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심이 많지만 주로 감독론이나 영화사에만 관심이 많았고, 배급이라는 분야는 영 몰랐습니다. 사실 영화 배급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정보도 별로 없을뿐더러 소수에게만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책입니다. 최근에 어떤 식으로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2018년까지 최신 데이터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단 왜 배급이라고 하는지부터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일반적인 상품에는 유통이라는 말을 쓰겠지만, 영화는 역사 초기부터 독점적인 상영권을 가지고 상영에 대한 허가를 분배해주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배급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마치 공산국가에서 식량 배급권을 주듯이 영화도 배급을 한다는 개념입니다.
영화 배급은 모든 것이 주 단위로 돌아가는데 토요일이 가장 관객이 많고, 화요일이 가장 적습니다. 금요일~일요일까지를 주말이라고 하고, 보통 목요일~수요일 단위로 1주를 계산합니다. 영화는 개봉한 첫 주가 가장 중요한데, 첫 주 개봉 시의 관객을 100이라고 한다면 평균적으로 2주 차에는 30%가 줄고, 3주 차에는 또 그 숫자의 30%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경쟁작이 없을 때 이야기이고, 비슷한 성향의 경쟁작이 개봉한다면 평균적으로 15% 더 관객이 감소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주차에 어떤 경쟁 영화와 맞붙는지에 따라 최종 스코어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요일별로도 관객의 비율을 예상할 수 있는데,
- 금요일 관객 수 = 목요일 관객 수 * 121%
- 토요일 관객 수 = 금요일 관객 수 * 187%
- 일요일 관객 수 = 토요일 관객 수 * 92%
이런 공식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목요일 영화가 개봉한 성적을 보면 그 주차의 관객 수를 계산할 수 있고, 금요일, 토요일 성적을 보면 평균보다 흥행할 영화인지 안 될 영화인지를 금방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최종 스코어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 주의 주말 관객 수가 영화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첫 주가 되면 이 영화가 몇만 영화인지 금방 계산기 두들겨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활용해서 극장들은 될 영화와 안될 영화를 빨리 판단하고, 최대한 관객을 많이 들일 수 있도록 상영관을 조절하는 구조라고 하네요.
관객을 구분할 때에도 1) 위험을 감수하는 소중한 관객 2) 모방 관객 3) 다수결을 존중하는 관객 이렇게 3가지로 나눈다고 합니다. 1) 위험을 감수하는 관객으로부터 평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2) 모방 관객이 영향을 받으며 3) 다수결 존중 관객에까지 이르면 대박 흥행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시즌도 매우 중요한데 가장 성수기는 여름 시즌입니다. 이 외에도 겨울 시즌, 명절 시즌(설·추석)들이 있습니다. 관객이 모두 같아 보여도 시즌별로 관객의 특성이 매우 달라서 시즌에 잘 맞도록 영화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2019년에는 4월이 마블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통적으로 4월은 비수기이지만 마블 영화가 전 세계 공통으로 이 시기에 개봉하면서 새로운 시즌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영화의 관객은 최근 몇 년간 2억 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더 증가하지는 않는 추세이고, 총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누가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가는지의 게임입니다. 연중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30주 차를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두고 여러 메이저 회사들이 전쟁하듯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하는데, 최근 몇 년 간의 전략과 그 결과들을 설명해주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배급 업체들이 극장도 같이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식의 관리기법이 발전하면서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아주 민감하게 배급과 극장 상영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1주 차 성적이 최종스코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같은 현상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작은 영화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네요. 이런 답답한 상황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긴 했지만, “이런 논리로 배급판이 돌아가는구나” 하고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이런 판이 빨리 바뀌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하여 여러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실제로 통과가 되어서 빨리 정리해주었으면 합니다.
이런 내용 외에도 세세한 업계정보가 많아서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영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dnrep'님은?
대학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영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단편 영화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만, 여전히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영화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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