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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2019년 6월 3일 오늘의 책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박한선 | 아르테 | 2019.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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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과의 관계! 약간의 거리를 두면 보이는 내 마음의 진짜 이유 하루에도 수십 번 슬프고, 속상하고, 미안하고, 우울한 나.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워 가슴이 뛰는 나.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가까운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나. 이렇듯 인간의 마음은 온갖 불행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불교의 ‘칠정’, 기독교의 ‘일곱 가지 대죄’가 보여 주듯이 현대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역사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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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인류학을 아시나요?

 

신경인류학이라는 생소하면서 신선한 접근법으로 인간의 감정, 이성, 공감,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 역시 신경인류학자 박한선이다. 인간이 겪는 감정적인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적, 신경생물학적, 의학적으로 연구한 바와 정신과 의사로서 겪은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40편을 엮은 책이다.

 

신경인류학이란 인간의 뇌, 신경, 정신, 행동 패턴의 진화, 개체의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 및 개체·집단·문화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생물학적·심리학적·의학적·문화적 의미를 밝히려는 학문이다. 이러한 신경인류학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보면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고민·갈등·고통은 인류가 처음 나타난 이후 삶의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색다른 사고의 전환을 권하는데 만약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연약함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추기 위해서 지금처럼 커진 것이 아니고 걱정하고, 고민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후회하고, 좌절하는 기능. 언뜻 보면 왜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서 지금처럼 엄청나게 커진 것이라고 한다.

 

시중에 심리학 서적이 차고 넘치지만, 이 책이 흥미진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신경인류학적 해석들이 아주 신선해서였다. 인상적인 대목을 전부 나열하기는 힘들지만, 몇 가지 적어보자면, 불안은 다가오는 상황을 미리 준비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불안과 싸우지 않고 불안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길들여야 한다. 불안은 시험을 앞두고 책을 붙잡게 하고 운전을 하면서 전방 주시를 게을리하지 않게 한다.

 

진화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우울감을 도움 요청의 신호로 보는 가설이 있고 사회적 경쟁 가설로 위계질서가 뚜렷한 영장류 사회에서는 지위가 높은 개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복종한다. 우울감은 그 복종심이 내재화된 것이다. 단지 슬픈 것이 더 나쁜 것이라 속단할 수는 없다.

 

부끄러움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으나 죄책감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강박성은 소극적 생존 전략이다. 쾌락을 추구하기보다 고통을 회피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전인구의 99%가 하나 이상의 강박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진화적인 의미에서 애착은 대단히 중요한 형질이다. 애착 행동은 새끼를 안아 키우는 젖먹이 동물인 포유류 전반에서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인간에게서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 그건 긴 의존성 영유아기 때문이다.

 

개체발생학적 적응도 흥미진진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이의 것을 버리고 아쉽지만 과거의 나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 공감은 상호주관적인 공명이다. 타인의 주관적 느낌을 자신 안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이 주체로서 경험하는 느낌과는 구분되는 어떤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불안, 슬픔, 우울, 분노, 죄책감, 행복, 강박, 외로움, 겸손, 자기 인식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감정의 원인을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진행돼 온 진화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2장에서는 이성을 다루며 감정을 다스린다고 알려진 이성이 때로는 의도대로 기능하지 않으며 심지어 더욱 비이성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 준다. 3장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공감 챕터에서는 언어를 사용하는 거의 유일한 동물로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에 유리한 방법으로 다른 존재와 의사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공감을 학습하며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삶이라는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궁금증을 신경인류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국가적인 장려 정책은 진화적으로도 효과가 없다는 것, 좋은 마음은 권장하고 나쁜 마음은 배척하는 것 또한 일종의 우생학일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는 것은 심리학적 근거가 있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 등, 백 세 시대를 사는 인류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을 선사시대보다 더 먼 과거로부터 얻은 인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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