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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2020년 12월 30일 오늘의 책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 한겨레출판 | 2020.11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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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심 사회,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 않은가 \t\t내가 상상하는 책 중심 사회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다. 많은 저자들이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포털뉴스 댓글창, 국민청원 게시판, 트위터, 나무위키가 아니라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이 사회는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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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인가?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에 이어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 쓰기 부추기기’ 두 번째 시리즈를 읽었다. 공짜로 읽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글들이 쏟아지는 요즘, 누가 과연 돈을 내고 신인 작가의 책을 살까? 제목부터 뻔하고 속 들여다보이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며 안 그래도 혼탁한 이 책 시장 굳이 나까지 책을 써서 더 흐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아니 한 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 생에 반드시 책 한 권은 내야겠다, 이런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속의 응어리를 어떻게든 꺼내서 세상 밖으로 출가시키고는 싶다. 그게 책이 되어도 좋고, 그냥 블로그의 글이 되어도 좋고 어떤 형태여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나는 작가란 일필휘지로 한 번 쓴 글을 돌아도 보지 않고 출판사로 보냈는데 채택되거나, 심심해서 한 번 써 봤는데 신춘문예 대상이 되거나, 뭐 그런 사람들만이 작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던 ‘작가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책에서 장강명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낚시가 취미인 사람에게 “낚시를 뭐 하러 해요”라고 묻거나 골프가 취미인 사람에게 “골프를 뭐 하러 치세요? 프로가 되기에는 이미 늦었잖아요. 프로 골퍼라도 세계 랭킹 100위 밖이면 일반인은 알지도 못하는데요”라고 말하지 않는(p.47) 것처럼, 글쓰기도 나 자신이 그저 하고 싶어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꼭 타고난 글쓰기 천재들만 천재적이고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하는 걸까? 내가 좋아서 그냥 내 이야기가 속에서 자꾸 꿈틀대서 쓰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런 도발적인 질문에 장강명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써야 할 사람은 써야 한다”고. 당신이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작품을 몇 번 써봐야 아는 것(p.60)이라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삶을 충만하게 해주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면 쓰라고 말이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조회 수나 댓글로 좌절하던 나에겐 기대고 싶은 작가의 주문과도 같은 말이었다.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나 같은 게 어찌 감히 같은 생각도 그만하고, 그냥 쓰고  싶은 대로 꾸준히 써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살다가 작가가 되어도 좋겠지만 설령 아니어도 책이 중심인 삶을 살게 되는 거다.

 

많은 글쓰기 초보들이 넘어지는 부분이 아마도 퇴고와 피드백일 것이다. 나는 웃기려고 쓴 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나는 슬프게 쓴 글인데 우습게 읽힐 때, 그만 쓰고 싶은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여기서도 장 작가님은 특유의 정확하고 다정한 조언을 준다.

 

“어느 한구석 모난 데가 없어질 때까지 원고를 매끌매끌하게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도 욕하지 않는, 흐리멍덩한 책을 목표로 삼으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나의 조언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뾰족한 곳을 더 뾰족하게 깎자. 글은 날카롭게 깎되 마음은 온유하게 먹자. 욕을 먹어야 한다면 정확한 욕을 들어먹기 위해 애쓰자. 비판에 익숙해지자.” (p.233)

 

나 역시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하는 말 한마디, 이모티콘 하나에도 울었다, 웃었다 하는 나약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오늘부터는 이 문장을 붙잡고 일어서려 한다. 타인의 비판이나 감상은 고맙게 받아들이지만 그걸로 내 글을 아무도 욕하지 않을 두루뭉술한 글로 바꾸진 않겠다고.

 

물론 이 책의 모든 부분을 다 체화하려면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당분간은 이 두 가지만 얻어가도 충분할 것 같다. 책 속의 일러스트도 귀엽고 내용에 잘 스며든다. 블로그 글쓰기든, 브런치 글쓰기든 어떤 식으로든 글을 세상 밖으로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즐거운 앨리'님은?
저 즐거운 앨리는요, 내 인생 망했다 싶었을 때 찾아온 책과 글쓰기로 살아갈 힘을 찾고 있는 초보 글쓰기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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