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일 오늘의 책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 2014.09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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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다면 적을 만들어 주어라. 그리고 거기에 두려움과 증오의 색깔을 입혀라.” 특별한 기회, 그래서 더 특별한 글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적을 만들다』가 출간되었다. 새 천년 이후 10년 동안 에코가 고전 모임, 문화 행사, 강연, 에세이, 학회, 정기 간행물, 신문 및 잡지 기고문 등을 통해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열네 편의 글들은 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우선 믿음이 간다. 결코 쉬운 책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항상 묵직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어렵게 느껴지곤 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저자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주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다면 적을 만들어 주어라. 그리고 거기에 두려움과 증오의 색깔을 입혀라." 이 얼마나 강렬한 문구인가? 대부분, 아니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살면서 될 수 있으면 적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안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인데 굳이 따지고 파헤치며 상대와 어긋난 관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다. 한데 움베르토 에코는 오히려 적을 만들라 한다.
그것도 아주 전투적으로 있는 힘껏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무기를 사용해서 적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적이 없다면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적을 만들다》는 움베르토 에코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곳에서 발표한 글을 모은 책이다. 하필이면 왜 ‘적’이란 단어를 사용했을까? 궁금하던 차에 첫 번째 이야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어느 날 뉴욕에서 택시를 탔는데, 파키스탄 출신의 운전 기사가 그에게 고향을 물었다. 그는 당신 나라의 적이 누구인지도 물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조국인 이탈리아의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이탈리아의 불행은 지난 60년간 적을 만들지 않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적의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는 존재 자체로 자신의 가치나 정체성이 더욱 견고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결코 하나의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소설은 물론 철학, 평론, 기호, 언어, 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진다. 에코의 심오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으며 예리한 지적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한편 ‘위키리크스'(Wikileaks)는 호주 출신의 저널리스트 줄리언 어샌지가 창설한, 정부 및 기업 등의 불법 행위 고발용 인터넷 언론매체다.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 폭로의 피해자들에게 그 영향이 피상적으로밖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이렇다. 이미 몇 달 전 모두 다 알려진 사실을 다르게 확인시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줄리언 어샌저는 미국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상태라고 한다. 에코는 권력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현실에서, 이를 발표한 위키리크스의 행동이 단순한 스캔들 이상이며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연 것이라 평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모 메신저 서비스를 비롯해 나라에서 규제하지 말아야 할 언론 및 사생활에 대해 많은 부분 침범당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다른 서비스로 옮겨갔지만 아직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나는, 정부와 마주칠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에 대해 깊은 통찰력과 깊이가 느껴지는 에코만의 글쓰기. 마치 마라톤을 완주한 듯 버겁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즐거움이 크다. 한 마디로 규정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전혀 친절하지 않고 투박하며 거친 느낌의 글이지만 이것이 곧 움베르토 에코의 글이란 것을 알 수 있어 흥미롭기만 하다.《적을 말하다》는 한 번 다 읽었다고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 분명하다. 작가의 글에 빠져 사유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즐거움 또한 배가 된다. 움베르토 에코만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그의 깊이 있는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쑥스럽네요. 개인적으로 우유를 아주 좋아해서 '라떼'란 닉네임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조용한 카페에서 라떼 한 잔에 책 한 권이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