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오늘의 책
에드거 앨런 포 | 민음사 | 2013.0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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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들레르, 보르헤스 등 현대문학의 거장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 어긋나고 음습한 세계관, 이야기마다 서린 독특한 광기, 어두운 상상력으로 이성과 감성의 틈을 날카롭게 파고든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들 ▶ 포의 작품에는 내가 쓰고 싶었던 모든 것이 있다. ─샤를 보들레르 ▶ 포는 인간 정신의 천장과 음습한 지하 통로를 찾아 가는 탐험가이다. ─D. H. 로런스 환상 공포 문학 영역을 개척한 천재적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
나는 심약하고 내성적인 데다 운동신경이 전무한 아이였다. 사교와 체육에 취약한 경우에는 종종 사람 아닌 것을 친구로 삼게 된다. 화초를 가꾼다거나, 병아리를 기른다거나, 곤충을 채집한다거나, 만화영화를 본다거나, 오빠들(사람 아닌 걸로 치자!)을 좋아한다거나, 책장에 기생한다거나, 하여간 그런 종류의 책벌레가 나였다. 에드거 앨런 포를 접한 것도 그 시절이다. 완역본은 아니었다. '로맨스 모음집'이나 '공포 모음집' 따위의 제목 아래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을 만화로 조잡하게 엮은 어린이용 시리즈물 같은 것. 그때 읽은 이야기의 중 한 편의 원전이 <검은 고양이>였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검은 고양이> 때문에 나는 며칠 밤잠을 설쳤었다.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이 시체를 감춘 벽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화장실 출입을 꺼린 적도 있다. 고양이를 극도로 무서워했던 것은 물론이다. 유난스럽다 싶겠지만 당시 나는 진지했다.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이 정도였다고까지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죽을 거야. 이 통탄할 만한 어리석음 때문에 죽어 버릴 게 틀림없어. 바로 이런 방식으로, 다른 이유도 아니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파멸을 맞게 될 거야. 앞으로 다가올 일이 겁이 나. 무슨 일이 생길까 겁이 나는 게 아니라, 그 일이 내게 미칠 결과 때문에 겁이 나는 거지. 어떤 일이든지, 심지어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쉽게 흥분하는 내 영혼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져. 신체적 위험에 대해서는 겁이 안 나. 그것이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 그러니까 신체적 위험이 내게 불러일으킬 게 틀림없는 공포심이 겁나는 거지. 바로 이 안절부절못하는 한심한 상태―그러니까 바로 이 무시무시한 유령과도 같은 공포에 생명과 이성의 자리를 내줘야 할 때가 조만간 내게 오리라는 느낌이 들어." (62쪽, <어셔가의 몰락> 중에서)
내가 느낀 것은 공포였다. 그 발단이 된 책을 얼마나 원망했던가. 하지만 공포의 작동 기제는 따로 있다. 이제 와 보니 <검은 고양이>는 발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작동을 목격하게 될 소설이다. 한 남자가 "그 사건들로 인해 나는 공포에 떨었으며 고통에 시달렸고 파괴되었"(221쪽)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 사건"이란 무엇인가. 남자는 모종의 광기에 휩싸여 사람을 죽이고, "그 사건"의 내막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과 다름없는 결말에 이른다. 남자는 내내 본인을 살인자로 만든 고양이를 적대하고 있다. 그러나 <검은 고양이>가 지목하는 남자의 적(敵)은 바로 자신이다. "그 짐승이 내게 불러일으킨 공포와 전율이 가공의 괴물을 상상함으로써 더 커졌다는 사실을 부끄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231쪽)는 "서글프고 끔찍한 공포와 범죄의 기계"(232쪽)인 자기 자신 말이다.
이것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듯하다. 어디 어린 나를 잠 못 이루게 한 그때의 공포뿐이겠는가. 지금에 이르러서도 시시각각 발목을 잡아채는 어두운 마음들이 다 나라는 기계의 오작동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매하다는 사람의 이성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미스터리임을, 에드거 앨런 포는 진즉에 깨달았다. 그 통찰의 결과를 우리는 <검은 고양이>와 나머지 열세 편의 소설이 수록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포를 이해하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23쪽,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중에서)할지 몰라도 한 가지는 알겠다. 그것을 느끼고, 끊임없이 증폭시켜온 주체는 언제나 나였다는 사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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