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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2020년 3월 3일 오늘의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 한겨레출판 | 2020.01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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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세대인가 : 꿈과 현실 사이의 분열, ‘환각의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아우른다. 흔히 세대론에서 세대가 10년 단위로 구별되는 것에 비하면 이러한 세대 규정은 그 폭이 상당히 넓은 편인데, 작가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온라인이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진 데 있다고 본다. 온라인의 본격적인 확산은 유행이나 취향, 관계를 맺는 방식, 세계관 등에서 세대 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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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밀레니얼 세대, N포 세대, 88만원 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밀레니얼 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서 집과 경력이 추가된 5포 세대, 이제는 희망, 취미, 인간관계 등등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사는 N포 세대.
대한민국 20대 비정규직 평균 월급인 88만원(2016년)을 통해 청년들의 애환과 생활고를 표현한 88만원 세대.

 

이는 모두 지금의 20~30대를 일컫는 말이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용어가 어쩌다 우리를 대변하는 말이 됐는지 참담하기만 하다. 내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창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화두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하는 말이 들려오더니 결혼을 하고 나니 이제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나라의 성장 동력이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주축인 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 밀레니얼 세대인데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는 건 그만큼 기성세대와의 간극이 크며 이들에게 맞는 정책이나 경제 트렌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87년생 밀레니얼 세대의 작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정지우 씨가 쓴 책이다. 이전에 썼던 많은 글과 차이가 있다면 이 책에 기록된 글은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쓰고 싶다는 즐거움으로 쓴 것이라기보다는, 반드시 써야만 한다는 요구를 느끼면서 쓴 것들이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로서의 느끼는 일종의 소명감이랄까. 원하건 원치 않건 이 이야기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으로 썼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20, 30대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이자 화두인 청년, 젠더, 개인주의와 공동체 문제 등을 ‘산 증인’으로서 보고 느낀 바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로 끝맺음하기보다는 ‘우리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왜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가’를 혀만 끌끌 차고 있는 기성세대에게 한 번쯤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제시한다. 또 밀레니얼 세대 독자에겐 이러한 모습과 트렌드가 우리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떤 심리나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그 소용돌이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은 청년 문제부터 젠더, 개인주의와 공동체 문제 등을 2페이지 내외의 비교적 짧은 글들로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이유, 청년들이 정말로 독서를 하지 않는가?, 신념을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들, 인스타그램에 절망이 없는 이유 등을 얘기하고 있고 2장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미투 운동, 낙태죄, 82년생 김지영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포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선의 상실, 분노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부동산, 인문학 열풍 등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이슈를 다루면서 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 사회 구성원의 주요 일원으로서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충분히 중요한 책이고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그래서 어딘지 괴기스러워 보인다.
흔히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절망과 포기로 수렴된다.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우울, 좌절, 증오, 혐오 같은 현상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가 늘 문제시된다. 그런데 정작 청년세대가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SNS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그곳은 언제나 밝고 희망차고 화려하다. 청년세대에 대한 담론과 인스타그램의 간극은 마치 매트릭스의 밖과 안처럼 극명하다. (p.62)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편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팔로우가 수십, 수만 명인 인플루언서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젊고 부자다. 말 그대로 영앤리치의 삶을 살고 있는 20대가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그들은 해외여행도 자주 가고 명품이나 외제 차를 소유하며 호화로운 곳을 다니는 사진을 찍어 올린다. 이런 부자가 아니더라도 #카페투어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하루에도 여러 곳의 카페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줄을 오래 서야 겨우 먹을 수 있는 한 끼에 몇만 원씩 하는 식당에서 아무렇지 않게 돈을 쓰고 나오는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이들이 이렇게 소비하는 돈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기만 할 따름이다. 저자는 SNS상의 밝고 화려한 이미지가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라며 이들에게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죽음보다 두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SNS 인플루언서의 한 컷을 보고 현실을 부정하며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더욱이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의 마냥 행복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피로감과 자괴감과 분노를 느껴 SNS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조사해보면 SNS를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보이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과 겉보기에만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청년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가〕

 

변함없이, 그리고 꾸준하게 청년세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굳이 청년들에게만 이 문제를 한정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반발심도 생긴다. 나아가 누가 이런 문화를 조장하고 내모는지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청년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오해에 가깝다. 사실 청년들은 충분히 많은 책을 보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라고 할 수 있지만 카페에 가거나 주변 대학생들만 보더라도 십분 이해가 간다. 책의 종류만 다를 뿐 이들은 늘 토익 책, 공무원 준비나 자격증 책, 대학 교재 등을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교양을 쌓아야 한다며 훈수를 두지만 동시에 자격증이나 경력을 꼼꼼하게 따지는 세태는 청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지 싶다. 또한 고등학생 때까지 암기 위주의 학습을 하다 보니 음미하고 읽어야 할 시나 글도 무조건 ‘외워야 할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다. 이제는 논술까지 겹쳐 책을 온전히 바라보기보다 책 속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부해야 할 것이라고 여기게 됐다. 이렇게 혹독한 훈련이 끝나고 성인이 됐을 때, 누가 과연 책을 읽고 싶어 할까.

 

〔밀레니얼 세대들이 자초한 문제는 별로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읽으며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나타난 문제 중 실제로 이들에 의해서 생긴 건 그리 많지 않다고 느꼈다. 기성세대의 끊임없는 요구에 대한 반발심에 의해 나온 문제도 있고, 이들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생긴 간극도 존재했다. 자신의 화와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인식을 심어줘야 할 시기에 적절하게 훈련받지 못해 나온 부작용도 있었다. 또한 부동산 등 정책으로 인한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가 도무지 어떻게 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멀리 가 있다.

 

우리 세대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낳고 키우고 만든 기성세대의 노력과 인식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변화하는 태도야말로 밀레니얼 세대들을 일깨우고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의 20, 30대는 물론, 40~60대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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