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8일 오늘의 책
최진영 | 현대문학 | 2021.0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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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서른세 번째 책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세 번째 소설선, 최진영의 『내가 되는 꿈』이 출간되었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이 시대의 현실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직설적이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예언이나, 미래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 누구나 그렇다. 돌아가거나 건너가는 일이 가능하다면 몇 번이고 어느 날의 나에게로 달려갈 나를 떠올린다.
〈내가 되는 꿈〉의 태희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선택한 것은 편지를 쓰는 것이다. 당부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 어딘가의 나에게 보내는 것이다. 1년 후의 나에게로 보낸 편지는 의도와 달리 중학생 태희에게로 가닿는다. 꿈꾸지 않은 곳으로 편지를 전달해 주는 것은 이 이야기 속 유일한 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되는 꿈>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는 아직 넘겨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쓰고 있을 편지이며,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봉투 속 편지이다.
바로 직전에 읽은 최진영 작가의 〈이제야 언니에게〉에서 모든 순간의 자신을 떠올리던 제야가 생각났다. 모든 제야가 동시에 살고 있다는 믿음은 태희가 받은 편지와 함께 실체가 된다. 털어내기 위해 버리듯 던져진 편지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 태희와 태희 사이에는 과거나 미래는 없고 그저 태희가 있다.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 안에 그냥 태희로 있다.
두 명의 태희가 서로의 하루에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알게 된 것과 배우게 된 것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모든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 아직 배우지 못한 것, 아직 만나거나 헤어지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다. 누군가는 쌓아가고 누군가는 덜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 믿음이 실재라면 모든 것은 나누기다. 계속해서 주고받는 편지다.
오랜 일기를 읽을 때 느끼는 익숙함과 생경함을 〈내가 되는 꿈〉을 보며 느꼈다. 편지를 쓰는 일은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정확히 나뉜 일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편지의 최초의 수신자는 늘 자기 자신이다. 태희가 일기장 사이에 넣은 편지를 다시금 꺼내 읽어보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내 일기를 자주 들춰보고는 하는데 읽을 때마다 의도하지 않은 위로를 받는다. 그 위로를 나는 먼저 태어난 위로라고 부른다. 순서가 뒤바뀐 위로. 예언과도 같은 위로. 만약 모든 순간의 내가 동시에 살고 있다면 그 일기는 더 이상 순서가 뒤바뀐 것도 아니고, 예언도 아니다. 쓰임과 동시에 읽힐, 바로 이 순간 위해 태어난 문장이다.
최진영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늘 자주 울었는데 이번에는 울지 않고 대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읽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사실과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더하기와 빼기를 반복하다가도 마침표 같은 나누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삶이니 인생이니 하는 것들은 매 순간 어렵고 각자 무겁다. 만약 어떤 순간의 나와 내가 만날 수 있다면, 나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다면, 삶이나 인생도 결국은 나란 점의 집합에 불과하다. 선처럼 보이지만 나는 점이고, 그래서 전부 점이다. 그리고 그 점들은 이어져 있다. 작가의 말의 한 부분처럼 담대해진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어디론가 향할 글을 계속 쓸 수 있다. 계속 쓰다 보면 닿을 수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한강남산'님은?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서 영화와 책이 남긴 것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hangangnam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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