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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2018년 7월 3일 오늘의 책

마녀체력

이영미 | 남해의봄날 | 2018.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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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땅을 박차며 지금 여기, 오롯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대다수의 사람들이 몸의 건강을 말하며 ‘운동’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운동은 육체는 물론이요, 정신에도 마술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며 독자들을 새로운 ‘희열’의 세계로 초청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또한 스스로의 마음까지 돌보는 일이다. 하루 종일 일에 치여 복잡했던 머릿속을 말끔하게 비워주고, 사람들 사이에서 지쳐버린 마음에 숨길을 틔워준다. 삶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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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체력이야

 

“생존 체력. 일상 생활에 진짜 필요한 체력”

 

2015년 1월, 《시사IN》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연재한 기사에 눈길이 갔다. 당시 만 나이로 따져도 꼼짝없이 30대가 되어버린 나에게 체력은 큰 고민거리였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는 데 반해 몸은 따라 주지 않아 서글퍼지던 시기였다. 그런 나에게 ‘생존 체력’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생존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축을 굳건히 해야 한다. 복근이 아니라 몸의 축인 ‘코어(중심)’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몸의 엔진인 엉덩이가 이를 잘 떠받치게 해야 한다. 힘을 내는 운동이 아니라 힘을 만드는 운동을 해야 한다.” 생존 체력에 깃들어 있는 운동 철학도 마음에 쏙 들었다. 생존 체력을 길러준다는 스쿼트, 푸시업, 버피, 플랭크 동작을 몇 번 따라했다. 그게 다였다.
 
그 뒤로도 “운동해야 하는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입에서 발까지 가는 길은 멀다. 작심삼일, 아니 ‘작심일일’을 여러 번.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작년 초에는 큰 마음 먹고 새벽 6시 반 수영 수업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오래 못 갈 거라 생각하는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꾸역꾸역 일어났다. 물에 들어가는 것 조차 무서워 하던 내가, 물에 뜨기 시작하고 킥판을 벗고 온전히 내 몸으로만 헤엄칠 수 있게 되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장장 5개월 동안 새벽 수영을 다녔다. 그렇지만 아침에 회사에 일찍 도착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됐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체력이 더 좋아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수영 실력에 정체기가 찾아오자, 점점 게으름을 피기 시작했고 긴 여행을 핑계로 수영을 그만두었다. 수영이 빠진 내 일상은 숨이 턱턱 막혔다. 그동안 수영 덕분에 그만큼이라도 버텨냈음을 알아차렸다.

 

지금은 다시 수영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동작들이 더 많아졌다. 내 몸의 한계를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그 속에서 전보다 나아진 내 모습을 발견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수영을 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솔직히 수영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본 것은 『마녀체력』을 읽고 나서다. 이 책을 읽고 내 삶에서 수영이 차지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영을 통해 활력을 얻었고, 수영을 하며 배움에 대해 생각하고, 물 속에 내 어지러운 마음을 쏟아내기도 한다.

 

『마녀체력』은 체력을 키우는 일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작가의 경험을 통해 증명해 낸 책이다. 사실 앞부분은 운동 분야 자기계발서 느낌이 난다. 당장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운동을 권하는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열되고 있으니, 앞 부분의 두 챕터 ‘내 몸이 서서히 강해지는 동안’, ‘하나둘 행동이 바뀌고’는 살짝 건너뛰어도 좋다. 그럼에도 리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은 뒷 부분 때문이다.

 

뒷 부분은 인용되는 책부터 다르다. 『사피엔스』, 『호모 루덴스』, 『먼 북소리』,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같은 주옥 같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몸 움직임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마라톤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오롯이 내 육체를 움직여 원시 시대 수렵인의 본능적인 기쁨을 느낀다. 억누르고 자제해 왔던 숨겨진 광기를 다 함께 달리며 해소한다.” 이 부분을 읽고 어찌 마라톤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영과는 다른 마라톤 만의 광기를 흠뻑 느끼고 싶어졌다. 이후로는 저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여성 트라이애슬러로 활약하는 모습, 20주년 결혼기념일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모습,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졸이고, 울고, 웃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함께 성장한 기분이 들 정도다.

 

운동하려고 마음 먹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체력을 기르면 몸이 바뀌고, 몸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삶이 버거운가? 문제는 체력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seejum'님은?
책을 통해 삶을 나누는 북 팟캐스트 ‘우리가 함께할 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화도에 작은 책방을 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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