 표현을 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처럼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사건들을 나열한 것에 가깝다. 작가가 설정하는 서술자는 독특한 사건들을 갑작스럽게 제시하고, 간단하게 설명하며, 독자가 예측할 수 없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귀결시킨다. 개인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보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동식 작가의 소설 스타일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공포 단편선의 전개 방식과 꽤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작가는 한 인터넷 사이트 공포 게시판에서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을 연재해왔고, 이 책은 그 글을 묶어 출간한 것이라 한다.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인터넷에서 일러 주는 기본적인 글쓰기 전개 방식을 보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 작가의 작품은 그 ‘빈틈’ 덕분에 더욱 창의적으로 빛난다. 인류가 낮과 밤에 따라 각각 다르게 좀비로 변하면서 종족이 분열되기 시작한다는 아이디어의 「낮인간, 밤인간」, 인류의 개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인조인간이 인류의 개체 수를 능가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의 「아웃팅」, 공동체의 어처구니없는 의사결정 구조를 꼬집는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그리고 가십거리를 끊임없이 소비하며 냄비 근성으로 끓어올랐다가 가라앉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하는 「444번 채널의 동굴인들」까지. 소설을 집어 들기 시작한 초반에는, 작가의 직설적인 문체와 인터넷 게시판의 형식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문단 나누기 방식에 조금은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어 가면서, 작가의 상상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디스토피아적 미래와 만날 때
또한 우리가 당장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단면을 이야기의 디테일에 녹여 낸 점이 인상 깊었다. 현대인의 냄비근성,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 방식, 발전에 대한 과도한 집착, 모순적인 윤리 의식 등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이 꼬집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 때문에 작가의 직설적인 이야기 방식이 우리 내면에 있는 부조리함을 더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작가의 상상력은 현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인류가 발전을 거듭해 다다른 미래에 더 근접해 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더 말할 것도 없는 디스토피아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이기심과 만날 때 과연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이런 질문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작가의 책이 더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 이런 고고하고 어렵다 싶은 이야기를 제쳐 놓더라도 이 책은 별 생각 없이 읽어도 재미있고 통쾌하며,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 종종 소름이 돋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강렬한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예지'님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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