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9일 오늘의 책
데얀 수직 | 홍시 | 2012.02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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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탐나는 것들의 비밀: 사물의 언어 우리는 왜 어떻게 매혹되는가? 디자인의 철학자 데얀 수직이 꿰뚫어본 매혹적인 사물들의 세계 “예리하다. 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_『파이낸셜 타임즈』 ㆍ영국 신문은 왜 미국 고속도로 표지판 서체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ㆍ조명 스탠드와 자동소총, 폴크스바겐 골프가 공유하는 치명적인 매력은? ㆍ어떤 의자가 미술관에 전시되고 경매가를 갱신하는가? ㆍ쓸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물건, 사자마자 값이 떨어지...
“간이 터질 듯 부풀어 푸아그라가 될 때까지 강제로 곡물을 주입받는 거위들. 우리는 그 거위들을 닮은, 소비하기 위해 태어난 세대다. 그나마 거위들은 자기들 목구멍으로 억지로 쑤셔 넣을 금속 깔때기를 손에 든 사람이 다가오면 공포에 질리지만,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물건들이 멈추지 않는 홍수처럼 끊임없이 제공되는 여물통에 다가갈 기회를 얻으려 기를 쓰고 분투한다.” (8-9쪽)
큰맘 먹고 ‘지른’ 최신형 휴대폰은 남아 있는 약정 기간을 비웃듯 순식간에 구형이 돼버린다. 바로 몇 달 전 지금의 휴대폰을 수식하던 ‘최신형’이란 말은 어느새 다른 휴대폰으로 옮겨가 소비의 미끼로 사용되고 있다. 이쯤 되면, 물건에 대한 필요는 더 이상 소유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대개의 휴대폰들은 발매 시 광고하던 다양한 기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한 채 소유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중고 매물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새 “물건들은 멈추지 않는 홍수처럼 끊임없이 제공되”고, 우리는 그 ‘물건들 속을 허우적대며’ 게걸스럽게 소비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던 법정 스님은 ‘무소유’와 관련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라고. 하지만 우리들은 그 ‘무소유’를 글로만 배웠다. 혹은 글로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는 《무소유》를 열렬하게 소유하려던 모습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작금의 소비 행태는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물건과 사람 사이의 애착 관계, 즉 서로 얽힌 마음으로까지도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소유는커녕 소유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것이다.
데얀 수직의 《사물의 언어》는 바로 이 ‘사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관계를 매개하는 ‘디자인’이 된다. ‘탐나는 것들의 비밀, 우리는 왜 어떻게 매혹되는가?’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비할 만한 물건이 되도록 고안된 사물의 디자인을 통해 그것이 전하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읽어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온갖 형태로 표출되는 디자인은 산업사회의 DNA이다. 그것은 우리가 현대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려 한다면 반드시 탐구해야 할 암호다. 또한 디자인에는 우리의 경제체제도 반영되어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이 남긴 자국도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언어이자,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들의 반영”인 것이다.
이 책은 ‘언어 language’, ‘원형 archetype’, ‘호사 luxury’, ‘패션 fashion’, ‘예술 art’이라는 각각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제각기 당시의 사회문화적 흐름과 산업적 요구, 디자이너의 가치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 등, 다면적인 관점에서 분석되어 있다. 하나의 사물이 놓여져 있는 시・공간을 종과 횡으로 오가며 그것이 전하는 언어를 읽어내고자 노력한 저자의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부분이다. 더욱이 이를 전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비판적 사유에 필요한 거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자신 또한 “조작된 욕망이 발휘하는 얄팍하지만 예리한 정서적 인력”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에 매혹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기에 더없이 적절한 생각의 자리를 마련해 놓는다.
“나는 여전히 디자인의 과정에, 그리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열어주는 창에 매혹된다. 그러나 디자인은 우리가 음식과 술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것과 똑같은 어려움에, 그러니까 과도한 탐닉과 극단적인 자제 사이를 오가는 일에 우리를 노출시킨다. (…) 우리는 새로운 소유물과 새로운 구매, 새로운 것의 매혹이 주는 순간적인 황홀경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상태로 늘 유혹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다.” (322쪽)
혹시 곧 출시된다고 예고된 ‘아이폰 5’를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일단은 자신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휴대폰을 먼저 들여다보기로 하자. 그 휴대폰은 지금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라면,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당신에게, 이 책《사물의 언어》는 그 낯선 언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유용한 번역기가 되어줄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