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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2019년 5월 3일 오늘의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

정여울 | 21세기북스 | 2019.03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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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서른, 마흔, 인생의 고비마다 내 마음을 어루만진 ‘빈센트, 나의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는 어떤 강렬한 힘이 있기에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일까. 최근에는 빈센트의 그림과 인생을 다룬 영화, 전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예술가다. 돈이 없어서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그림을 그린 일화는 유명하다. 동생의 도움에 보답하고 싶던 빈센트는 꼭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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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최고의 고흐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이란 책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 정여울. 왈츠를 추는 소녀처럼 사뿐사뿐, 햇살 좋은 봄날 나비처럼 나풀나풀, 가을날 밟는 낙엽처럼 사박사박, 그렇게 내 마음을 두드렸던 그녀의 글에 얼마나 큰 위로와 감동을 하였던가! 정여울 작가의 글 몇 편에 홀딱 반해버린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여 온라인에 떠도는 그녀의 흔적을 좇기도 했다. 과연 존재할까 싶은 엄마 친구 딸처럼 완벽한 그녀에게서 가장 부러운 건 독자의 감성을 꿰뚫는 통찰력과 마음을 움직이는 글솜씨. 내가 그렇게도 흠모하는 그녀가 반 고흐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나 역시 반 고흐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한 사람의 팬이자 동지로서 이 기분 좋은 우연을 운명이라 믿고 싶다. 정여울과 반 고흐, 이 조합은 볼 것도 없이 옳다!

 

“그는 삶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삶을 사랑했다. 사랑으로부터 추방되었지만 사랑을 사랑했다. 정상적인 삶, 행복한 삶, 평화로운 삶, 예술을 사랑하는 삶으로부터 저지당했지만, 그는 그 모든 추방의 기억과 싸우고 세상 속에 굳건하게 서 있기 위해 몸부림쳤다. 나는 넘어져도 일어서고, 부서져도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내고 버려져도 다시 매달리는 빈센트의 그 끈덕진 열정을 사랑했다.” (8쪽)

 

이 책은 1, 2년의 집중 집필로 완성된 책이 아닌, 지난 10년간 빈센트의 흔적을 찾아다닌 작가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정을 마침내 마무리하며 세상에 내어놓은 뜻깊은 작품이다. 세상엔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나눔이 산재하지만, 나는 감히 그 어떤 나눔보다도 이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가 아름답고 황홀하였노라 말하고 싶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빈센트의 그림을 본 날, 펑펑 울었다는 그녀.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서 우리는 그렇게 같이 울었나 보다. 그토록 갈망하던 빈센트의 그림을 실제로 본 순간, 빙글빙글 자전축을 따라 돌던 세상은 얼어붙고 웅성웅성 귓가에 맴돌던 소음은 깊이 침묵했으며 오로지 그의 그림과 나 사이엔 쿵쾅거리는 내 심장 소리만 허공을 떠돌았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나는 울었고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서 그녀도 울었다. 문득 그때의 감동이 떠올라 자판을 치는 손끝까지 감도는 저릿한 기운에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든다. 빈센트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다.

 

빈센트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 조건 없이 나섰던 정여울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그렇게 나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빈센트를 하나하나 알아갔다. 나약하고 신경질적인 줄 알았던 그는 생계 걱정에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으며 우리의 상상과 다르게 건강이 좋았던 시절에는 꽤 체격이 좋은 사내였고 늘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을 세우고 싶어 했다는데…. 알면 알수록 새롭고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 알고 싶은 빈센트의 생애는 지독하게 아름답고 참담하게 슬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예술과 삶에 대해 열정을 불태웠던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나약하고 병든 빈센트가 아닌 한층 더 매력적이고 인간다운 그였다. 빈센트의 흔적을 따라 오롯이 그를 느끼고 온 정여울 작가의 이 멋진 나눔에 감사하면서도 그녀가 밟고 온 그의 흔적이 부럽고 또 부러워 발을 동동 구를 만큼 샘이 났던 시간.

 

이 책이 올해 최고의 책이었다고 칭찬한 내 소중한 책 친구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워 뜸을 뜰이고 시간을 끌며 읽었다. 평생 지니고 갈 책을 만난 기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언제고 다시 시작될 정여울 작가의 여행을 기대하며 가까운 날에 『빈센트 나의 빈센트』와 함께 나도 훌쩍 어딘가로 나서고 싶다. 두 번째 읽는 그녀와 그의 이야기는 또 새롭게 다가올 것이기에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 마음이 두둥실 하늘로 떠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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