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오늘의 책
한비야 | 푸른숲 | 2009.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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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조용한 집으로 돌아와 당신에게 들려주는 한비야, 그녀가 꿈꾸는 세상 그건, 사랑이었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한비야의 중국견문록》《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통해 우리에게 가슴 뛰는 삶에 대한 열망을 심어주었던 한비야. 늘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 발전하며 독자와 함께 성장해온 그녀가 2009년 7월, 8년 6개월간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해온 국제 NGO 월드비전을 그만두며 독자들에게 한 ...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겠지?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p 89)
여고 시절,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한비야에게 격려의 편지와 함께 보내주었던 글입니다. 날개. 평지를 걸을 때 날개는 별 필요가 없습니다. 하늘 높이 날 때나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필요한 것이지요. 우리에게 날개가 있을까요. 그녀는 자신에게 날개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벼랑 끝에서 떨어지는 극한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깨달은 것이지요. 고난 끝에 날개를 찾은 그녀가 향한 곳은 어딜까요. 그녀는 어느 하늘을 날고자 힘찬 날갯짓을 했을까요.
우리에겐 높은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더 먼 곳,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겠지요. 장난감보다 작은 고층빌딩들, 일개미처럼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하지만 한비야가 꿈꾸는 것은 남들 위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닙니다. 또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날개를 통해 가장 멀리 날아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합니다. “… 굵은 눈물방울이 뺨으로 뚝, 떨어졌다. 그 순간 가슴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면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라..’”(p 141)
목표가 정해진 한비야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상처와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지도 밖으로 행군하여’ 어디든 갑니다. 그런데 신의 응답을 받았다고 하여 망설임 없이 행동할 수 있을까요. 세상의 수많은 아픔을 보면서 오히려 지치고 상처받지 않았을까요. 그런 그녀를 지탱해주는 것은 구체적인 삶 속에서 체험하는 ‘기적’입니다. 중국어를 배워 한 중국인 아줌마를 도와 ‘천사’라는 말을 들었고, 오지에서 수녀를 차에 태워주면서 스스로가 ‘신이 보낸 사람’이 됐습니다. 또 모든 팀원이 한 몸이 되어 수백 명의 지진 피해자들을 치료해줬을 때 느끼는 감동은 체험해보지 않고는 짐작할 수 없을 겁니다.
일상 속에서 만난 수많은 기적들은 그녀를 끊임없이 걷게 만듭니다. 한비야는 말합니다. “내 경험상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편이 백배, 천배 낫다.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성공할 확률은 0퍼센트다.”(p 95) 만약 그녀가 먼저 실패 가능성을 생각했다면 우리가 아는 ‘한비야’는 세상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녀가 미리 포기하지 않고 실천하기 때문에 지금의 그녀가 있다는 것을. 한비야의 책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녀는 오늘도 살아 숨 쉬며 또 한 페이지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절망, 마침표, 그리고 희망
한비야는 ‘조증 환자’(躁症患者)로 오해받을 만큼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고, 희망을 꿈꾸고자 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녀도 때로 지치고, 흔들리기도 한다는 것입이다. “그들 역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뿐 의도적으로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하지만 요즘 같은 내 감정 상태로는 이런 사람들을 대하기가 버겁기 짝이 없다.”(p 74) “믿기 어렵겠지만 나도 누구 못지않게 비틀거린다. 사람들은 나를 어떤 선택 앞에서 흔들림 없이, 거침없이 나아가면서 자유를 한껏 누리는 사람이라고 여기곤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p 91)
우리는 한비야를 그저 열정적이고, 성공한 사람의 표본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또 그녀에게 의지해 위안 받기 바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 없이 달콤한 성공을 맛볼 수 있을까요? 그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그녀가 체험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가장 힘든 시기임을 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웃음뿐 아니라 눈물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할 때 그 열정과 기쁨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또 세상을 향한 우리의 땀과 눈물은 그녀에게 또 다른 기적이 될 것입니다.
<그건, 사랑이었네>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바라본 세상은 희망만 가득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은 가능할까요. 그 답을 찾고자 다시 한 번 책을 곱씹어봅니다. 그 때 그녀가 걸었던 길이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전쟁과 기아, 질병 가득했던 곳들, 그녀가 몸담았던 곳 또한 희망이 가득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열정과 희생으로 ‘희망’이란 말을 선명하게 새겨놓았지요.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발 딛을 곳이 없을 때 그렇습니다. 한비야는 ‘그건, 사랑이었네’라고 확언하면서 ‘그것’을 희망으로 가는 초석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녀 스스로가 절망의 마침표가 되어 희망으로 날아가고자 함이죠. 우리는 희망을 향해 비상하는 그녀의 날갯짓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희망을 바라보고 도약할 수 있습니다.
-컨텐츠팀 에디터 안늘(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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