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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키스 - 세계문학전집 37

2013년 8월 29일 오늘의 책

거미 여인의 키스 -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푸익 | 민음사 | 2000.06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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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마누엘 푸익의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는 소설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대성공을 거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마누엘 푸익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원작을 쓴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푸익의 작품들이 동성애와 정치범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고국에서 판금되었기 때문에 『거미여인의 키스』의 첫 출판은 1976년 스페인에서 이루어졌는데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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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해석과 재생산이 주는 가치

 

미성년자와의 관계로 수감된 동성애자 '몰리나'와 정치범으로 수감된 게릴라군 '발렌틴'은 같은 감방에서 생활한다. 지루함을 견디고자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자신이 보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발렌틴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사상에 입각한 평을 한다. 몰리나가 조기 석방되기 전까지 발렌틴에게 들려준 영화는 총 다섯 편이며, 한 곡의 유행가를 더해 총 여섯 개의 대중문화를 발렌틴과 공유한다. 초반부의 발렌틴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인 평등과 어울리지 않게 몰리나에 대한 성적 편견과 남성우월주의를 강하게 드러내지만, 몰리나의 이야기가 쌓여갈수록 그에 대한 경계심은 물론 편견에서도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남성다움이란) 네 옆에 있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또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지. (91쪽)

 

남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던지는 건 얼마나 못된 짓인가! 하지만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것과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중에서 어느것이 더 나쁜 것일까? (143쪽)

 

실제로 가까운 관계로 거듭나는 몰리나와 발렌틴의 사이는 보는 이에 따라 거부감을 주는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취해지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사회가 개인에게 제한하는 성적 자유를 상징하는 정도로만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사실 몇 몇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와 그에 따른 다양한 주장의 근거들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어느 정도 선에서 수용할 지는 전적으로 읽는 이의 마음에 달렸다 할 수 있다. 

 

사랑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사랑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지. (151쪽)

 

더욱이, 이 책에서만큼은 이러한 개인적인 수용을 권장해도 좋을 것 같은데, 이 소설의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 중 하나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작품을 몰리나의 입을 통해 다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몰리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고 해석해 발렌틴에게 전해주는데, 심지어 발렌틴이 분노하며 듣는 나치선전물을 완전히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로만 대하기도 한다. 또한 몰리나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발렌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준 높은 예술이라고 보기에는 개운치 않는 무척이나 대중적인 콘텐츠인 그 작품들은 몰리나와 발렌틴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통해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가 개인에게 얼마나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를 재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일 수 있는지, 고급의 경계라는 게 얼마나 허영이 깃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일생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만, 모두 일시적인 것이야. 영원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342쪽)

 

한 작품이 얼마나 고급인지, 타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세상의 모든 창작물들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들 중에는 제작자가 만들어 내는 것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별도로 만들어 내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경우, 두 갈래 이상의 것들이 맞아 떨어져 생겨나는 가치가 있고, 완전히 다름으로써 생겨나는 가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재생산을 거듭할수록 그 의미와 가치는 갑절로 불어날 것이며, 결국 세상은 수많은 메시지를 담은 상징으로 가득하기에, 비로소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거듭나는 게 아닐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깐KKan' 님은?
책과 영화, 그리고 문장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집착하는 블로거. 네이버 파워블로그 '깐로그'와 인상 깊은 한 문장을 발췌하여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문장 모으는 깐'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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