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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2020년 1월 30일 오늘의 책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 문예 | 2019.12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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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식당에서 나는 히틀러의 시식가가 되었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단면과 이면 인간의 모순된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2018 캄피엘로 비평가상 수상작가 로셀라 포스토리노 ◆ 전 세계 46개국 출간, 50만 부 이상 판매 ◆ 이탈리아 주요 문학상 8개 수상작 ◆ 영화 판권 계약(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자 크리스티나 코멘치니 감독 내정)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자 생존소설 “전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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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보다 무서운 적응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나는 영화도 그렇고 실화 바탕 작품들을 좋아한다. 더 이야기에 몰입되는 효과가 있는 느낌이다. 이 소설은 히틀러의 ‘시식가’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마고 뵐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다. 작가는 이 생존자의 나치 폭로를 듣고 꼭 소설로 만들어야지 하고 다짐했다고 한다.

 

책의 주인공 로자는 매일 3번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다. 독이 들었는지 먹어보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전쟁통에 히틀러가 죽기를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히틀러가 하루 세 끼를 먹는다면 이 ‘시식가’들은 하루 3번 죽을 가능성을 마주하는 것이다. 실제 인터뷰에서 이들은 매 끼니 식사 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개처럼 울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 히틀러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점이 특이했다. 소설은 극한의 환경 속에 던져진 한명의 이야기를 무겁지만 담담한 투로 이어나간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사랑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확실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전복되는 절단된 시대를 살고 있었다. 가족이 해체되고 생존본능조차 망가진 그런 시대를 살고 있었다.”
 
“치글러와 나는 연인이었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이유를 찾는 것은 너무 순진한 짓이다. 치글러는 그때 그곳에서 나를 봤다. 아니, 나를 발견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공포 속에서 눈앞에 놓인 진수성찬을 먹어 치운다. 공포를 압도하는 허기라는 본능에 음식을 먹어 치운다. 그들을 관리하고 괴롭히던 나치 장교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렇다. 당연한 것들이 부정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모순적인 환경에서 평범했던 사람이 겪는 격변의 삶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담담하게 풀어준다.
 
“나는 이 여자와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나는 이 여자 방에서 뭘하고 있나? 어째서 얼마 전부터 자꾸만 원치 않는 곳에 오게 되는 걸까? 어째서 얼마 전부터 자꾸만 원치 않는 곳에 오게 되는 걸까? 왜 나는 이런 상황에 반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걸까? 어쩌다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고 나만 혼자 살아남게 된 걸까? 적응력은 인간 최고의 능력이라지만 적응을 하면 할수록 내 인간적인 면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스탈린이 한 말 중에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라는 말이 있다. 나치에 관련한 얘기는 종종 들어보고 동유럽 여행 중에 아우유비츠 수용소를 방문해 보기도 했지만, 한 개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비극적으로 다가오고 실감이 났다. 특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여 그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비정상적인 환경에 처했을 때 바꾸려 맞설까, 아니면 금방 적응해서 비정상적으로 살까.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다.

 

과거 임금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상궁이 먼저 먹어보고 확인하는 것을 ‘기미를 본다’라고 했다. 대장금에서도 본 것 같은데…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을 봤을 때 어느 정도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 대통령의 식사는 어떤 식으로 독 검사를 할지, 소소한 의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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