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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2016년 12월 29일 오늘의 책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 김영사 | 2016.12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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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킨스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성, 통찰, 명료한 사고, 문학성, 간간이 도발적인 발언까지.” _스켑티컬 인콰이어러 도킨스가 직접 밝히는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 아프리카에서 보낸 유년기, 지적으로 깨어나는 계기였던 옥스퍼드의 교육, 과학 인생에 결정적 여행을 끼친 전설적인 스승들, 과학계에 파란을 일으킨 저작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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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는 무신론자이자 진화론자이며 생물학자이다. 그를 알게 된 건 『만들어진 신』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는 크리스천인 나에게, 신에 대한 도전과도 같은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 책이 발간된 2006년은 외국에 살던 시절이라, 한국에 방문하자마자 서점에 가서 『만들어진 신』을 사게 되었다. 무신론자 중에서도 과학자의 눈에 비친 신과 종교는 어땠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많은 부분 그의 이론에 수긍할 수 없었지만, 그 덕분에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종교와 신, 기독교와 성경까지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1권과 2권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었고, 영국에서 먼저 발간된 자서전이 올해가 가기 전에 한국의 팬들에게 소개가 되었다. 

1권은 태어나서부터 지적 성장기인 20대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를 쓴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그의 인생 전반부의 마침표였던 책 『이기적 유전자』의 이야기는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자서전 1권을 읽다보면 리처드 도킨스 뿐만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가 남긴 기록이 그들 가족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그가 관심을 둔 분야, 친구들과의 황당한 사건, 다양한 곳에서 살았던 추억, 학교에 다니면서 했던 평범하지만 잊지 못할 경험들, 특히 모잠비크 국경 근처 이글스쿨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상세하게 적힌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다 기억하고 글로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리처드 도킨스의 어린 시절 생활기록부 기록이 놀라왔다. 이글스쿨 여사감 코퍼스는 리처드의 생활기록부에 ‘리처드의 속도는 오직 세 가지인데 느림, 아주 느림, 멈춤이다’라고 적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적었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 그의 비범함은 발현되지 않고 숨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유년 시절 잘 놀았고, 삶을 여유 있게  즐겼고,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그의 가족은 오랜 세월 대영제국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것이 그의 집안 전통이었고, 그 덕에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 리처드 가족에게 영국에 정착할 기회가 생겼다. 리처드의 아버지는 식민지 공무원의 자리를 사직하게 되었고, 영국으로 거처를 옮기며 리처드는 드디어 영국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잉크를 여기저기 묻히고  교과서 속에 온통 낙서를 했던 어린 리처드의 이야기는 재밌기만 하다.

무신론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어린 시절인 13세 때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밝힌다. 심지어 어머니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을 비난하고 매일 밤 기도하며 하나님과 만나는  작은 공간을 이불 속에  만들었다. 그런 그가 지금의 모습이 될 줄은 아마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리처드는 도킨스 집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진정한 전통에 따라 야외를 전천후로 누비는 대신 책을 들고 슬쩍 방으로 사라지는 은밀한 독자였다‘고 자신을 묘사하는 것으로 리처드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유년의 소소하고 자잘한 추억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또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무엇을 배우고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도 대단히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정말 놀라왔다.리처드가 신앙을 잃게 되었던 계기를 책에서는 비교적 자세히 설명한다. 견진성사를 받은 후 아운들에 입학한 그는 처음엔 성찬식에 참여했지만 그 후 기독교 교리뿐 아니라 구체적인 종교를 경멸하게 된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나를 만든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옥스퍼드였다. 정확하게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만의 특징인 튜터 (개인지도)제도이다.

그가 말한 이 대목에서 정말 부러웠다. 지적인 환경과 이끌어줄 리더의 존재, 충분히 사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소유했던 그는 그의 지적 열망을 노력과 열심으로 채워 나갈 수 있었다.

훌륭한 강사가 내 눈앞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어떤 생각에 도달하려고 애쓰고, 가끔은 난데없이 나타난 멋진 생각을 잡아내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저명한 역사학자 A.J.P. 테일러가 자주 그랬다. 훌륭한 강사가 말로 생각을 펼치고, 반추하고, 숙고하고, 다른 표현으로 더 명료하게 만들고, 주저하고 그러다가 덥석 붙잡고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고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지는 모습. 우리는 이런 모습을 모델로 삼아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법과 그  주제에 대한 열정을 남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209쪽)

그는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수업을 듣는 태도와 왜 집중해야 하는지, 필기에만 빠지지 말고 강사와 함께 눈맞춤하며 충분히 사유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이런 그의 지적인 태도와 자세에 공감한다. 

그는 책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족에서 이웃, 친지, 친구들 그리고 스승에까지 인간 도킨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떻게 연구를 했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동물학을 전공하면서도 시가 자신을 만드는데 중요하게 기여했다는 고백을 한다. 아마도 그의 필력이 이런 감수성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쉽게 읽혀지는 부분과 지루한 부분이 적당히 혼재한다. 그럼에도 리처드 도킨스에 대해 이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그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크렘벨'님은?

Story of Crembel(crembel.blog.me), 책을 통해 삶의 지경을 넓히는 크렘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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