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오늘의 책
신동흔 | 우리교육 | 2012.11
분류 : 대학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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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양식, 옛이야기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꿈이 깃들어 있다 나를 일깨워 주고 일으켜 준 이야기, 내 삶의 이야기 오랜 세월 전해지는 이야기인 설화는 일반적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설화를 연구하는 저자는 오랜 세월을 이어온 전설들에는 세상의 큰 비밀들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하고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원형적인 옛이야기의 속살을 찾아가는 일에 몰두하며 빠져든다. 속살 깊은 곳의 원형적인 의미 ...
일마다 꽉 막혀 버린 청년은 살기가 싫어져서 호랑이 밥이나 되자고 깊은 산골짝으로 들어갔다. 헤매던 끝에 하얀 범을 발견한 청년이 소리쳤다. “나는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사람이니 날 후딱 잡아먹어라!” 그러자 호랑이가 홀연 백발노인으로 변하더니 눈썹 하나를 뽑아 주면서 말했다. “이걸 가지고 가서 눈에 대고 사람들을 살펴봐라.” (202쪽)
‘호랑이 눈썹’에 관한 민담의 일부다. 이후 청년은 마을로 내려와 ‘호랑이 눈썹’을 눈에 대고 사람들을 살펴보는데, 웬걸, 겉보기와 같은 사람도 있지만 속은 동물의 형상인 사람도 많다. 그것은 전생의 모습이다. 청년은 전생이 같은 사람과 살아야 일이 잘 풀리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하여 잘 맞는 사람과 인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전생을 보여주는 ‘호랑이 눈썹’은 이야기상에나 가능한 신묘한 상징물이다. 하지만 “‘호랑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표피적 면모가 아닌 본질적 면모를”, “저 지난날부터 이어져 와서 그 사람의 본바탕이 된 그 무엇을”(204쪽) 보는 일이라면 ‘호랑이 눈썹’은 우리 세상에서도 헛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그 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소설이며, 드라마며, 영화며, 노래 등에 이르기까지 다 셀 수도 없는 곳에 의식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기는 있다. 그러나 이들 이야기는 종종 표피를 수놓는 장식물에 그치곤 한다. 우리네 ‘호랑이 눈썹’을 얻자면 보다 원형에 가까운 것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글로 읽거나 영상으로 접하는 이야기를 본디 어떻게 들었는가? 그렇다. 우리는 들었다. 누군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는 옛이야기를. 신화, 민담, 구비문학 등 여러 갈래로 나뉘는 그것을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의 저자인 신동흔은 옛이야기로 통칭하고 있다. 그는 또 한 명의 이야기꾼이 되어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옛이야기의 전부인 줄만 안다면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옛이야기는 보기에 따라 ‘호랑이 눈썹’이 되어 우리네 진짜 모습을 드러내게 한다. 예컨대, 흔히 아는 ‘해님달님’ 이야기의 호랑이나 조금 변주된 ‘옹고집전’의 가짜 옹고집이 그렇다.
저 호랑이는, 저 엄마는 자식들을 끝까지 따라가고 싶어도 그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의 동아줄은 중간에 먼저 끊어질 헌 동아줄이므로. 왜 헌 동아줄인가 하면 먼저 생겨나서 먼저 써 왔기 때문이다. (…) 그렇다. 부모는 평생 부모일 수 없다. 먼저 떠날 운명이다. 그리고 자식은 늘 자식이 아니다. (…) 그 아이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기 길을 가지게 된 한 명의 존재이므로. 그리고 나 자신 그와 다른 길을 가지고 있는 또 한 명의 존재이므로. 그것이 단독자로 태어난 인간존재의 숙명이다. (148쪽)
그리하여 그가 선택한 길이 무엇인가 하면 진짜의 자기를 버리고 가짜로 살아가는 일이었다. 제 욕망과 슬픔과 분노를 의식 아래로 깊숙이 묻어 버리고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이었다. 그런 부모가 있음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부모가 원하는 데 맞춰 살아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가짜는 슬그머니 진짜가 되었다. 진짜는 완전히 모습을 감춘 채로……. (180쪽)
이윽고 호랑이에게 쫓기던 오누이는 각각 해님과 달님이 되어 홀로 서고, 옹고집은 우여곡절 끝에 진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결말. 옛이야기가 끝나고 남은 것은 우리 삶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사람의 형상에 ‘호랑이 눈썹’을 대고 볼 일이다. 홀로 서지 못했거나 “제 욕망을 꽁꽁 숨기고 말살한 채 타자의 욕망에 자신을 일치시켜 살아가는 꼭두각시의 삶”(181쪽)이 보일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새로이 움직일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을 받은 것이다. 끝인가 싶었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태어난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