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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2018년 1월 30일 오늘의 책

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최정원, 정영철 | 베프북스 | 2017.12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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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찌질한 순간들도 담담히 추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늙은 아이가 써내려가는 일상 이야기 대한민국에는 네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말하는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 그렇다면 나머지 한 종류는 어떤 사람일까요? 회사, 집안, 술자리, 여러 모임 등 어느 곳에든 존재합니다. 집안 행사나 명절 때 모든 자랑거리나 화젯거리가 떨어져 민숭민숭한 분위기 때,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회사 회의가 끝난 후에 어김없이 타의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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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이'의 반성 일기


주변을 둘러보면 잘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에 반해 찌질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sns를 보면 모두 멋지고 잘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사진들이 가득해서, 저의 찌질한 모습들을 감추고 싶기만 합니다. 그런 중에 『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라는 책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나아가 이런 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늙은 아이'라는 글을 이 책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그 말이 주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책의 저자는 미혼의 중년으로 현재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는 ‘늙은 아이’입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글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데 그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책에 쓴 글은 최근 몇 년간의 가장 일상적인 시간과 순간을 가감 없이 담아 보았다. 아주 사소한 일을 담아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지만 오늘의 한 사건과 생각, 순간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는 추억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적어 본다. 한마디로 결혼하지 못한 '늙은 아이'의 반성일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6쪽)

위 내용처럼 잔잔한 이야기, 일상적이지만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 등 재미있는 글이 참 많았습니다. 저도 작가님과 은근 비슷한 처지인지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무척 많았어요. 그래서 책을 더 재밌게 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자와 ‘엄니’의 일상에서의 모습이 참으로 정답고 따뜻했어요. 장가를 안 간 아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엄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아들의 아픔과 슬픔에 슬쩍 술상을 내주는 엄니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저자의 가식이 없는 솔직한 모습이(예를 들어 며칠이 지나도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일상의 리얼리티를 살려줬고요.

저는 이 책을 보며 엄니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결혼, 혹은 노총각의 일상이라는 두 주제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습니다. 두 개의 주제는 따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찌질한 아들의 일상에 건네는 엄니의 화끈한 응원을 보며 ‘어머니는 참으로 강하구나’라고 느꼈고, 문득 저의 어머니의 옛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노총각의 이야기 중에서는 제주도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연애학개론 이야기가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고 ‘나도 이런 건 조심해야겠구나’라고 배우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Q : 늙은 아이들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하는 자를 이기는 방법
A : 명절, 집안 잔치, 지인 모임 등에서 화젯거리가 떨어지면 깔때기처럼 우리를 겨냥한다. 그냥 귀담아듣지 마라. 그래도 안 되면 과감하게 한마디 하자. 요샌 돈 없으면 결혼 못해요. 한 3천만 원만 화끈하게 기부해 주세요. 세상 누구에게든 돈은 가장 지랄탄이다.
(238쪽)

Q : 꼰대가 되지 말자.
A : 상대방이 질문하기 전에 오지랖을 떨지 말자. 지갑을 열 자신 없으면 입 다물자. 내 경험은 상대방에게 참고 사항일 뿐 진리는 아니다. 우린 신이 아니라 그냥 나일 뿐이다.
(239쪽)

특히 첫 번째 글이 뭔가 통쾌한데 저도 다음에 한번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웃었습니다. 저런 말을 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네요. 위의 글에서 보셨듯이 위트 있는 글들로 작가의 일상을 적어 놓은 책이지만 때로는 내 이야기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sns에는 올리지 않는 찌질한 모습도 나의 모습 중 일부이고 어떨 땐 이 책의 제목처럼 찌질한 모습의 나도 가끔은 행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오늘은 감기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않고 집에 누워 책과 영화를 보며 보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따뜻하고 날씨 좋은 주말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아주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기보다 찌질한 모습이든 멋진 모습이든 스스로가 행복한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책의 제목처럼 가끔은 찌질한 나의 모습도 좋아해 주고 아껴주고 싶습니다.

책의 표지에 쓰인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상륙작전'이라는 문장처럼 이 책은 '늙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작가님의 전작인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도 읽어보려고요. 이 책에서는 엄니와의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찌질해도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용이'님은?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직장인입니다. 재미있는 책과 보고싶은 책들이 자꾸만 나오고 있어 재미없어 죽을 일은 없겠구나, 가끔 생각합니다.
독서의 계절은 겨울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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