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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2016년 8월 29일 오늘의 책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 창비 | 2008.05

분류 : 만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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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습지생태보고서』로 단숨에 한국 만화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잡은 만화가 최규석이 최신작 『대한민국 원주민』(이하 『원주민』)을 내놓았다. 『원주민』은 작가가? 자신의 가족을 직접 취재하여 쓰고 그린 자전적 이야기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60년을 소리 없이 그러나 건강하게 통과해온 ‘가난한’ 보통사람들의 삶을 역사에 비추어 담담하게 추적하는 우리 근현대사에 관한 사려 깊은 기록이다. ‘대한민국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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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감이 느껴지나요


'국가대표'라는 주제를 받고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단순하게 국가대표가 쓴 에세이나 자서전을 읽어볼까 싶기도 했고, 해외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소개되고 있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서 골라볼까도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꼭 훌륭하고 출중하고 아름다워야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한 나라의 민낯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들이야말로 한 나라의 제대로 된 '대표'이리라 생각했지요.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최규석 만화가의 『대한민국 원주민』이었습니다.

수 년 전 친구 집에 갔다가 서가에 꽂힌 책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한민국 원주민』. 대한민국이 유럽인들에 의해 개척된 신대륙도 아닌데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대한민국 '원주민'이라고 칭하다니 호기심이 일었지요. 펼쳐보니 실망스럽게도 만화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만화를 즐기지 않기에 다시 서가에 책을 꽂으려는데, 친구가 꼭 읽어보라고 권하더군요. ‘만화 그 이상의 만화’라면서 소설만 읽지 말고 가끔 이런 책도 좀 읽어보라며, 곁에 나란히 꽂혀 있던 최규석의 책들을 전부 제게 안겨줬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저는 현재 최규석 작가의 나름(?) 팬이 되었습니다. 『생태 습지 보고서』, 『지금은 없는 이야기』, 『어깨 동무』 등 그의 여러 작품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대한민국 원주민』이 제겐 가장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저 스스로가 '원주민'과 '촌년' 사이에 놓인 사람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공감과 괴리감 사이를 수도 없이 오갔기 때문일 겁니다.

『대한민국 원주민』에는 우리나라 격동의 현대사가 담겨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을 거쳐, 산업화 및 도시화의 시기를 지나 21세기까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전쟁, 민주화 등 시류에 휩쓸려 온갖 고난을 겪는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짐작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낙후된 시골 마을에 사는 가난한 한 가족의 아주 소박한 이야기입니다. 술을 몹시 좋아하며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아버지. 육남매 뒷바라지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의무감과 크나큰 부담감을 가진 채 살아가는 큰아들. 장녀이기에 꿈을 비롯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큰 딸. 생업에 바쁜 부모 덕에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야 했던 둘째 딸과 셋째 딸. 그리고 그들의 희생 덕에 조금은 살만(?)했던 막내 딸과 막내 아들. 작가 최규석은 이 가족의 막내 아들이었고, 이야기는 막내 아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성인이 된 작가 최규석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도시 출신의 사람이나, 20대 이하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서 엄청난 괴리감을 느낄 겁니다. 낙후되고, 발전이 더딘 시골의 풍경들이야 박물관이나 영화 등에서 봤을 법도 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 환경에서 살았던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누나가 갓난쟁이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가거나, 딸이라는 이유로 중학교 이상의 교육은 포기하고 공장에 다닌다거나, 장남의 진학 때문에 어린 세 딸은 시골집에 두고 부모와 장남은 도시에 산다거나. 많은 독자들에게 괴리감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갈 겁니다.

저는 작가의 고향 못지 않은 시골에서 태어났고, 작가와 나이차도 별로 나지 않아 작품의 배경과 인물들의 모습에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수도 시설이 열악해 수도꼭지가 아닌 펌프가 있었고, 엄마는 빨랫감을 짊어지고 집 뒤편에 있는 저수지로 향했으며, 아궁이에 장작을 때 가마솥에 밥을 하고, 국민학교에 등교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한 시간을 걸어야 하고, 그나마 중고등학교는 읍내까지 나가야 했습니다. 그곳 그리고 그 시절의 얘기를 대학 동기나 직장 동료에게 하면 그들의 얼굴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우리 정말 같은 세대를 산 사람 맞아?"'라는 말이 돌아오지요. 이런 이야기는 '현대'라기보다 '근대' 시기에 있을 법한 일이니 도시에서 지하철 타고 등교하던 그들은 믿기 어려울 밖에요. 

우스운 것은, 그 시절을 보냈던 저조차도 그 시간과 장소를 잊고 살고 있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는 동안 ‘우리집도 이랬는데’라는 공감, 그 시절과 현재 사이에 달라져 버린 세상과 나, 이런 요소들 사이의 간극에서 괴리감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그 시절을 그리면서도 잊고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악하고 낙후된 그 시간과 장소를 거쳐왔다는 게 부끄러워서 말입니다. 작가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들과 형,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참 솔직하고 실감나게 묘사했습니다. 저라면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었을 이야기들까지요. 작가의 솔직한 묘사에 내 가족과 과거의 나, 결국 나의 근원을 부끄럽게 여기고 부정했던 현재의 내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짧은 시간에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 이제 대한민국의 농촌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층 양옥집에 살면서 누구나 차를 가지고 있고,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심야 전기로 보일러를 돌리며 방안에 편히 누워 IPTV를 즐깁니다. 제 고향에는 4차선 도로가 생겨 차들이 쌩쌩 날아다닙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무식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거창한 한 시대가 아닌, 그저 눈앞의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원주민'과 '촌년'의 어중간한 그 사이 어디쯤엔가 위치한 저는 부디 그들이 저로부터, 그리고 현재로부터 잊히거나, 부정당하지 않기를 바라 봅니다.

| 펜벗 인터뷰

1. ‘어쩌면 저는 그것들을, 그 시절을 잊고 살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열악하고 낙후됐던 그 시간과 장소가 부끄러워서 말이죠.’
'그녀읽다.' 님의 유년의 기억이자 ‘근원’이기도 한 그 시간과 장소는 왜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나요?
'부끄러움'이라기 보다는 '열등감'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평에서도 밝혔지만 제 고향은 워낙 열악하고 낙후된 지역이었거든요. 빨래터에 가서 빨래를 해야 하고, 펌프질을 해야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장작을 패서 가마솥에 밥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서울 아이들은 지하철로 한강을 가르며 63빌딩에 가서 아이맥스 영화를 봤으니까요. 시골 아이들은 ‘서울’이라 하면 제일 먼저 63빌딩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린 그들에 대해, 그 시절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은 아마 앞으로도 영원하겠죠. 다만 성인이 되어 문명을 누릴 대로 누리고 사는 지금에 와서 보니, 벼를 쌀나무라고 부르던 도시 아이들은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촌 아이로서의 추억에 자그마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2. 만화는 누구나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녀읽다.' 님은 만화라는 서사 표현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만화를 잘 즐길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만화는 그림과 글을 함께 즐겨야 하는데 저는 만화를 보다보면 그림은 잘 안 보게 되고 글자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1번 답변과도 관련이 있는데, 어린 시절에 만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집 근처에 만화방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장르보다는 덜 즐기는 편입니다만, 웹툰이 활성화되면서 웹툰 형식의 만화는 많이 즐기고 있답니다. 재밌고 훌륭한 웹툰이 참 많아요. 만화, 특히 웹툰은 빠르고 단순하면서 강렬하게 전달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서사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3.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녀읽다.' 님은 이번 올림픽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대회가 개최되면 갑자기 애국자가 됩니다. 밤새 마음 졸이며 꼭 금메달을 따길 간절히 기도하지요.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라도 울려 퍼지면 같이 울기도 하고요. 그렇게 '금메달'에 집착을 합니다. 이기는 경기만 보고 싶고, 지면 화가 나고요. 그래서 대회 초반에 금메달 기대주들이 줄줄이 탈락할 땐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태권도 '이대훈'선수를 보고 몹시 감동했습니다. 금메달 기대주였던 이대훈 선수가 8강에서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훨씬 낮은 선수와 겨루다가 졌는데,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헬멧을 벗고 너무나 환하게 웃는 겁니다. 그리고는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상대의 팔을 들어올려 응원단에게 호응을 유도하고, 상대 선수를 축하해주더군요.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며 펑펑 우는 선수나, 화를 내기까지 하는 저와 같은 국민들의 모습에 익숙했는데 이대훈 선수의 모습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 이 사람은 이 운동과 이 대회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구나’ 싶어서 너무 멋졌습니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깨닫기도 했고요. 4년 동안 열심히 피땀 흘려 노력했던 우리 선수들, 메달을 땄거나 못 땄거나 정말 수고했다고, 정말 멋졌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그녀읽다.'님은?
내게 있어 독서는 오락이고, 소설을 읽는 것은 극락의 즐거움이니, 하여 나는 소설만 읽노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니는 편독가입니다.


| [그녀읽다. 님의 테마북 – 국내 장르소설의 국가대표급 두 자존심!]

| 펜벗 큐레이션 Vol.14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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